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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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운전을 시작한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멤피스 한식당에서 너무 많이 먹었나? 뉴저지를 지나 뉴욕주에 들어선 무렵부터 배가 아팠다. 근래 변비는 아니지만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았다. 밀린 것이 한 번에 나오려는지 징조가 이상했다. 휴게소는 10마일 정도에 있는데 퇴근시간 교통정체에 걸렸다. 40분 정도 걸릴 것 같았다. 트럭 운전한 이후 가장 심한 교통정체다. 아 뉴욕.

 

예전 인도 북동부 지역 여행할 때의 악몽이 떠올랐다. 현지 물을 그냥 마시고 다니던 때라 물갈이로 심한 설사를 가끔 했다. 이때는 버스를 타고 나오는데 설사가 났다. 한 7시간을 참으며 왔다. 터미널에 도착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바지를 내림과 동시에 괄약근이 견디다 못해 풀어졌다. 나중에 보니 팬티에 변이 조금 묻어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오늘은 양반이다. 네이슨이 운전했기에 휴게소에 들어서자 마자 뛰어내려 화장실로 갈 수 있었다. 내가 운전하던 중에 그런 일이 생겼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요강이라도 갖고 다녀야 하나.

 

화장실에 다녀온 후로 운전을 교대했다. 뉴욕에서 몇 년간 택시를 운전한 사람으로서 교통 정체는 아무 것도 아니다. 트럭이라고 별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교통정체가 풀려 속도를 낼 때가 더 위험하다.

 

보스턴 시내에서의 주행은 극도의 주의 집중을 요했다. 그럼에도 길을 잘 모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어쩔 수 없었다. 처음 가는 길을 한 밤중에 실수 없이 제대로 가긴 어렵다. 네이슨에게 여러 번 지적을 받았다.

 

다음 화물이 뉴햄프셔에서 받아서 인디애나 주로 가는 코스다. 월요일 지문채취 일정에 차질을 빚게 생겼다. 연기 신청을 하려고 알아보던 중 최영수 변호사님으로부터 하루이틀 날짜가 달라도 사정을 잘 얘기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네이슨에게 얘기했더니 디스패처에게 얘기해 다음 주 월, 화, 수 중으로 뉴욕에 보내 줄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배달을 끝내면 보통은 트레일러를 세척(洗滌)하는데 이 주변에 문을 연 트럭 세차장이 없다. 할 수 없이 트레일러 내부로 들어가 눈에 띄는 쓰레기 정도만 주웠다. 페덱스 박스를 싣고 와서 특별히 지저분한 것은 없었다.

 

한 시간 정도 달려 화물 인수처에 왔다. 내일 아침 9시 약속이다. 회사 앞 도로에 차를 주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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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고 운전하기

 

 

어제는 종일 달려 오늘 새벽 5시 30분에 인디애나 주 레바논에 도착했다. 6시에 회사 문을 열기에 30분을 길에 주차하고 기다렸다. 네이슨은 체크인 하는 절차를 내가 하도록 했다. 다행히 이 회사는 별 다른 얘기 없이 서류만 주니 해결됐다. 어떤 회사는 절차가 복잡하다.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떼는 작업도 어느 정도 익혔다. 몇 번만 더 하면 혼자서 할 수 있을 듯 하다. 후진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혼자서 할 정도는 아니다. 한 50% 정도 완성된 느낌이랄까.

 

어제 운전하고 오면서 핸들 조작을 힘 덜 들이고 하는 법을 연습했다. 난코스를 지날 때 긴장해서 팔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일수다. 핸들에서 손을 떼 봤더니 놀랍게도 쏠림 없이 그대로 직진했다. 차선 인식 장치가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실제로 있다. 다만 경고음을 울리는 용도다.) 방향이 한쪽으로 치우치려는 조짐이 보일 때 살짝 핸들을 몇 도 꺾어 주는 것만으로도 차선 유지가 됐다.

 

트럭 세차장에서 트럭과 트레일러를 씻고 근처 트럭스탑에서 대기하던 중 다음 일정을 받았다. 내일 아침 일리노이 주에서 물건을 받아 오클라호마 주로 간다. 하루면 처리할 수 있는 거리다. 다음주 초에 뉴욕에 가는 것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

 

 

일찍 가도 문제

 

 

오전 5시 트럭스탑에서 출발했다. 어제 초저녁부터 잠들어 아침까지 잤는데도 조수석에 앉으니 졸렸다. 꾸벅 졸고 있자니 네이슨이 침대칸에 가서 쉬라고 했다. 피로가 누적(累積)됐나 보다. 내가 자는 동안 네이슨은 발송처에서 물건을 싣고 배달처로 향했다. 오클라호마 월마트 물류 집하장은 오늘 자정 배달 약속이다. 월마트는 1시간 이상 일찍 도착해도 배달 실패로 간주한다. 제시간에 오라는 뜻이다. 어제 오후를 트럭스탑에서 보낸 이유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스프링필드 프라임 본사에 들렀다. 여기서 내 운전면허증 원본을 찾고, 빨래를 한 다음 저녁을 먹은 후 8시쯤 출발할 예정이다.

