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로 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인권은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놀랍게도 인권의 기본적인 개념은 18세기말 프랑스 혁명이후에 비로소 정립(定立)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인권은 세계의 많은 여성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미국에서조차 여성 참정권이 완전히 실현된 것은 수정헌법 제19조가 통과된 1920년에 불과하니까요.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는 많은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의 위협에 맞서 여성의 교육권리를 지키는 활동으로 최연소 노벨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 가정폭력과 인신매매(人身賣買)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도운 네팔의 아누라다 코이랄라. 여성과 아동인권에 소홀한 이슬람법 개정에 앞장선 이란의 시린 에바디. 난민촌에서 살면서 내전종식을 위해 여성들의 비폭력시위를 주도한 라이베리아의 리마 보위. 유년시절 성폭행당한 아픔을 이겨내고 같은 피해를 당한 아이들을 구호하는 짐바브웨의 베티 매코니. 수많은 아이들을 강제노동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한 인도의 카일라시 사티 아르티. 전시성폭력으로 태어난 고아들과 성범죄피해자들을 위한 쉼터를 만든 콩고의 레베카 마시카 카츄바가 그들입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할머니 인권운동가들이 있습니다. 바로 '위안부 생존자'들입니다

 

1991년 8월 14일. 한국 서울에서 그 누구도 얘기하지 못한 추악한 비밀이 46년만에 폭로되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최초로 세상에 일본의 2차대전 성범죄를 증언한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 군대는 1937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과 중국 필리핀 등 11개국에서 20만명이 넘는 어린 여성들과 소녀들을 납치하거나 속여서 군대 매음굴에서 성노예(性奴隸)를 강요했습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전쟁중 사망했습니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참혹한 성노예 생활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았고,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 속에 피해사실을 침묵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 6월 일본이 2차대전의 위안부 범죄사실을 부정하는 발표를 하자,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자로는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세상에 일본군 ‘위안부’ 범죄를 고발한 것입니다. 1991년 8월 14일이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난 지금도 일본제국주의 깃발을 보면 소름이 끼칩니다. 그동안 말하고 싶은게 너무나 많았지만 차마 말 할 용기가 없었어요"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에 힘입은 다른 피해자 할머니들도 하나 둘 일본군대의 범죄 사실들을 폭로하는데 동참했습니다. 1992년 1월 8일부터 역사적인 '수요 시위'가 시작되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정오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에 모여 위안부 범죄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 인정과 사과,배상, 역사교과서 기록 등 7가지를 요구하는 시위는 현재까지 25년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여성운동가로 변신한 최초의 위안부 피해자입니다. 그녀는 1991년 12월 6일 도쿄지방재판소에 이 문제를 제소해 위안부 사실에 대해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일본 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위안부 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보상을 촉구하는 등,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 문제로 확대하는 데 여생(餘生)을 바쳤습니다.

 

지금 한국에는 46명의 위안부 생존자들이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 90세 가까운 나이 탓에 거동이 가능한 분들은 몇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요즘 더욱 바빠졌습니다.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정부 때문입니다.

 

1993년 일본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은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2차대전중 아시아 각국 여성들을 강제로 위안부 성노예로 만든 사실을 인정했고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는 일본이 2차대전 중에 행한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를 비롯한 우익들은 위안부 범죄사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나이 많은 할머니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습니다. 그중 한사람인 이용수 할머니는 누구보다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주인공입니다.

 

2000년 8명의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미의회 인권상을 수상한 이용수 할머니는 2007년에 미 하원 청문회에서 위안부 참상을 증언하고 역사적인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滿場一致)로 통과되는데 기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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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을 맞아 뉴욕시청과 유엔본부에서 열린 행사에서 "뉴욕시의회가 위안부결의안을 상정하기로 한 것은 돌아가신 동료 할머니들과 세계 여성들의 인권을 위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진실을 위해 법제정에 노력해 준 뉴욕시 정치인들의 노력에 깊이 감사한다"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지난 3월 17일엔 캘리포니아 의회로부터 공로상(功勞賞)을 수상한 자리에서 "일본 정부가 2차대전 위안부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전쟁중 여성에게 폭력을 저지른 다른 나라들에게도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수 없다. 일본이 전쟁범죄의 책임을 져야만 지금 이 순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ISIS와 보코하람에 책임을 물을 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동경 한복판에 소녀상을 세워 자기 조상들이 우리에게 한 짓에 대해 오가는 사람들이 보고 기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역사를 인정하지 않으면 세계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警告)했습니다.

 

할머니는 말합니다.

 

"내 나이 88세, 인권운동하기 딱 좋은 나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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