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정치 분석가들, 디샌티스의 성급한 전략에 '의문'… '새 옵션' 긍정적 시각도
▲ 지난 2019년 여름 올랜도에서 열린 트럼프의 대선 출정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5월말 대선출마를 선언한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유세 첫 주부터 우파적 선명성을 부각하며 주요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렬하게 공격하고 나섰다.

디샌티스는 3일 아이오와에서 가진 연설에서 트럼프가 중범자들에게 관용을 베푸는 초당적 형사 사법 개혁 법안을 맹비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이것은 그가 지난 2015년, 2016년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진행자에게 말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앤서니 파우치 박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했으며", 의회를 통해 사실상 불법 이민자들을 사면하는 법안을 찬성하고 밀어붙이려 했다"고 비난했다. 자신은 트럼프와 달리 미국과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끝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일반인들이 '워크(woke)'를 정의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자신은 그 용어를 사용하기 싫다고 말한 것을 트럼프가 비난한데 대해서도 반격하고 나섰다. 그는 "'woke'는 우리 사회에 실존적인 위협"이라면서 "그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그가 현재의 많은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난 4월에 서명한 '스톱 워크 법(Stop WOKE Act)'은 학교나 직장에서 학생이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정 신념을 고취시키는 것을 금한다. 스톱 워크 법은 인종 및 성과 관련한 주제를 교실에서 비판적으로 가르침으로써 미국 사회가 인종차별자, 성차별주의자 또는 소수계에 대해 억압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유해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소셜-건강보험 삭감 주장 디샌티스 '전국 정치인' 자격 없어"

한편 트럼프는 다소 ‘죄파적인’ 시각으로 디샌티스를 다시 공격했다. 그는 "낙태 반대 운동가들조차도 디샌티스가 주도한 플로리다의 6주 낙태 금지법을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디샌티스를 몰아세웠다. 이어 디샌티스는 하원의원 시절 소셜시큐리티 및 의료보험을 삭감하는데 찬성하여 전국적 수준의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은 초기 대선 유세에서 벌어지는 맹렬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디샌티스가 공화당 프라이머리 투표에서 어떻게든 승기를 잡기 위해 트럼프의 압도적인 초반 우세를 조금씩 깎아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재매치를 겨냥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는 '전직 대통령이 아닌 플로리다 주지사가 더 가능성 있는 대선 후보'라는 디샌티스의 주장에 반격을 가해왔었다. 최근 들어서는 디샌티스의 맹공을 피하면서 기존의 재선 공약을 선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는 1일 <폭스 뉴스> 채널 타운홀에서 가진 '낙태 정치'와 관련한 주제 토의에서 "우리는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 후보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다소 좌파성 주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파의 표심에 크게 기대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정착되어온 '수정헌법 14조'에 대해 새로운 해석으로 재선 임기 첫날 행정명령에 서명하여 미국 출생자의 시민권 자동 취득을 종료하겠다는 공약을 다시 내세웠다. 그는 또한 미군을 해외 마약 카르텔을 분쇄하는데 사용하고 마약 거래자들에게 사형 등 중형을 가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트럼프를 앞지르기 위한 디샌티스의 전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강성 트럼프 지지자들과 맞싸우는 디샌티스, 전략 수정해야"

가령 반 트럼프 공화당 정치 전략가 새라 롱웰은 "나는 현재 드샌티스의 전략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디샌티스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려는 공화당 유권자들에 자신의 투구를 맞출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같은 기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샌티스가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색깔로 트럼프를 이길 수는 없다"라면서 "디샌티스가 트럼프로부터 몸을 빼려는 보통 지지자들을 강력하게 끌어들이는 동시에 약성 지지자들의 표심을 사는 쪽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현재는 강성 트럼프 지지자들과 싸우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보다 차분하게 전략을 구사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성급하게 목표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샌티스의 측근들은 디샌티스가 트럼프가 좌파성 색깔로 공격하고 있는 것에 잘 대응하고 있으며, 특히 낙태 이슈와 디즈니와의 전쟁이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의 정치 전략의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는 친 디샌티스 슈퍼 PAC인 '네버 백 다운(Never Back Down)'의 한 관계자는 디샌티스의 전략이 최근 몇 주 동안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공격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반면, 디샌티스를 물러서지 않는 투사 이미지로 잘 각인해 가고 있다 말했다.