 

플라자 빌딩에서 일하는 메디슨은 내 얼굴만 보고도 면허증 받으러 왔냐고 물었다. 성이 횅이지? 응 그래 황이야. 지난 번 이곳을 출발할 때와는 수염도 길고 용모가 달라졌는데도 용케 알아본다. 원래 얼굴을 잘 기억하거나, 아시안은 드물어 눈에 띄거나, 둘 다거나.

 

본사에서는 빨래하는데 세탁에 75센트, 건조에 50센트다. 교육장인 캠퍼스인은 각각 1달러 50센트, 1달러다. 트럭스탑에서는 각 2달러 50센트를 받으니 본사가 엄청 싸다.

 

빨래를 한 다음 카페테리아에서 큰 컵에 뜨거운 물을 받아왔다. 지난번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산 왕뚜껑 컵라면이 전자레인지에 데워서는 안 되는 제품이었다. 전자레인지가 일상화되기 전에 나온 제품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막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려다 혹시나 해서 포장지를 보니 전자레인지 사용 금지다. 앞으로는 잘 보고 사야겠다. 트럭에 오니 네이슨은 햇반에 김과 김치로 식사 후 낮잠을 자고 있다.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다고 하던데 피곤할게다.

 

다음 배달 제안이 왔는데 내일 오클라호마 주에서 물건을 받아 금요일에 뉴욕 주로 가는 일정이다. 솔로 드라이버라면 모를까 팀 드라이빙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네이슨은 주말 디스패처가 일을 잘 못한다고 불만이다. 이 물건은 우리가 받아 프라임 본사에 내려놓고 뉴욕으로 가는 다른 화물을 받는 것이 좋다. 네이슨은 이 화물을 펜실베이니아 주 핏스톤에 있는 프라임 터미널에 내려 놓을 생각이다. 거기서 내가 뉴욕행 버스를 타고 가 볼 일을 보는 동안 네이슨은 뉴욕 주변에서 이동하는 화물을 나를 계획이다. 발송처에서 핏스톤까지는 약 1500마일로 서른 시간 걸리는 거리다. 내일 오전에 출발하면 화요일 오후에는 핏스톤에 도착한다. 버스표를 미리 예매하면 밤에는 집에 도착하고 수요일 오전에 볼 일을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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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커 세계에서 일하는 여성들

 

 

자정 조금 넘어 월마트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입구 경비실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 명이 있었다. 나를 보더니 대뜸 신참(rookie)이냐고 묻는다. 신참 티가 나나? 아니면 처음 보는 얼굴이어서 그런가? 내가 신참이라고 답하니 이런저런 조언을 해준다. 월마트 DC에는 항상 먼저 전화를 해. 약속시간과 상관 없이 말이야. 일찍 물건을 받을 수도 있다고. DC? DC가 뭐지? 워싱턴 디씨는 아닐테고. 생각해보니 Distribution Center 인가보다. 우리가 월마트 일반 매장에 물건을 배달할 일은 없다.

 

짐이 든 트레일러 내려놓고 빈 트레일러를 연결해서 나왔다. 3시간 거리의 발송처로 향했다. 처음 가는 길이고 밤이다 보니 몇 번 진출로를 놓칠 번 했다. 그때마다 네이슨의 질책(叱責)은 이어졌다. 길, 어느 길로 가는 지 미리 확인해야 해. 길, 곡선에 들어가기 전에 속도를 줄여. 너무 일찍 브레이크 밟지마. 귀가 따갑도록 매번 듣는다. 나한테 필요한 것이니까 고깝게 여기지 말고 잘 새겨들어야지.

 

발송처에 도착하니 이곳 경비도 6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다. 꼬장꼬장 하시다. 뭐라 하는데 반도 못 알아 듣겠다. 큰 일이다. 네이슨이 있어서 다행이지. 이 회사는 야드자키도 여자였다. 야드자키는 구내에서 작은 트랙터로 컨테이너를 옮기는 사람이다. 네이슨은 야드독이라고 부른다. 20대로 보이는데 얌전하게 생겼다. 컨테이너를 옮기는 일 뿐 아니라 오가며 짐이 실린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신기해서 내려서 쳐다보니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발송처나 배달처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남녀 비율이 절반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일하는 여성이 많다. 나이도 대개 중년 이상이다.

