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언협 취재투어] 함평-고창-군산 취재에서 보고 느낀 옛스러움

(서울=세계한인언론인협회) 조연숙 기자(데일리 인도네시아 편잡장) = 따뜻한 환대, 아름다운 길과 마을, 스토리가 있는 관광지, 맛있는 음식, 어디에서는 가능한 인터넷, 깨끗한 화장실. 팸투어로 돌아본 한국의 모습이다. 재외동포 언론인들에게 팸투어는 한국을 배우는 시간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변한 한국의 모습, 한국에 사는 동안에도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한국의 모습을 발견한다.

2023년 가을에 재외동포 언론인 모임인 '세계한인언론인협회'는 자연과 전통 문화가 잘 보존된 함평, 고창, 군산 등 세 곳을 여행했다. 서해안 호남지방에 위치한 세 곳은 비슷하면서도 고유의 특징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함평 국향대전 현장
 
함평 주포 한옥마을
 
함평은 자연이 잘 보존된 소박한 모습과 달리 함평천지 한우, 친환경 쌀, 샤인머스켓 등 화려하고 품격있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곳이다. 10월 중순, 단풍은 아직 물들지 않았고 초록은 여름의 싱싱함을 잃은 애매한 시기. 사계절 볼 거리를 가진 함평 엑스포공원에는 몽글몽글한 핑크뮬리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살렸고, 국향대전을 준비하는 분주한 손길들 사이에서 다양한 국화 분재 작품을 미리 볼 수 있었다.
 
고창 모양성제 축제 현장
 
고창 판소리 박물관 입구
 
고창은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풍부한 역사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천혜의 자연이 조화를 이룬 곳으로,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유네스코의 도시이다. 죽은 이를 위해 만든 고인돌, 살아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고창읍성(모양성), 다양한 생물이 사는 갯벌, 철새들이 새로이 이주하고 있는 해안, 자연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운곡람사르습지와 주변의 생태마을.
 
군산 근대문화역사박물관
 
군산 말랭이마을
 
군산은 일본이 호남평야에서 생산한 쌀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항구도시지만 지금은 당시 일본식 건물과 거리들이 근대화의 상징으로 남아 '시간 여행'을 하게 해준다. 전기차와 2차전지 등 미래산업이 들어설 새만금 산업단지에 대한 기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군산과 전주, 함평과 영광 등 인접한 지역 간의 애교스러운 경쟁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교민인 기자에게 고창과 군산은 숨바(Sumba)와 자카르타(Jakarta)를 연상시켰고 지방 간 교류가 이루어진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바섬(인도네시아어: Pulau Sumba)은 인도네시아 소순다 열도 중부에 있는 섬으로, 지금도 지석묘가 축조되고 있어 한국의 고고학자들이 고인돌 축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찾는 지역이다.

자카르타는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향신료를 유럽으로 가져가기 위해 개발한 항구도시이다. 그래서 자카르타는 근대화의 상징이며 네덜란드, 아랍, 중국, 토착문화 등 여러 문화가 섞이면서 얻은 문화적 포용성과 다양성 그리고 근대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군산과 닮아보였다.

팸투어는 한국의 현재 이슈와 문제들에 대한 대응을 확인하는 기회도 된다. 이들 세 지역도 전세계 지방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광역도시 발달로 인한 지방 중소도시의 소멸을 고민하면서, 지역을 살리기 위한 많은 시도를 하고 있었다.

생태와 정원 관광 등 잘 보존된 자연을 활용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더하고, 새로운 특산물을 개발하는 모습, 청년들이 고향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고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시행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개발에만 몰두하여 소외된 계층을 챙기지 못했던 과거와는 달리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신체약자를 배려한 (무장애) 시설들이 곳곳에 설치된 것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한국과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관광객에 대한 배려도 아쉬웠다. 이슬람 관광객이나 채식주의자들이 먹을 수 있는 할랄음식과 비건음식,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알코올을 제거한 0% 맥주와 와인 등을 판매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대다수가 이슬람신자인 인도네시아에는 무알콜 맥주, 소주, 샴페인 등을 판매한다. 전세계 인구의 25% 량이 이슬람신자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개발에 대한 조급과 환경 보전에 대한 고민도 보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과 생태계 그리고 문화유적을 보존하면서 좀더 완성도 높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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