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씨의 생일잔치

 

 

Newsroh=이계선 칼럼니스트

 

 

지난 2월 어느날 박근혜씨의 67회 생일파티가 있었다. 전직대통령의 생일상은 얼마나 호화판일까? 그런데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죄수의 신분이라서 말이 아니었다. 일반죄수 음식에 달랑 미역국 한 그릇 더 올려놓은 게 전부였다. 난 매일아침마다 미역국인데?

 

박씨가 잔치상을 거부하자 추종자들이 생일잔치를 준비했다. 떡과 음식을 바리바리 차에 싣고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달려왔다. 축하객과 음식이 너무 많아 면회실로 들어갈수가 없었다. 천상 구치소 정문 앞에 음식상을 차려 놓고 박씨를 불러내야 했다. 그러나 죄수는 감옥문 밖으로 한발짝도 나갈수가 없다. 주인 없는 잔칫상에 천여명이 달려들어 절을 하고 통곡을 하면서 태극기를 흔들어 댔다. 서울 저택 앞에서도 그랬다. TV를 보던 우리 부부는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 눈에는 생일잔치가 아니라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구려. 떡과 음식이 겹겹이 쌓여있고 여기저기 꽃혀있는 태극기들이 무당기처럼 보이네. 관제데모나 보국(保國)을 빙자한굿판에서 신나게 나부끼는게 태극기이지. 울긋불긋 푸르고 검고 하얀옷에 모자를 쓴 여인들이 생일상앞에서 두손을 들고 소리치고있어. 꼭 죽은사람을 불러내는 진혼제(鎭魂祭)를 지내는 모습이야. 박근혜전대통령이 죽었을리는 만무하고. 혹시 전국에 있는 무당들을 데리고와서 박근혜 석방을 기원하는 굿판을 벌리고 있는게 아닐까?”

 

결국 이날 박근혜는 생일잔치를 치루지 못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생일을 좋아한다. 고향의 어린시절 나는 몇달전부터 손꼽아 생일날을 기다렸다. 조반석죽(朝飯夕粥)이라해서 아침에 보리밥,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에는 죽을 먹던 때였다. 밥은 아침한끼 그것도 보리밥인데 그나마 양이 적어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그런데 어머니가 차려주신 생일아침상은 흰쌀밥 미역국 그리고 떡이 가득했다. 밥그릇위로 흰쌀밥을 백두산처럼 담아줬는데 이를 고봉(高俸)이라 했다. 미역국에 떡이 나왔는데 쌀이 귀해서 수수로 떡을 만들어 주셨다. 그래서 수수팥떡이다. 초등학생인데도 나는 장정처럼 먹어댔다. 기름이 잘잘 흐르는 흰쌀밥에 미역국, ‘쌀밥아 너 본지 오래구나!’. 수수팥떡도 꿀맛이었다.

 

고향을 떠난 이후 나는 생일이 별로다. 호텔 뷔페식당으로가서 진수성찬(珍羞盛饌)으로 먹어봤지만 생일맛이 안 난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수수팥떡 만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해에는 생일을 의미있게 지내고 싶어서 하루종일 틀어박혀 성경을 읽었다. 새벽에서 밤 늦게까지 신약성경을 한번 통독하는데 성공했지만 그것도 별것아니다. 우리부부가 나가는 미국교회에서는 주일예배때마다 앞으로 불러내어 생일축하를 해준다. 7년동안 꼬박꼬박 출석하면서도 난 단 한번 나가 본적이 없다. 미국 장로가 묻는다.

 

“왜, 이선생님은 생일축하를 안 받습니까? 생일이 없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맞아요.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고 족보도 없고 시작한날도 없으나 아브라함을 무릅꿇게한 멜기세댁이란 기인제사장이 있지요. 멜기세댁을 흉내내고 싶어서 그러지요. 그보다 진짜이유는 난 매일 생일이기 때문입니다. 고향의 어린 시절, 한국어린이들은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면서 살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그래도 생일날이면 어머니는 쌀밥에 미역국과 수수팟떡으로 생일잔치를 해주셨지요. 나는 잘사는 나라 미국에 와서 날마다 고기와 케익을먹고 지냅니다. 날마다 생일인데 구태여 태어난 날을 찾아 기념식을 할 필요가 없지요”

 

“?.....”

