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image

'엄지'의 삽질

KoreaTimesTexas | 미국 | 2015.09.25. 02:36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 속에는

‘엄지’라는 불리우는 존재가 등장한다. 

존재 ‘엄지’는 순식간에 ‘찍어 누르기’로 

개미의 목숨을 앗아가는 절대파워의 소유자다.



개미 한 마리의 존재가치는 한없이 미력하고 나약하다. 

그러나 그것은 ‘1’일 때의 얘기다. 

인간 손가락 하나의 힘에도 미치지 못하는 ‘1’이었지만 

‘집단’일 경우 상황은 극적인 반전을 이룬다. 

집단을 이룬 개미는 

자기보다 몇 십배가 넘는 크기의 먹이를 

옮기고 분해하고 해체한다.



정부 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움직임에 반대하는 

교사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획일화된 역사관을 강요하는 국가지침에 

두 눈을 부릅뜨는 작은 움직임들의 모습에서 

나약한 개미들이 이뤄낸 ‘집단’의 강인함을 본다.

집단 속의 개미들은 그들 각자가 주도권을 지닌다. 

모두가 자신의 정치 의사를 ‘작정한 듯’ 표출한다. 



가만히 있을 공권력이 아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에서 

영국의 전 노동당 의원 토니 벤은 

국민을 통제하는 첫번째 방법은 ‘겁주기’이고, 

두번째 방법은 ‘기죽이기’라고 말한 바 있다. 

일명 ‘겁주고 주눅들게 하기’다.



국가 안보를 목숨처럼 여기는 한국의 국가기관은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국정화의 근거로 제시한다. 

익숙한 안보논리로 엄지의 파워를 과시한다. 

전형적인 ‘겁주기’다.



또한 편향된 역사관 교육으로 인한 혼란을 잠재우고 

중립적 시각의 교육을 견인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일제의 한국침략을 일제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왜곡하고 

독립운동사를 왜곡 폄하하는 역사반란에 지나지 않는다.

박정희식 철통 통치를 비롯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기술하는 교과서를 

정권의 통제하에 두겠다는 의도다. 

기가 막힌 ‘길들이기’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추진은 

군사 쿠데타 못지않은 역사 쿠데타다. 



국가 권력의 쿠데타는 

소설 ‘개미’에 나오는 

절대파워 ‘엄지’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거대한 그림자와 함께 나타나

개미를 찍어 누르는 ‘엄지’가 등장하면 

개미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제 집으로 숨어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개미는 이미 ‘1’이 아니다.

‘엄지’의 출연이 가시화되자 ‘개미집단’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서울대 역사 전공 교수들이 시국선언의 포문을 연 뒤 

각 대학의 교수들의 기자회견과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일선학교의 역사 교사 2,255명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고 

지난 17일(목)에는 교사 1만 5,700여명이 가세했다. 

군사독재시절 뜨겁게 일어난 시국선언을 보는 듯 하다.



더 이상 ‘엄지’의 존재에 주눅이 드는 힘없는 ‘개미’가 아니다. 

혼자 떨어져 있을 땐 작은 ‘개미’에 불과했던 사람들이 

국정교과서 반대를 외치며 집단을 이루었다.

‘집단’의 위력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현재 정부가 역사 교과서 서술을 독점하는 나라는 

북한과 베트남, 방글라데시 정도다. 

선진국이라 부르는 OECD 회원국 중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나라는 없다. 

시대는 변화하고 사회는 진화한다. 

엄지의 특기인 ‘찍어 누르기’가 통하는 세상은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이 사실을 한국의 청와대는 아직까지도 모르나 보다.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찍어 누르기’는 

흔한 말로 ‘삽질’과 별반 다를 바 없는데

그걸 계속하고 있는 걸 보니 말이다.




[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newsnetus.com
  • |
  1. YCHOI.jpg (File Size:53.7KB/Download:59)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삶의 유형 변해도 인간 가치와 미덕은 불변 file

      직장내 젊은 직원들은 구세대 사고와 전통 경시 말아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어린 손자하고 할아버지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할아버지의 나이를 짐작해보시기 바랍니다. 손자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할아...

    삶의 유형 변해도 인간 가치와 미덕은 불변
  • 듣는 지혜 file

      언젠가부터 ‘소통’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소통’에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을 의미한다. 아무리 똑 소리나게 말을 잘하고 사리분별을 잘해 논리적인 표현이 뛰어나도 그 말이 일방통행이라면 어...

    듣는 지혜
  • 사업 성공 원하면 사람 마음 먼저 읽어라

      소비자 표현 뒤에 숨어있는 마음 분석 프로그램도 있어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대인관계에 있어서 문자나 언어 자체로는 진의의 38%만이 제대로 전달된다고 행동과학자들은 말합니다. 같은 단어라고 할지라도 어떤 단어에...

    사업 성공 원하면 사람 마음 먼저 읽어라
  • '노인 자살률 1위’ 한국, 방법은 없는 걸까? file

      [이민생활 이야기] 노인 인구 절반이 빈곤층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인생의 순환은 ‘생로병사’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생로병사라는 말에서 보여 주듯이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아간다면 반드시 노년기를 지나게 된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노...

    '노인 자살률 1위’ 한국, 방법은 없는 걸까?
  • 묵은지 file

    [설맞이 시선]   묵은지   호월(올랜도 거주 과학시인) 산뜻한 젊은 김치도 좋고 한 겨울 김장 김치도 사이다 같아 시원하고   ▲ 묵은지 ⓒ 공개자료   겉저리, 물김치도 맛있지만 세월 지나 나이 들면 깊은 맛의 묵은지가 되어야지 제대로 삭지 못해 군내나 내면 곤란하...

