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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의 모순된 '인종차별']



‘인종차별의 싸움’으로 축약되는 미국의 근현대사에

‘최초의 흑인대통령 당선’은 엄청난 반전이었다. 

흑인대통령 탄생  7년. 

그러나 흑인에 대한 미국 사회의 뿌리깊은 인종편견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인종문제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난 볼티모어 사태를 두고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흑인 응답자의 60%는 

경찰의 백인 경찰의 부당한 흑인 대우가 

방화와 약탈을 동반한 폭동으로 번진 것이라고 답한 반면,

백인 응답자의 58%는 

약탈의 구실을 찾으려는 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답했다. 

‘인종갈등’은 여전히 미국의 치부 중의 치부다.



뉴욕, 퍼거슨, 클리블랜드, 볼티모어. 

최근 흑인들의 소요사태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도시다. 

양상도 비슷하다.

흑인이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숨진뒤

항의시위가 소요나 폭동으로 비화됐고, 

관련 경찰이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됐다.



흑인 대통령의 집권시기에 흑인폭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건 역설적이다. 

그만큼 인종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반증이다. 



지난 10년간 업무 중인 경찰에 의해 발생한 

총기사망사건은 수천건에 이르지만 

기소된 경찰은 수십명에 그친다.

피해자의 절대 다수는 흑인이다. 



미 전역에서 행해지는 인종차별이 

여전히 미국사회를 멍들게 하는 가운데, 

인종편견의 가해자로 한인사회가 지목됐다는 오싹한 소식이 들린다.

 

최근 뉴욕타임즈가 

일반기사 분량의 20배에 달하는 초대형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대표집필자인 새라 매슬린 니어 기자를 비롯해 9명의 기자가 취재에 임했고, 

편집부·조사부·사진부 소속기자 20명이 

14개월동안 집요하게 파헤친, 그야말로 ‘공들인 기사’다. 

영어와 한글 뿐 아니라 중국어와 스페인어로도 보도됐다. 

제목은 ‘The Ugly Side of Nice Nails’. 

‘멋진 네일 뒤에 숨겨진 추함’이라는 뜻이다. 



기사는 뉴욕 네일업계의 70~80%를 차지하는 한인들이 

비한국계 네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인종차별과 부당대우, 각종 노동법 위반사례를 자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인들이 장악한 네일업계에 인종별 계급제도가 존재”하고 

“한인 노동자들은 다른 민족 점원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임금을 받는다”고 보도한 이 기사에는

한국인 주인들이 “다른 민족 노동자에 대해 폄하하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는 고발도 들어있다.

또한 근무시간에 자유롭게 얘기를 나눠도 되는 한국인과는 달리 

비한국계 종업원은 침묵상태를 강요받았다는 사례와 

책상에 앉아 편하게 점심을 먹는 한국인 직원과는 달리 

비한국계 직원들은 한쪽 구석에 서서 점심을 먹어야 했다는 증언도 기사화됐다.



간혹 “인종차별을 받았다”며 울분을 토해내는 한인들을 만난다. 

혹여 자녀가 학교에서 ‘인종차별’을 받을까 우려하는 한인들도 없지 않다. 

미국 직장 내에서 승진차별을 받는 ‘유리천장’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타임스의 기사는 자신들이 받는 인종차별에는 부르르 떨면서 

자신들이 행하는 인종차별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한인들의 모순된 행태를 정확히 가격한다. 



한인들의 이중적인 인종차별 의식이

기사 속 뉴욕 내 네일샵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부끄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행한대로 받는 법이다. 

우리 주변에 다른 민족에게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어떤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지

겸허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인종주의와 인종차별에 대한 

한인들의 이기심과 배척이 너무나 뼈아프다.




[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newsnet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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