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77%, 북핵폐기면 수교원해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외무상 리용호가 9월 2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러한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국의 끈질긴 압박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북미 관계는 갑을 관계가 아니기에 상대방에 대한 상응 조치 없이는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강경한 자세로, 핵무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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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그는 또 “(싱가포르의) 조미공동성명이 끝내 미국의 국내 정치의 희생물로 된다면 그로부터 비롯될 예측 불가능한 후과의 가장 큰 희생물은 바로 미국 그 자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현 상태대로 미국이 양심도 없이 제 욕심만 채운다면 북한은 힘으로라도 미국을 괴롭힐 수 있다는 뜻으로도 들리는 대목이다.

특히 “우리의 핵,로켓(미사일) 시험발사들을 문제시하여 숱한 제재결의들을 쏟아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그 시험들이 중지된 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결의들이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 하나 변한 것이 없다”며 유엔 안보리를 꾸짖기도 했다. 북한 고위관리가 유엔총회 석상에서 이토록 호되게 미국과 유엔을 향해 호통을 친 적이 있었던가?

세계 언론이 다루는 특정국가 관련뉴스의 무게는 그 나라의 위상에 비례함은 상식이다. 이번 리용호의 유엔 연설이 전례 없이 세계 언론에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가핵무력완성’선언에 따른 막강한 군사력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북한의 위상이 1년 전에 비해 너무 많이 달라진 것에 따르는 결과다.

세계 언론이 김정은의 화장품 공장 시찰까지 상세히 보도할 정도라면 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트럼프가 내심 북한에 감사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이 요구하는 경제제재 해제, 주한미군 철수,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같은 사안을 북한의 언론매체가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 있다. 미국은 북핵이 두려워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도 겉으로는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에 북한이 굽히는 것처럼 허풍을 떤다. 그런데도 북한은 미국의 체면치레를 위해 이를 못들은 척 함구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트럼프로서는 김정은이 고마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이 제재 해제, 주한미군철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언론에 공개 보도한다면, 트럼프가 자진해서 주동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미국이 북한의 힘에 밀려 억지로 실천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 때 트럼프의 체면은 뭐가 되겠는가.


트럼프 체면 살려주는 북한 언론매체


리용호는 연설을 통해 미국의 약점을 공개해 세상에 미국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면서, 한편으로는 보스 김정은의 고도의 외교력을 한 층 높여주는 역할을 해낸 것이다.

김정은의 친서를 “아름다운 한 편의 예술작품이었다”고 높이 평가한 트럼프의 칭찬은 김정은의 외교력이 어느 수준인가를 말해주는 또 다른 예다.

추켜세우면 한없이 올라가는 트럼프는 순진한 소년처럼 김정은을 ‘협상의 천재’라 칭송하며 그와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고 김정은과의 사적 관계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그와는 반대로 만일 북한이, 국제적인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 요구만 하는 미국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핵무기로 세계 최대 미군기지인 괌의 동서남북 4방 30km 해상에 포위공격 하고,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이 들어있는 극소형 수소탄 여러 발을 탑재한 대륙간타도미사일을 워싱턴 디시 앞 가까운 바다에 터뜨린다면?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미국은 속수무책, 북한에 ‘선 비핵화’를 요구하기커녕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할 테니 미 본토만은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애걸하지 않을까?

갑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오, 을은 북한 군사력에 대항할 힘이 없는 미국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때마침 미국의 외교분야 여론조사 전문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회(CCGA)’는 10월 1일 ‘2018년 미국인 외교정책 인식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국민 77%가 ‘북한의 핵위협’을 의식하고 있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미 수교를 환영한다고 했다.

이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트럼프가 종전선언을 할 경우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있을 것이고 따라서 국내의 수많은 악재(惡材)에도 트럼프의 승리는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이 금년 신년사에서 언급했듯이, 오늘의 북한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군사력을 지녔음에도 그 힘을 과시, 패권을 바라지 않고 세계의 모든 나라가 상부상조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그 길을 향해 달리고 있음을 북미 관계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티스 국방장관 등 각료들과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취임 초부터 주장해 온 주한미군 철수명령을 유보 중이다.

세계 언론의 예측대로 머지않아 열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하면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들이 이행되면서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질 것이다.

이어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이 사라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예산 절감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 명령을 별다른 저항 없이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한반도 통일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날이 멀리서나마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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