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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앗아가는 도둑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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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통틀어 발생했던 재앙 가운데 가장 끔찍했던 사건으로 꼽히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운 게 흑사병이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휩쓸고 간 흑사병은 당시로서는 도저히 맞서서 싸울 방법이 없는 대상이었다.
흑사병이 지나간 자리에 삶에 대한 희망이나 행복은 남아있지 않았다. 


소설 <페스트>에서 알베르 카뮈는 삶의 행복을 마비시키는 흑사병과 관련해 이렇게 적고 있다. “인간들에게 교훈을 일러주기 위해서 또 다시 저 쥐들을 어떤 행복한 도시로 몰아 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올 것이다.”
 

 

 

카뮈의 비유에서 인간들의 행복을 통째로 앗아가는 질병이 페스트, 즉 흑사병이었다면, 현대사회에서의 그것은 우울증이다.
현대인의 페스트, 살인자, 죽음으로 향하는 다리, 소리없는 위협 등 우울증을 수식하는 언어만 봐도 우울증이 인간의 행복을 훔쳐가는 도둑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많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펴낸 2015년판 ‘세계질병평가(GHE)’에 따르면 지구촌 3억 2,200만명의 인구가 우울증 환자다. 이 수치는 50년 전보다 25배나 늘어난 어마어마한 숫자다.

남성의 경우 10명~20명 중에 한 명이 우울증 환자고, 여성은 이보다 훨씬 많아 서너명 중의 한 명이 우울증을 경험했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가까운 거리에 두고 산다. 


우울증에 무릎꿇어야 했던 위인들, 예술가들, 정치인들도 수없이 많다. 슈베르트, 윈스턴 처칠, 에이브라함 링컨, 시어도스 루스벨트, 헤르만 헤세, 휘트먼, 마크 트웨인, 버지니아 울프, 빈센트 반 고흐 등도 우울증 환자였다.

최진실·이은주·정다빈·박용하·샤이니 종현은 물론 한국인에게 친숙한 헐리웃 스타 로빈 윌리엄스까지 극심한 우울증으로 유명을 달리한 국내외 유명인들도 부지기수다.


우울증은 눈 앞에 물잔을 두고도 목말라 죽는 질병이다. 슬퍼하는 능력마저 앗아가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종국에는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악마의 병이다. 우울증 치료를 방치한 환자 6명 중 1명이 자살로 사망한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우울증은 결코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병, 마음 약한 사람이 앓는 병, 소심한 성격이 극에 달해 생기는 병이 아니다. 우울증은 뇌에 있는 신경전달 물질에 이상이 생긴 병이다. 고혈압이 생기면 혈압을 낮추는 약을 먹고, 염증이 생기면 항생제를 먹는 것처럼 우울증도 약물치료가 필요한 ‘질병’ 중의 하나인 것이다.

 

미 대학 자살률 중에 한인학생들의 자살비율이 유독 높은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달라스에서도 꽃다운 나이의 한인 자녀가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한 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

최근 달라스에선 한 협회의 신임회장이 비슷한 증세로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직책을 내려 놓았다.

우울증이 한인사회에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도 이 때문이다.

 

새 마음으로 시작하는 새해. 타인의 아픔과 불안을 내 일처럼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우울증이 중세시대의 페스트만큼이나 끔찍하고 무서운 이유는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세가 ‘생존 본능에 마비를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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