 

기다리며 불닭떡볶이를 데워먹었다. 네이슨은 지난 번 먹은 불닭볶음면보다 더 맵다고 했다. 여전히 잘 먹는다. 국물이 남아 햇반을 데워서 비벼 먹었다. 먹고 나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네이슨은 떡볶이가 신기한지 이것저것 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열심히 동쪽으로 달리는 일이다. 낮밤으로 교대하며 쉴새 없이 달린다. 내일 오후 4시경에는 핏스톤에 도착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약 10마일 떨어진 도시에서 3시간 간격으로 있는 뉴욕행 버스를 타면 포트 오서리티 터미널까지 3시간 걸린다. 거기서 집까지는 또 1시간 반정도. 잘 하면 자정 전에는 집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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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니 좋구나

 

 

밤새 달렸다. 될 수 있는 한 멀리 가려고 했다. 운전 가능 시간 11시간 중 50분 정도를 남기고 오하이오 주의 어느 트럭스탑에 멈춰야 했다. 한 10분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다음 휴게소까지 갈 수 있었다. 450마일 정도 남았다.

네이슨이 운전을 이어 받았다. 나는 침대칸에서 잤다. 중간에 네이슨이 휴식을 위해 트럭스탑에 들렀을 때 일어나 화장실 다녀오고 계속 잤다.

오후 3시경 핏스톤 프라임 터미널에 도착했다. 예정 보다 한 시간 일찍이다. 네이슨이 확실히 나보다 빠르다.

 

핏스톤 프라임 터미널은 솔트레이크시티 터미널 보다 작았다. 카페테리아 음식도 별로였다. 네이슨은 일년 전에 왔을 때는 지금보다 음식이 나았다고 했다. 하늘빛이 요상하다 했더니 네이슨은 토네이도가 올 때 하늘색이 저렇다고 했다. 아닌게 아니라 식당 TV에서는 토네이도 경보 방송이 나왔다. 오클라호마 출신인 네이슨은 토네이도를 많이 봤다고 한다. 한때는 토네이도 추격자였단다. 네이슨은 여기서 목요일 오전 6시에 출발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 이곳으로 돌아오거나 그 이후에는 다른 곳에서 약속을 정해 만나기로 했다.

 

약 10마일 거리의 윌크스 베어(Wilkes-Barre)에 버스터미널이 있다. 다행히 셔틀 버스가 있었다. 전화를 하니 5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리스 사무실 옆 후문에서 기다리고 했는데 나는 다른 후문에서 기다렸다. 5시가 되어도 안 오길래 전화를 하고서야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셔틀버스는 프라임 본사에서 운영하는 것보다 작은 밴이었다. 나 말고 다른 두 명이 더 탔다. 그들은 호텔로 갔다. 운전사 영감님에게 버스터미널에서 회사 터미널로 가는 마지막 셔틀버스가 몇시냐고 물어보니 24시간 운행이란다. 전화만 하라고 했다. 다만 밤에는 좀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오늘 뉴욕으로 가는 버스는 6시 5분과 8시 두 편이 남았다. 나는 혹시나 싶어 스마트폰으로 e-ticket을 미리 구입했다. 요금은 48달러였다. 왕복으로 끊으면 4달러가 할인된다. 어찌될 지 몰라서 편도로만 샀다. 운전기사는 중년의 아주머니였다. 버스 탑승객은 적었다. 서너 번을 더 선 다음 예정된 시간에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에 도착해 7번 전철을 탔다. 한 정거장 가더니 멈춘다. 한참 후에 고장이란다. 내려서 6번 전철을 타고 59가에서 W 전철로 갈아탔다. 한 정거장 간 후 내려서 7번 전철을 탔다. 아까 고장났던 그 열차인지 다른 열차인지 모르겠다. 메인스트릿에서 17번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11시다. 저녁을 먹고 면도와 샤워 후 부모님께 화상통화를 드렸다.

 

아내는 다음 주부터 새로 문을 연 반찬가게에 취업을 해 일을 나간다고 했다. 캐셔로 취직된 줄 알았더니 회계란다. 직원이 여러 명이고 규모가 되나보다. 따로 회계를 뽑다니. 아내는 회계 일을 해본 경험이 있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주 6일을 풀타임으로 일하다보니 자신과 아이들 병원가는 시간을 어떻게 낼 것인지 궁리(窮理)가 필요하다. 급여는 뉴욕주 최저 임금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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