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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머신 게임룸에서 들리는 소리, 은근히 번쩍이는 불빛, 행운의 비는 유혹... 아주 단순한 게임처럼 보이는 포커머신(Poker machine. pokies)은, 그러나 지속적으로 도박자를 끌어들이도록 만들어진 정교한 시스템이다. 사진 : Flickr / Carol Von Canon

 

도박 기계의 소리-화면의 메시지-번쩍이는 불빛, 도박자들에게 ‘대박’의 기대감 제공

작은 승리로 이전의 ‘손실액 만회’ 희망 던져... “무료 스핀도 실상은 무료가 아니다”

 

사람을 유혹하는 종소리, 은근히 번쩍이는 불빛, 행운에 대한 유혹... 아주 단순한 게임처럼 보이는 포커머신(Poker machine. pokies)은, 그러나 지속적으로 도박자를 끌어들이도록 만들어진 정교한 시스템이다.

포커머신 게임룸에서 들리는 소리들, 은은한 불빛은 많은 도박자들에게 잠재적으로 스스로의 삶을 파괴하도록 만드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일단 게임룸 안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소비한 돈과 시간을 잊은 채 계속하여 도박에 몰두하게 된다.

그렇다면 포커머신 도박자들에게 중독성을 심어주는 것은 무엇이며, 사람들은 잭팟(jackpots), 즉 ‘대박’을 터뜨릴 확률이 크게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포커머신을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최신 전자 게임기의 주요 디자인 기능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플레이를 계속하게 만들고, 더욱 몰두하게 하며 중독자를 만들어내는 길을 몇 가지로 설명한다.

 

■ 도박자를 감동시키는 게임기의 소리와 영상

포커머신 스크린의 그림들이 돌아가는 소리(jingle), 화면에 뜨는 메시지(마치 행운을 약속하는 듯한), 그리고 머신을 누를 때마다(일정 금액을 베팅할 때마다) 번쩍이는 불빛의 조합은 특정 단서가 되어 도박자의 뇌를 승리와 연관시키도록 하며, 따라서 지속적으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도박정책연구원인 찰스 리빙스턴(Charles Livingstone) 박사는 가장 최근 디자인되어 출시된 ‘Dolphin Treasure’와 ‘Black Rhino’ 포커머신을 예로 들면서 “의심할 여지없이 다양한 색상 팔레트가 도박자들에게 어필한다”면서 “Dolphin Treasure 게임 머신은 부드러우면서 파란 색상이 여성들 눈에 띌 수 있으며, Black Rhino 게임기는 보다 어둡고 빨간색과 보라색 라이트가 있어 젊고 위험을 감수하는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변덕스런 머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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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머신에서 베팅을 하여 보턴을 누르고 스핀이 한 차례 돌고 난 뒤 화면에 나타나는, 도박자가 얼마를 따게 되었는지에 대한 표시는 게이머들에게 지속적으로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사진 : 시드니 모닝 헤럴드 뉴스 영상 캡쳐

   

리빙스턴 박사는 포커머신이 내는 ‘소리’에도 주목했다. 게임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베팅을 하도록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포커머신 수가 많이 배치되어 있는 넓은 도박 공간은, 게임기계 수가 적은 머신룸에 비해 포커머신당 더 많은 돈을 벌이들인다. 예를 들어 NSW 주에서 포커머신당 수익이 가장 높은 10개 클럽 중 2개만이 200대 미만의 게임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5개 클럽은 최소 450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리빙스턴 박사는 “이는 부분적으로 많은 포커머신이 동시에 작동하는 ‘소리’에 의해 제공되는 주변 강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든 일부 기계는 도박 자금을 삽입하게 하고 또 다른 기계는 도박자에게 승리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황홀한 소리를 내며, 다른 기계는 독특한 포키 사운드를 제공할 것”이라며 “포커머신의 그 다양한 소리는 사용자들, 즉 도박자들을 압도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도박자들은 게임을 절제하는 이성을 도박룸 밖에 남겨두게 된다(Rationality is left at the door)는 것이다.