 

나는 생일을 지내지 않는다. 생일은 커녕 회갑도 진갑도 7순 8순잔치도 없다. 아내는 물론 자녀들의 생일날을 기억 못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생일을 막지 않는다. 아빠는 100세가 되면 생일잔치를 할거라고 말해준다. 자녀들은 아빠의 생일관이 멋지다고 엄지손가락이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서 길어야 80일걸 알고 있으면서…

 

박근혜 생일잔치가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세상은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일주일후에는 삼성오너 이재용이 석방됐다.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주범으로 박근혜 이재용의 죄를 함께 묶어 구속시켰다. 그런데 이재용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모든 죄를 박근혜가 뒤집어쓰게 생겼다. 2주후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이다. 원래는 박근혜가 대통령자격으로 올림픽개회선언을 하게돼있었다. 촛불탄행으로 쫒겨나 감옥에 들어가는 바람에 문재인대통령이 개회선언을 하게 된것이다. 준비가 어려웠다. 예산이 없다. 적자올림픽이 될거다. 경기장준비가 덜됐다. 출전국이 적어 시골올림픽으로 끝나고 말거다. 못하겠다고 반납하자. 그런데 문재인이 떠맡더니 기적을 일궈냈다.

 

북경올림픽의 7분의 1을 쓴 개막쇼는 예술과 IT기술의 멋진 합작품이었다. 1215개의 드론(Drone)이 평창의 밤하늘을 그림과 글자로 아름답게 수놓은 퍼포먼스. 90개국넘게 참석한 사상최대의 참가. 단일팀으로 출전한 남북선수들. 북한 삼지연악단의 축하공연. 미녀응원단이 외치는 ‘우리는 하나다’. 트럼프는 부통령을 보내 공개적으로 올림픽방해공작을 했다. 그런데 북한이 정상회담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바람에 트럼프가 벌린 트럼프놀이는 패착이 되고 말았다. 박근혜의 심정은 어땠을까? 북한 삼지연악단이 서울에서 축하공연을 하자 추종자들이 몰려와 방해하는 무당굿을 했다. 근혜생일날의 태극기만으로는 부족했던지 미국성조기까지 동원했다. .

 

그래도 생일은 즐거운 날이다. 박근혜씨의 생일을 축하한다.

 

“이날은 여호와의 정하신 것이라. 이날에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리로다”(시118:24)

 

 

이계선목사.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sarangbang

 

 

  • |
  1. 이계선목사.jpg (File Size:96.3KB/Download:19)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트럼프는 ‘고민중’... 북미대화 언제 응하려나

    [시류청론] 대화 '저울질'하며 갈팡질팡... 전쟁 '승리' 환상 버려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워싱턴포스트> 2월 11일치에 게재한 조쉬 로긴 기자의 단독 기사 첫 단은 ‘지난 주 동안 한미북 간에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막후에서는 워싱턴과 평...

    트럼프는 ‘고민중’... 북미대화 언제 응하려나
  • 근혜씨의 생일잔치 file

    근혜씨의 생일잔치     Newsroh=이계선 칼럼니스트     지난 2월 어느날 박근혜씨의 67회 생일파티가 있었다. 전직대통령의 생일상은 얼마나 호화판일까? 그런데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죄수의 신분이라서 말이 아니었다. 일반죄수 음식에 달랑 미역국 한 그릇 더 올려놓...

    근혜씨의 생일잔치
  • 영혼의 우주(the cosmos of soul) 上 file

    별나라형제들 이야기 (25회)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먼저 ‘영혼의 우주’의 저자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저자 Patrica Cori는 샌프란시스코 태생이고, 1970년도 뉴에이지 운동초기부터 깊이 간여했다. 그녀는 타고난 투시능력을 활용하여 전 생애에 걸쳐 치...

    영혼의 우주(the cosmos of soul) 上
  • 이아손의 리더십, 노무현의 리더십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52)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바투미, 그리스어로 ‘깊은 항구’라는 뜻이다. 이곳은 아자르 자치공화국의 수도이며 아주 오래 전부터 문명의 교차로(交叉路)였다. 바투미의 시장이 사람들로 붐비고 흥청망청 거릴 때 동서...

    이아손의 리더십, 노무현의 리더십
  • 설날 이승의 벗과 저승의 벗이 만나다 file

    학사주점 ‘금요회’ 벗님들아     Newsroh=신필영 칼럼니스트       어제는 20018년 설날이었습니다   설날 하루 전날 나를 찾아 온 친구 하나가 무엇엔가 쫒기듯 닥쳐 들었습니다   그는 들어서자 마자 꿈얘기로 시작한 그는 많이 흥분 해 있었습니다         그는 자리...

    설날 이승의 벗과 저승의 벗이 만나다
  • 허공 file

    [종교칼럼]   (서울=하늘밭교회) 최태선 목사 = 언제부터인가 매일 시를 몇 편씩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시인은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봅니다. 그것을 날카롭게 부각해내면서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러면 저 같은 둔한 사람도 그것을 보고 시인이 해석해...

    허공
  • 삶은 편해졌지만 부부 행복도가 내려간다면

    부부애는 서로가 노력할 때 지켜지는 것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결혼생활을 하는 미국인 부부들의 행복도를 조사했습니다. 1980년 대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부부는 38%이었는데 2000년대의 조사에서...

