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칼럼] 목사의 권위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 교회) = 아주 오래전 기억입니다. 기독교 서점을 드나들다보니 서점 직원들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일이 고객들의 갑질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연초가 되면 서점에 갈 때 도넛 몇 개라도 사들고 갈만큼 가까워지니 속에 있는 말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목사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목사님들이 책을 사면서 던지는 말들이 상처가 된다는 것입니다. 함부로 반말을 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수치가 되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누구도 밖으로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 서점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목사인지 전도사인지 권사인지 집사인지, 큰 교회 담임목사인지 부목사인지 작은 교회 목사인지를 그 사람의 표정이나 태도를 보면 알 수가 있었습니다. 장로가 빠진 것은 책을 사는 장로님을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몇 번 실제로 확인을 한 경우가 있는데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서점 직원 집사님이 저를 바라보며 속시원해 하던 모습은 지금도 사진처럼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건 신학교에 다니면서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신대원에 같은 반 급우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느낀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20대이거나 약관 30대 초반의 젊은 전도사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걸 여러 번 들었습니다. "아무리 나이 많은 장로라도 평신도는 유치원생 취급을 해야 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열심히 배워서 잘 가르칠 것이라는 각오도 덧붙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교회의 현장에서 실시해야 할 구체적인 지침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이럴 땐 저속하게 일한다고 말하지 않고 '시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합니다) 교회의 담임목사가 총회장 출신이고 이름을 말하면 거의가 다 아는 분인 데라고 하면서 그런 분이 교회 직원에게(이때도 꼭 사역자라고 표현해야 하겠지만) 처음 부탁하는 말이 세 가지라는 것입니다. 첫째 평신도와 화장실에 같이 들어가지 말 것, 만일 볼일을 보고 있는 중에 평신도가 들어온다면 빨리 볼 일을 마치고 즉시 나올 것. 둘째, 평신도와 운동 시합하지 말 것. 셋째, 평신도와 목욕을 함께 하지 말 것. 이런 말들을 듣고 배우는 전도사들이 성직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압축되어 무게를 잡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목사라는 말 자체가 무거운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리새인처럼 경건과 쓸데없는 것까지 신경 쓰는 위선의 가면을 쓰게 되었고, 위선의 그림자인 권위가 무게로 짓누르는 그런 직책이 된 것입니다. 그런 결과로 목사들은 자신이 목사라는 걸 어디서든 꼭 드러냅니다. 자기소개를 하건 글을 쓰건 댓글을 달건 묻지도 않았는데 목사라는 호칭은 이름 뒤에 반드시 붙어 있습니다. 목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목사는 박사이거나 교수인 목사들뿐입니다. 그분들은 유달리 자신을 그냥 목사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것을 못 견뎌 합니다.

