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이야기] 시사건건 간여했다 피해입은 경험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미국 격언에 '늙어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으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다' 하였다. 이민 1세대가 미국땅에서 크게 성공할 확률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늙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확률은 상당히 높다.

우리 부부도 그렇다. 우리는 이곳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시작해서 늙고 병들어 일손을 놓을때 까지 힘든 노동을 하였어도 군대에서 휴가 나온 손자에게 용돈을 주면서 “너도 늙어서 손자에게 용돈 주고 살 수 있는 인간이 되라”며 편히 말할 수 있는 처지가 됐다. 또 미국땅에서 평범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살아도 비굴하지 않고 정직하게 살면 역시 마음 편한 노년을 살 수 있다.

'한국의 역대 검찰총장 절반이 비리로 형사처벌'이란 신문기사를 읽으며 나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나 미국에서 살 때나 내 판단으로 바르지 않은 것이라 생각이 되는 일을 보면 나서서 따지곤 했다. 오지랖이 넓다고 해야 하나.

오지랖은 ‘웃옷의 앞자락’이라는 뜻으로, 이 일 저 일에 관심도 많고 참견도 많이 하는 사람을 가리켜 흔히 ‘오지랖이 넓다’고 한다. 웃옷의 앞자락이 넓으니 안에 있는 다른 옷을 감싸버릴 수 있다는 데서 온 것이지만, 때로 좋은 뜻이 될 수도 있고 쓸데없이 아무데나 잘 끼어든다는 안 좋은 뜻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올랜도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힘든 노동을 견뎌 낼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이러한 오지랖 넓은 정신이었다고 생각한다.

1959년 12월 링컨 대통령 생가를 한국공군병장이 공군하사를 안내하여 구경시키고 기술학교로 돌아오다 일을 벌인 경험이 있다. 민간버스에서 황색 인종이 백인칸에 앉아 있다고 욕을 하는 미국사람과 시비가 붙어 결국 기지 실내 체육관 링에서 계급장과 국적 무시하고 한판 붙었던 일이다.

다음해 10개월간의 교육을 마치고 교육수료 휴가를 받았으나 영문도 모른 채 버스와 기차 그리고 비행기로 화물같이 급송되어 일주일 만에 오산비행장에 도착한 것이 1960년 4월 22일 오후 12시 30분. 오산 비행장 앞에서 민간버스로 대방동 공군본부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 10분이었다.

인사국 사병과에 귀국신고를 하였더니 모든 행정이 마비되었다고 하면서 영내 사병인 병장을 군에서 침식 제공도 할 수 없다며 매일 출두하여 인사명령을 확인하라고 한다. 한심한 군대를 보면서 낙심한 가운데 계속 사병과를 방문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군복을 입고 서울 시내로 나가 보았다. 마침 남대문 로타리에서 불자동차에 시위대가 타고서 고성을 지르며 오는 것이 보여 도로 한복판에서 불자동차를 세우고 중부 소방서에 인계해 주었다. 그때 시위대에게 몽둥이로 얻어 맞은 왼쪽 어깨는 늙어가면서 좀 불편해 진다.

그해 10월에는 최전방에서 휴가 나온 육군 졸병들의 건빵과 화랑담배를 강탈하려는 육군 헌병과 얽혀 싸워서 사흘간 영창생활까지 했다.

1968년 11월 공군본부 미 고문관실에서 호출하여 갔더니 고문관인 미공군대위가 자신이 2개월간 각 부대를 검열한 후 작성한 보고서라며 읽어 보라고 했다. 한국 군대에 좀 모욕이 되는 내용이 있어서 "한국공군 대위의 월급이 얼마인지 당신은 도데체 아는가"라고 질문했다. 미국 군인 앞이라도 모욕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민 와서 나는 계 회원도 아닌 마당에 계 파동을 낸 사람에게 "두잡 세잡 뛰어서라도 계돈을 갚고 좀 조용히 살라"고 했다. 그의 인맥은 이곳에서 대단했다. 올랜도에서 목에 힘 좀 주고 사는 사람들에게 진작부터 ‘보험’을 잘 들어 놓았던 것이다. 결국 오지랖 넓게 나섰다가 나만 구겨졌다.

오래전 전직 한인회장이 ‘새 한인회장 및 선거관리워원장을 공탁금 때문에 고소한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동족간에 송사만은 말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공탁금을 내어주고 송사를 막았더니 '어르신들 노는데 감히 노동자가 참견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돌이켜 보면 이런 모든 일들이 나에게 조금도 도움 되지 않는 것들 이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조상님들의 말씀을 지키며 살았다. '열 사람의 형리를 사귀지 말고 한가지 죄를 범하지 말라'는 우리 조상님들의 말씀을 찰떡같이 믿고 따라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오지랖이 넓다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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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의 타인에 대한 배려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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