    삶은 편해졌지만 부부 행복도가 내려간다면
  • 자녀에게 좋은 성품 길러주자(2)

    ‘순종’은 사회를 배워나가는 데 있어 필요한 성품 "순종은 옳은 권위와 질서에 즉시, 기꺼이 따르는 것입니다." 위대한 성품이 위대한 인생을 만듭니다. 성품은 처한 환경에 관계 없이 나타나는 한 사람의 인격입니다. 성품이 어느 정도 타고 나는 부분도 있겠지만 좋은...

    자녀에게 좋은 성품 길러주자(2)
  • 2월 14일의 죽음과 사랑

        2월 14일의 죽음과 사랑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 editor@inewsnet.net     서기 270년경 2월 14일. 한 남자가 참수형을 당했다. 당시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는 로마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센 종교탄압을 일삼았다. 그가 구금된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다. ...

    2월 14일의 죽음과 사랑
  • 발렌타인데이와 안중근의사 file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Valentine’s day)는 한국에서 명절처럼 중요한 날이 되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겐 그러하지요.   한국에서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렛을 주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지만 미국에선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날입니...

    발렌타인데이와 안중근의사
  • 잔칫집 재 뿌린 펜스… 그래도 갈 길은 가야

    [시류청론] 김정은 정상회담 제의, 남북화해 절호의 기회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가를 위해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방한한 김여정 대남 특사(북한노동당 제1부부장)는 2월 10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남북...

    잔칫집 재 뿌린 펜스… 그래도 갈 길은 가야
  • 한민족 능멸한 펜스 file

    부통령자리가 아깝다     Newsroh=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미국의 부통령은 대통령이 임기 도중 사망하거나 사임, 탄핵(彈劾)당할 경우, 그 자리를 승계하는 직책입니다. 또한 상원의 의장을 겸임하는데 의결시 같은 수의 찬반표로 나뉠 때 캐스팅보트(...

    한민족 능멸한 펜스
  • 혐오의 시대

      혐오의 시대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요즘 욕설은 확실히 다르다. 험악한 언어폭력 혹은 정을 담은 막말(?)에 가까웠던 예전과는 다른 특별한 감정이 실려있다. 대표적인 게 ‘충’이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신조어 욕설에 벌...

    혐오의 시대
  • 평창의 평화촛불를 위협하는 외부바람들

    [특별기고] 평창의 평화촛불를 위협하는 외부바람들   정광일 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   지인 가족 결혼식에 갈 때는 혼인을 축하해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축하객, 하객이다. 지인 장례식에 가는 것은 죽은 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조문객이다....

    평창의 평화촛불를 위협하는 외부바람들
  • “하나님 컴퓨터가 업그레이드 됐어요”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한국에서 유학 온 친구들이 하는 불평 중 하나는 “미국은 어째 한국보다 인터넷이 더 느려요?!”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대답 해 줍니다.   “나, 2006년까지 삐리리...뜨리리...찌리리... 전화모뎀 걸어서 인터넷 연결 했었어...”   물...

    “하나님 컴퓨터가 업그레이드 됐어요”
  • 3차원과 4차원 사이에 있는 지구인 file

    별나라형제들 이야기(24)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지구인은 현재 3차원과 4차원 사이에 있다. 아니 양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변형은 점진적이다. 왜냐하면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면에서 함께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지상에서 진동(vibration)은 바...

    3차원과 4차원 사이에 있는 지구인
  • 시간의 흐름이 멈춘 청산도, 여서도(2) file

    빈무덤 2차 조국순례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서편제 촬영지 길 건너에는 조선시대 축성된 청산진성이 길게 뻗어 있었다. 마음은 무한정 걷고 싶은데 다리가 불편해 섬 일주 도보는 대폭 줄여야 했다. 마침 청산도 일주 관광버스가 사람들을 내리고 있...

    시간의 흐름이 멈춘 청산도, 여서도(2)
  • '하나님 나라'의 역설 file

    [종교 칼럼] '코스타'를 바라보는 다른 눈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몇 년 전이야기입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던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유럽 코스타(유학생 수련회)의 강사로 왔던 분이 교회에서 집회를 한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

    '하나님 나라'의 역설
  • 자녀에게 좋은 성품 길러주자(1)

    [교육칼럼] '경청'은 자녀를 리더로 키우는 데 있어 매우 중요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경청은 “너는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란다”라고 알리는 행동입니다- 지난 주에는 부모로서 자녀들이 갖고 개발하기를 원하는 성품들에 대하여 개...

    자녀에게 좋은 성품 길러주자(1)
  • 미 이민국, 본격적 '불체자 사냥' 나서나 file

    [이민법] 플로리다 17개 카운티 경찰, 불체자 체포시 ICE에 인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위일선 변호사(본보 법률자문) = 경찰이 형사상 범법 행위를 저질렀거나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 사람을 체포하는 경우, 경찰은 그 사람을 무한정 구금할 수가 없다. 통...

    미 이민국, 본격적 '불체자 사냥' 나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