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면 종교의 자유는 없다.’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 그리스도인은 이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대부분 한국 그리스도인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독교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사람 입에서 걸핏하면 “종북 좌파” “빨갱이”와 같은 단어가 등장한다.

나는 이보다 더 한심한 현상이 없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먼저 종교의 자유가 주어진 것은 313년 밀란 칙령이다. 이전에는 기독교가 박해의 대상이었다. 최초의 박해가 시작된 이후 열 차례의 박해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박해 속에서도 기독교는 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흥왕하였다.

그것을 깨달은 황제 콘스탄틴에게 발상의 전환이 일어난다. 아무리 박해를 해도 소멸하지 않는 기독교를 보고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 기독교가 로마를 위한 종교가 된다면 크게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의 생각대로 기독교는 로마의 종교가 되었고, 마침내 392년 데오도시우스 때에 로마 국교가 된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와 함께 기독교는 변하기 시작한다. 사유 재산을 소유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교회가 부유해졌다. 가난한 자에게 전해지는 복음은 사라지고 힘을 가진 자에 의해 각색된 신학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 이후 주류 기독교는 세상의 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종교의 자유가 기독교로부터 진리를 앗아간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면 기독교의 예수는 그리스도인의 본보기로서의 예수가 아니라 세속 종교의 우상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예수를 믿는다면서 그를 닮으려 하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는, 힘을 신봉하고 돈과 권력을 사랑하는 맘몬의 제자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사실만 이야기해도 종교의 자유라는 것 자체가 오히려 기독교의 해악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종교의 자유는 양날의 검이다. 종교의 자유가 진리의 자유로 이어질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방종과 타락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를 통해 검증된 사실은 기독교는 오히려 종교의 자유가 없었을 때 생생한 진리의 종교로 존재한다는 것다. 로마 제국 아래의 기독교가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런 사실은 기독교 역사 속에서 계속 반복되었다. 주류 기독교가 종교의 자유 속에서 돈과 권력에 매몰될 때 거기에 반대되는 길을 가는 극소수의 박해를 받거나 무시를 당하는 그리스도인이 있었다. 그리고 기독교는 그런 소수에 의해 그 진정성을 유지해왔다.

성서 역시 그 사실을 지지한다. 하나님 나라의 역사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 남은 자들의 역사이다.

어쨌든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절대적으로 지켜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종교의 자유는, 실상 진리를 훼손하고 기독교를 부패시키는 누룩으로 작용해 왔다. 따라서 종교의 자유를 지켜야 기독교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고는 매우 잘못된 사고다. 또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기독교가 존속될 수 있다는 사고도 복음이나 진리의 속성도 모르는 유치한 사고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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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쿠레 기리시탄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만든 마리아 관음상
 
일본에는 '숨은 그리스도인'(가쿠레 기리시탄れキリシタン)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일본 막부와 정부의 종교 탄압을 피해 250년 동안 몰래 신앙을 지켜 온 기독교인을 말한다. ‘잠복 기리스탄이’라고도 불리는 그들은 에도시대와 메이지 시대 초기(17세기 초~19세기 말)에 무지막지하고 혹독한 금교 정책 아래에 있었다.

이들은 사제의 지도를 받을 수도 없었다. 사제들은 추방되거나 순교했다. 하지만 스스로 조직을 구성하고 지도자를 세웠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그들이 철저하게 불교도 행세를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동자승 속에 십자가를 감추어두고 동자승에게 절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실제로는 십자가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모든 기독교 용어들 역시 불교의 용어로 바꾸어 사용하였다. 물론 그 사실이 들통이 나면 그들은 즉시 사형을 당했다. 종교의 자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불교도 행세를 해야 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그리스도가 살아있었다. 그것도 신앙의 자유가 있었던 주류 기독교의 그리스도인보다 더 생생하게 말이다.

미대륙에 있는 아나뱁티스트는 또 어떤가? 그들은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과 개신교 양쪽으로부터 이단 판정을 받았다. 그들의 명칭이 말해주듯이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자발적 동의에 의한 세례였다. 기독교 국가에서는 태어나면 자동으로 유아세례를 받았다. 유대교 할례와 거의 비슷하게 취급되는 유아세례는 자신의 판단과 결정으로 받는 세례가 아니었다. 그래서 아나뱁티스트는 성인이 된 후 자신의 결정에 의한 세례를 주장하였는데 그것을 나쁜 의미에서 재세례라고 부르며 그들을 이단으로 정죄하여 박해했던 것이다.

그들 역시 체포되면 사형을 당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신앙을 지키고자 미대륙으로 떠나 그곳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거의 500년 동안을 거의 고립된 채로 살아야 했다. 그들은 가끔 영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광신주자 취급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런 그들이 재조명되고 있지 않은가. 그들에게 종교의 자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역설적으로 진리의 길을 갈 수 있었다.

러시아정교 역시 마찬가지다. 공산주의에 의해 금지되고 교회당이 파괴되었지만 그들은 파괴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박해를 통해 그들은 정화되고 강해졌다. 그래서 알리스터 맥그래스와 같은 신학자는 러시아정교를 미래에 살아남을 기독교로 분류하기도 했다.

기독교는 종교의 자유가 주어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허약한 종교가 아니다. 허약한 것은 종교의 자유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늘날 한국 주류 그리스도인이다. 더 끔찍한 것은 그런 주류 그리스도인에 의해 복음이 심각하게 왜곡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힘과 영향력을 추구하며 하나님 나라와 반대의 길을 달려간다.

그런 사람은 희생양이 없는 평화의 나라인 하나님 나라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다. 모두가 평등한 하나님 나라도 그들의 사고에는 불의한 일일 뿐이다. 그런 사람이 예수가 걸었고 그의 제자가 걸어야 할 길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길을 갈 수 있겠는가?

불행한 일이지만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의 주류 기독교가 번성할수록 하나님 나라와 정의는 멀어지고 가뭇해진다. 예수의 제자는 비움의 길을 가야 한다. 하나님 나라의 역사는 이 길을 가는 사람들을 기억할 것이다.

종교의 자유가 주어지면 그리스도인이 권력을 쫓는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그 길은 영
원히 하나님 나라로부터 멀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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