포커머신에는 종종 고유한 징글이 있지만 게임 보턴을 눌러 스핀이 돌아갈 때마다 낙관적인 소리를 들려주며 작은 화음(갈등 또는 긴장을 나타낼 수 있다)을 피하고 상승음(절정, 즉 뭔가 한 방이 임박한 것 같은)으로 끝을 맺는다. 리빙스턴 박사는 “이런 아이디어는 사용자에게 특정 게임이 가능함을 상기시키고 지속적으로 도박을 하도록 유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종소리처럼 들리는 이 기능 알람은 사용자에게 자신이 게임의 특정 부분에 있음을 알려준다. 이 기능이 작동하는 동안, 그 자체의 매력적인 테마 음악은 재생을 중단하고 무료 스핀을 제공해 사용자에게 보상하는 것처럼 만들어준다. 리빙스턴 박사는 “포커머신을 즐기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한밤중에 머리를 스치는 이 작음 음악에 깨어나 곧바로 가장 가까운 게임룸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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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도박정책연구원인 찰스 리빙스턴(Charles Livingstone. 사진) 박사. 그에 따르면 포커머신 수가 많이 배치되어 있는 넓은 도박 공간은, 게임기계 수가 적은 머신룸에 비해 포커머신당 더 많은 돈을 벌이들인다. 포커머신의 소리가 사람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사진 : Monash University​ 

 

포커머신의 릴이 회전하면서 딸깍 하는 소리는 착시이다. 스핀의 결과는 게임기의 키를 누르는 즉시 알 수 있다. 하지만 릴의 회전 소리는 사용자의 기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며, 계속해서 플레이를 하고 결과를 보고 싶은 욕구를 더욱 강화시킨다.

포커머신 등 모든 도박 기계는 무작위의 보강 스케줄(random reinforcement schedule)에 따라 작동한다. 다음 승리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그 승리감 즉 ‘한 방’에 대한 열망이 도박자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도박자는 승리를 기쁨과 연관시킨다. 그 즐거움 자체는 과학자들이 뇌의 보상 시스템 핵심 부분이라 말하는, 도파민(dopamine)이라는 화학물질로부터 나온다.

리빙스턴 박사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최대 하루 한 번 도파민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포커머신 룸에서는 2~3초마다 응답을 받는다”는 그는 “그것은 분명 중독의 메커니즘”이라고 덧붙였다.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도박중독 치료 및 연구 클리닉 책임자인 샐리 게인스버리(Sally Gainsbury) 교수 또한 도박 기계에 대한 몰입도는 사용자로 하여금 생각이나 감정을 배제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는 도박자 개개인에게 ‘도박을 잠시 멈추고 그저 게임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지속적인 게임을 원하는지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한 그녀는 “이것이 바로 포커머신이 작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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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포커머신에서 하나의 릴에 얼마나 많은 기호(또는 스톱)가 있는지는 설계자에게 달려 있다. 어떤 게임에는 32개의 스톱이 있는 두 개의 릴이 있는가 하면 다른 기계에는 70개의 스톱이, 또 어떤 머신에는 20개의 스톱이 있다. 하지만 도박자는 각 릴의 길이, 각 릴에 몇 개의 우승 기호가 들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사진 : David Pollard (Real action to reduce gambling harm)

   

■ 포커머신의 스피닝 릴

오늘날 포커머신의 릴(reel)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지금의 전자 게임기 애니메이션 릴은 도박자가 릴을 회전시키기 위해 측면의 긴 손잡이를 잡아당기던 오래된 작동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오늘날 머신에서는 스핀 버튼을 누르자마자 결과가 결정된다.

본래의 기계는 각 릴의 물리적 크기에 의해 제한되었지만 현대 머신에서 하나의 릴에 얼마나 많은 기호(또는 스톱)가 있는지는 설계자에게 달려 있다. 어떤 게임에는 32개의 스톱이 있는 두 개의 릴이 있는가 하면 다른 기계에는 70개의 스톱이, 또 어떤 머신에는 20개의 스톱이 있다. 하지만 도박자는 각 릴의 길이, 각 릴에 몇 개의 우승 기호가 들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리빙스턴 박사는 “그것들이 하는 역할은 머신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는 경험을 주는 것, 다시 말해 거의 대박을 맞을 수 있었기에 계속해서 하면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마음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하지만 언제쯤 ‘대박’이 터질 것인지, 얼마나 더 많이 해야 한 방을 거둘지 있는지를 도작자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중독 상태의 포커머신 도박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오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이런 예측 가능성 또는 식별 가능한 패턴의 부적이다. 게인스버리 교수는 “사람들은 (한 방이 터지는) 주기를 믿으며, 그 주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 게임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인스버리 교수는 “실제로 사람들은 계속하여 포커머신을 플레이하려는 비합리적인 생각을 한다”면서 “본질적으로 사람들은 ‘내가 이 정도의 돈을 넣었으니 이제는 한 방을 터트려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승리로 위장된 손실