    묵은지
  • 남성은 두번째 성인가? file

      남자들의 교육성과, 여자들에 비해 뒤쳐져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교수(내셔널유니버시티) = 몇년 전 미국 동부에 거주하는 한인 여고생 홍미례라는 소녀가 미국 의 전국에서 최우수 고등학교 학생으로 선발되었습니다. 이곳 남가주에 있는 명문대학교인 ...

    남성은 두번째 성인가?
  • ‘자유’를 노래하는 기독교인에게 file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에 대한 소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사회학의 고전적 이론 중에 '사회 명목론(social nominalism)'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개인 하나하나가 착하면 자동적으로 사회는 착하게 된다. 왜냐하면 사회란 개개인...

    ‘자유’를 노래하는 기독교인에게
  • “더티 한국X” file

    [이민생활이야기] 외식나갔다가 기분 망친 사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오늘 모처럼 할멈과 외식을 나갔다가 기분 망치고 돌아왔다. 오래간만에 만난 옛 직장 동료 탓이다.     그를 우연히 만나 만갑다고 인사를 하니 그는 나하고 잠시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더티 한국X”
  • 펜인가, 칼인가 [2] file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窓)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세상의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획득한다.  신문기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언어이기에  때로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투자하기도 한다.   1850년대 미국 신문은 ‘골드러시’로 도배됐다.  ...

    펜인가, 칼인가
  • 김교신이 못내 그리운 시절

      '성서신앙'으로 '민족구원' 갈망한 한 선각자의 삶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군대에서 제대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았던 1980년대 초, 그때는 우리 땅이 군화발 앞에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캄캄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이 계속되던 ...

    김교신이 못내 그리운 시절
  • 자녀에게 돈 관리와 책임 가르쳐라

      연령에 맞는 돈의 사용방법 있어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돈은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다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돈과 돈의 사용에 관하여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유대인 부모에 비하여 한인 부모들은 그런 가르침을...

    자녀에게 돈 관리와 책임 가르쳐라
  • '불가역적' 판박이 [2]

      오버랩도 이 정도면 판박이 수준이다.  흐르는 시간의 물줄기를 막아  40여년 전 아버지 시대를 재현해내는 역사의 회귀는  흡사 시간의 데칼코마니를 연상케 한다.   역사학계와 다수의 국민, 심지어 보수언론마저 반대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대표적이고,  ‘일본...

    '불가역적' 판박이
  • 캘리포니아여, 아시안 이민자들에 감사하라 file

      경제 침체기에 아시안들이 생기 불어 넣어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교수) = 캘리포니아 주는 근년에 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한 때는 영화산업의 중심지였던 캘리포니아 정부가 충분한 보호정책을 시행하지 않아서 영화산업이 타 주...

    캘리포니아여, 아시안 이민자들에 감사하라
  • 부자가 되고 싶나요? 간단합니다 file

      돈 버는 것보다 돈 관리에 집중, 수입보다 낮은 지출은 필수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부자가 되고싶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자가 되기 위한 기본 자세를 배우려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부...

    부자가 되고 싶나요? 간단합니다
  • 총의 나라 file

      끝도 없이 황량한 땅 텍사스는  아메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만큼 전쟁의 역사로 점철됐다.   스페인과 프랑스 등 유럽인들이 텍사스 땅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본래 인디언들의 땅이었던 텍사스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유럽 열강들의 통치를 거친 후 1821년 멕...

    총의 나라
  • 야누스의 두 얼굴 file

      옛날 로마인들은 자기들에게 들어온 문물을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었다.    창조적인 모방에 ‘신화’라고 예외일리 없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주요 신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주요 신들은 그리스 신화의...

    야누스의 두 얼굴
  • 가진 것을 세어보고 고마워 하라 file

      몸 건강-마음 건강으로 삶에 큰 영향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이 밤이 새면 저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고 아침 일찍이 로스앤젤레스 공항으로 갑니다. 수십번을 다녀 온 고국이지만 약간 설레는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가진 것을 세어보고 고마워 하라
  • 자녀와 스마트 폰 사용 계약을 맺으세요 file

      부모 통제 확실히 하면서 전화 사용 매너도 가르쳐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십 대 자녀로부터 스마트 폰을 사달라는 요청을 받고 사줄 시기를 저울질하기에 고심하는 부모님들이 많을 것입니다. 스마트 폰을 통한 악한들...

    자녀와 스마트 폰 사용 계약을 맺으세요
  • 창간 1주년에 부쳐 [6] file

      다른 사람이나 특별한 어떤 일을 위해  자신의 몸이나 재물, 시간 등을 내어놓을 때 우리는  ‘희생’이라고 표현한다.    이 단어의 한자 뜻을 살펴보면  犧(희)는 ‘사랑하여 기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고, 牲(생)은 ‘제사에 사용되는 살아있는 소’를 뜻한다. 인간들...

    창간 1주년에 부쳐
  • 미국인의 군인 우대 관습 본받아야 file

      곳곳에서 군에 대한 신뢰 표현 (로스앤젤레스=코리아 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거의 모든 회사는 회사의 평판을 높이기 위하여 많은 돈과 노력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돕는 자선 사업체를 열거하기도 하고 언론 매체에 회사의 선행을 알리기 위하...

    미국인의 군인 우대 관습 본받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