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 중소기업 사장님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지난해 말 우리 두 늙은이는 1박 2일 여정으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세인트 어거스틴을 향하여 차를 몰았다. 이 곳은 그간 몇 번 방문했던 곳이다.

이번에는 그동안 한번도 타지 않았던 마차를 타고 구 시가지를 구경하기로 했다. 마차에 오르니 손님 중 동양 늙은이 두 분이 보인다. 마차에서 내려 인사를 한 뒤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해안을 향한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이 분들은 한국에서 왔으며 자식이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것을 보러 온 김에 미국 땅에서 무엇인가 뜻있는 것을 얻어가기 위해 몇몇 지역을 돌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은 세인트 어거스틴 관광을 마치면 애틀랜타에 있는 스톤 마운틴을 구경하고 귀국할 예정이라고 했다.

나는 올랜도에서 40여년 간 살았고, 비록 힘든 일을 했으나 은퇴하고 지금은 마음 편히 살고 있다고 했다. 노인은 나더러 한국에서 무슨일을 하다가 이민왔느냐고 묻는다. 이야기 도중에 지금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한 장면이 자연스레 화제에 올랐다. 나는 노인에게 한국에서 회장이 출근할 때는 회사 로비에 간부들이 나열하여 90도 각도로 인사하던데 정말 그러한가 하고 질문했다.

그때야 노인은 지갑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나에게 건낸다. 그는 어느 중소기업의 사장님이었다. 그는 IMF때도 자기 회사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소위 갑질이 성행하는 사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기 어렵지 않았는 지 궁금해 했다.

그는 "나는 구김 없는 삶을 사는 직원만 찾아 쓴다"고 하면서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려면 그렇게 하는 것에 해답이 있다고 한다. 또 그는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두 번 세 번 배신하는 것을 죽 먹듯 쉽게 생각하니 삼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어도 배신하고 나간 사람은 다시 쓰지 않는 것이 자신의 인사의 원칙이라고 심각한 표정으로 전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미국땅 여러 곳을 돌아 다녀 보니 이 땅에는 아직 구김 없는 사람들이 남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길이 멀어 오랜 대화가 곤란해 우리는 일어섰다. 그는 나에게 "아까 마부와 악수를 하면서 팁을 주더라" 하며 마부에게 줄 팁을 내가 대신 건네달라며 지폐를 손에 쥐어 준다. 나는 그들 노부부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작별 인사를 했다.

그들과 헤어지고 나는 구김 없는 삶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으나 얼른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부천시에서 3살 난 친 딸을 때려서 죽게 만든 사람은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현직 목사에 신학대학 교수라는 소식에 구김 없는 삶의 뜻을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기가 꺾이거나 풀이 죽지 않고 산다거나, 자신이 활자화한 글이나 말이 행동과 일치한 삶을 살아가는 삶이 바로 구김 없는 삶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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