사실 목사가 되고나니 친척 분들이나 학교 선배들 가운데 존댓말을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아무리 편하게 예전처럼 말씀하시라고 해도 편하게 말씀을 하지 못하십니다. 당연히 말이 좀 버벅거리게 되고 그러다보니 친밀한 관계가 사라지게 됩니다. 관계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성도간의 교제가 사실은 교회의 지도자가 된 사람의 명칭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목사라는 단어에 무게가 실리다보니 자기 교회 목사가 아닌 목사를 만나는 것이 성도들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 되었습니다. 목사님이라고 부르자니 대접을 하기 싫고 그냥 모르는 척 하자니 어딘가 불편하고 그래도 일단 목사라고 부르고 나면 꼼짝을 못하게 되니 불편하더라도 '이녘'이나 '아저씨'로 부르는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거나 반드시 무언가 아쉬운 것이 있을 때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예수님은 죄인과 세리들의 친구이셨습니다. 이는 그분이 무게 잡지 않는 분이심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그분을 따르고 그분에 대해 말하고 가르치는 목사들은 그분과 달리 상석에 앉는 사람, 대접받는 사람, 스스로 그런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 반대로 행하는 경우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합력하여 하나님 나라를 벗어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해서 목사인 저는 그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먼저 제 이름 뒤에 목사라는 타이틀을 거명하거나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다는 경우에도 목사라는 것을 밝히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저희 교회 교인이 아닌 성도들을 만나면 그분을 집사나 장로로 호칭하지 않습니다. 목사인 제가 상대방을 장로 혹은 집사라고 부르는 순간 어떤 위계질서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교회 성도들을 만나면 직업을 부르거나 저보다 나이가 드신 분에게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상대방이 좀 열린 경우는 형제나 자매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그런 걸 이단이라 여기지 않는 경우) 물론 모든 관계에서 '장유유서'를 존중하고 상대방이 저보다 나이가 더 어린 경우는 섬김의 자세로 대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불편해서 제게 장유유서로 나오면 그때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끌립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르치는 일이 어려워지거나 권위가 없어서 복음의 내용을 전달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분명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면 가르치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게 권위가 없이 가르쳐야 진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기독교 진리란 뜻을 깨우치는 것이라기보다는 진리를 받아들이고 삶으로 살아낼 때 빛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사람들에게 진리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런 말을 하는 저 자신이 결코 충분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 역시 진리의 속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것을 늘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미 현실에 익숙해진 분들이 제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스스로 자신의 틀을 벗어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작은 특권이라도 내려놓으려는 저를 보고 오히려 그게 더 위선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주님이 제게 하시는 말로 들으려 애를 쓰지만 참 많이 억울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저의 태도와 삶이 오히려 더 다른 사람들을 무척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 역시 알았습니다. 음식점에서 함께 음식을 먹고 제가 돈을 내는 경우도 사람들이 무척 힘들어 하는 경우입니다. 가난한 목사를 대접하고 복을 좀 받으려는데 그런 기회를 앗아가 버리는 저의 처사가 못마땅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가난하다는 것 뻔히 알면서 얻어먹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미 목사가 돈을 안 내는 것이 당연해져버린 현실에 대한 반증이라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이유일 것입니다. 대접을 받으려는 목사들의 실체가 여기서도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권위를 내세우는 일은 근본적으로 우리 교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세상의 방식을 따랐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또 어느 한쪽의 노력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성도들은 결자해지를 말할 것입니다. 목사가 무게를 잡아 그렇게 되었으니 목사가 권위를 내려놓고 겸손해져야 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목사가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런 목사로 만들어야 자신이 편하고 급할 땐 의지하고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무게를 잡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는 걸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교회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배가 끝난 후 함께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설거지를 돌아가면서 합니다. 남녀의 차별이 없습니다. 목사와 성도의 차별도 없습니다. 목사들 차례가 되어 저희가 설거지를 하면 여자 집사님들이 못견뎌 하십니다. 그리고 와서 저희를 밀어내려 합니다. 목사님들이 설거지를 하면 여집사님들이 오히려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말했습니다. "집사님들이 저희들을 쫓아내시면 저희들은 나쁜 목사들이 됩니다. 제발 저희가 그냥 설거지를 마칠 수 있도록 내버려두십시오." 그리고 그분들은 못마땅하지만 돌아섰습니다.

목사가 권위를 내세우고 무게를 잡게 된 일이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따지는 것 역시 힘겨루기 하는 세상의 방식입니다. 다만 그것이 잘못된 현상이라는 걸 깨닫게 된 사람들이 주님이 말씀하시고 행하셨던 것처럼 겉옷을 벗고 수건을 두르고 대야에 물을 담아 섬기려 해야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때로는 기존의 질서마저 무너져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바로 그곳에 주님의 영이 임하고 하나님 나라가 임할 것입니다.

"너희가 나를 선생님 또는 주님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옳은 말이다. 내가 사실로 그러하다. 주이며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겨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겨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과 같이, 너희도 이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13: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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