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영상은 2016년 1월 4일부터 7일까지 모스크바 코라스톤 호텔에서 열린 제1회 재언협 유럽대회 만찬 모습니다. 모두 11명이 참가한 유럽대회는 짧지만 알찬 대회였습니다. 특히 둘째날 수린 박사의 강의는 강대국이 주도하여 꾸려온 현대 자본주의 문명의 '허위의식'을 비판하고, 아울러 한-러가 공동으로 꾸려갈 수 있는 새 세상의 꿈을 꾸게 했습니다. 이른바 공생국가론입니다. '중앙아시아 한민족 이주사'가 전공인 김상욱 대표의 발표를 통해 중앙아시아에 펼쳐져 있는 730만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간략한 이주사와 미래에 펼쳐질 저력을 곰새길 수 있었습니다.

두편의 강의를 들으면서 마음 속에 일어난 상념은, 저렇게 좋은 꿈들도 '분단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실현되기가 어렵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과일이라도 담을 그릇이 깨져 있으면 빛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유대인 디아스포라가 세상에 엄청난 힘을 발휘한 것은 똘똘 뭉친 유대주의 덕분이었는데,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는 공생국가고 뭐고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쨋거나 주마간산식이긴 했으나 모스크바만이 간직하고 있는 역사유적들과 러시안들의 일상을 직접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광활한 대지와 유구하고 묵직한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는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바삐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더이상 박제회된 이미지의 동화의 나라가 아니었고, 우중충한 교조적 이데올로기의 땅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용트림하는 새땅,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에서 우리의 반쪽 북의 형제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슬쩍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남이나 북이나 '핵핵' 거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제쳐두고 우리의 형제들이 이 추운날 어떻게 밥을 먹고 있는지를 보고 싶어졌습니다.

조미료가 섞이지 않은 북한 식당 음식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담백했습니다. 특히 새큼한 김치와 왕창 큰 개구리 뒷다리 요리, 랭면, 오리 육개장 맛이 그만이었습니다. '북한에서 날라오지 못했다'는 들쭉술 대신 주문한 산삼주를 곁들이나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제 딸 또래의 접대원 여성들의 상큼하고 다소곳한 서브도 기분을 더더욱 상쾌하게 했습니다.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고 포옹해 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모두는 전날 점심 낮술에 이어 이날 만찬에서도 권커니 받거니 하면서 여러병의 산삼주를 비웠습니다. 예전에는 있었다는 '노래공연'이 없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장군님' 노래부터 미국 민속곡과 클래식 팝송곡까지 흘러나와 조금은 어리둥절 했습니다. 

모두가 분위기에 격동되려는 찰나, 되는대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박종권 부회장의 충직한 러시안 도우미 엘이야스도 한마디 했구요. 이 친구는 제가 이번에 본 러시안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부인도 빼어난 미인이었는데요, 밤 늦게까지 우리 멤버들에게 음식 서브를 했습니다.

어쨋거나 만찬에서 맛본 화기애애한 기운이 저 북녘땅에도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1월의 어느 멋진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사랑의 미로'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불러야 할까, 그런 생각이 다시 든 저녁이었습니다. 싸래기 눈발이 흩날리는 밖은 여전히 미치도록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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