이 단체는 트럼프가 방문하고 있는 아이오와 지역을 타깃으로 낙태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을 강조하는 디지털 광고를 실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있는 동안 주요 기업들과 너무 친하게 지냈다’는 내용의 메시지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디샌티스의 발언들을 ‘우파를 향한 아부’라고 맹비난하고 "론 디샌티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젠다47 정책 플랫폼을 모두 훔치려고 했다"라며 "그는 사기꾼이고 뭔가를 아는 체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디샌티스는 초기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와는 달리 자신은 약속을 잘 이행할 규율 있는 행정가로 묘사하곤 했다.

디샌티스는 사우스캐콜라이나 렉싱턴에서 가진 연설에서 "내가 여러분에게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말할 때, 그것이 여러분이 듣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나는 사무실에 들어가서는 내가 한 모든 약속을 잊어버리라고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약속을 쉽게하고 잊어버리는' 트럼프를 겨냥한 말이다.
 

▲ 올랜도 북부 롱우드의 한 고 가구점에서 열혈 트럼프 지지자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희망하며 손가락으로 V자를 표시해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나쁜 기질? 지지자들은 '그가 한 일'을 좋아한다"

롱웰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말썽 많은 기질에 대한 우려를 제껴두고 싶어할 정도로 그가 공직에서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그들은 그의 입을 좋아하지 않고, 그의 트윗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의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가 대통령으로서 한 일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을 내다보고 있음을 여러 행보에서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는 1일 아이오와 그림스에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알려진 mRNA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믿고 있는 한 여성으로부터 "당신이 (백신) 접종을 지지했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들을 잃었다"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는 그녀의 주장에 직접 반박하거나 무시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결코 강제 접종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내 많은 지역들이 그것(접종)이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신도 그 사실을 알 것이다. 이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는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인정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날 오후 폭스 뉴스 타운홀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미 연방 대법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엎은 보수적인 대법관들 중 일부를 선택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어리석은 사람들'만이 낙태에 대해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했다는 주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생명이 위태로울 때를 포함해 예외를 지지하지 않는 보수적인 공화당원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트럼프 슈퍼 PAC' 여론조사기관 토니 파브리치오가 최근 기부자들에게 보낸 메모에 따르면 디샌티스가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 삭감, 학교에서 일부 도서 비치 금지, 임신 사실을 알기 전 6주 동안 낙태금지, 디즈니와의 싸움 등을 포함한 문제가 대선에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열혈 트럼프 지지자가 롱우드의 한 고 가구점에서 지나는 고객들에게 나누어준 '트럼프 머니'. 대선 연도인 '2024'가 적혀 있다.
 
새 인물 등장에 긍정 반응, 동시에 두려움도

하지만 유권자들 가운데는 디샌티스의 등장에 두려움과 함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측도 있다.

아이오와주 빈튼 출신의 51세 농부이자 공화당 운동가인 하이디 릴리브릿지는 민주당이 두 후보간의 싸움으로부터 반사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트럼프에게 보내는 보수파들의 신임을 비판하면서 “우리 모두는 그가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행동했고 무엇을 성취했는지 알고 있지만, 나는 그가 왜 그렇게 했는지 정말로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디샌티스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블러프턴의 한 술집과 식당 밖에서 연설하는 것을 본 다아시 코워트는 “이전에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다른 옵션’이 있는 것을 보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는 "디샌티스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단지 이런 괴롭힘 심리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는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가 우리를 위해 싸운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가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동시에 항상 저녁 식탁에 함께 있는 것이 두렵고 불편한 친척을 두고 있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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