포커머신 게임에서 이기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막상 수익을 거두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게이머가 베팅을 하여 수익을 얻게 되면, 포커머신은 화면에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사운드를 통해 도박자가 뭔가 얻었음을 요란하게 알려준다. 실제로 도박자가 얻은 액수는 베팅한 금액보다 적다. 이는 학자들이 “승리로 위장한 손실”(losses disguised as wins)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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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도박중독 치료 및 연구 클리닉 책임자인 샐리 게인스버리(Sally Gainsbury. 사진) 교수는 “도박 기계에 대한 몰입도가 사용자로 하여금 생각이나 감정을 배제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포커머신이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사진 : Australian Institute pf Policy and Science​ 

 

예를 들어 도박자가 10달러를 베팅했고 포커머신은 마치 도박자가 큰돈을 딴 것처럼 현란한 소리를 내며 50센트의 승리를 보여주지만 실제로 플레이어는 9.50달러를 잃은 것이다.

물론 가끔 머신은 도박자가 베팅한 것보다 더 큰 금액을 터뜨리기도 한다. 이의 금액 규모는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그 시점까지 도박을 하면서 잃어버린 더 큰 금액보다 그 작은 승리라는 점이다.

게인스버리 교수는 “돈을 딴다는 것(그 사이에 얼마를 잃었든)은 그 자체로 힘이 된다”고 말한다. “기분이 좋아지고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비록 도박자가 실망감이나 죄책감, 수치심을 안고 도박룸을 떠나더라도 도박자가 얼마나 많은 돈을 지출했는지에 따라 한 번의 승리가 긍정적인 마음을 강화시켜 또 다시 같은 경험(포커머신 도박)을 하도록 끌어 들인다”는 설명이다.

 

■ 얼마의 ‘무료’인지 궁금한 ‘무료 스핀’

포커머신은 도박자에게 게임 중간에 무료 스핀을 제공한다. 돈을 베팅하지 않고도 스핀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큰 보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같은 무료 스핀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고, 그 무료 스핀을 얻기까지 게임자가 얼마의 비용을 넣어야 하는지는 게임 소프트웨어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리빙스턴 박사는 “이는 절대로 무료가 아니다”고 말한다. “이미 도박자는 이 무료 스핀을 위해 충분한 돈을 머신에 지출했다”는 것이다.

다소 오래 전이지만, 2008년 연구에서 리빙스턴 박사와 라 트로보대학교(La Trobe University) 연구원들은 도박 중독이 있는 이들을 인터뷰 한 결과, ‘이 기능(무료 스핀)이 도박자들로 하여금 특정 게임을 계속 하도록 하는 주요 이유’임을 발견했다. 리빙스턴 박사는 “그것(무료 스핀)이 만들어내는 것은 완전히 부자연스러운 도파민의 거대한 불꽃”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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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머신을 하다 보면 베팅을 하지 않더라도 무료로 스핀이 도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는 절대로 무료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무료 스핀을 얻기까지 도박자가 충분히 많은 돈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대박’의 확률

도박자들로 하여금 큰돈을 거머쥘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소위 ‘대박’(jackpots) 액수는 머신의 상단에 있는, 밝고 번쩍이는 불빛으로 표시된다. NSW 주에서 잭팟 상한선은 1만 달러이지만 빅토리아(Victoria)와 타스마니아(Tasmania) 주 포커머신에는 상한선이 없다. 하지만 리빙스턴 박사는 “포커머신의 잭팟 확률은 로또 당첨 확률에 비해 약간 높을 뿐(816만 분의 1에 비해 700만 분의 1)”임을 강조한다.

게인스버리 교수는 “그럼에도 이 잭팟은 이미 도박으로 많은 돈을 잃은 사람들에게 중력을 행사한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도박 문제가 있는 이들은 종종 ‘대박을 터드리는 것이 손실을 만회하는 유일한 기회’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도박은 누구나에게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평등하기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도박에 빠지는) 강력한 카드이자 정당성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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