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이야기] 드라마 ‘여우 각시별’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칼럼니스트) = 연어는 죽을 때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가 알을 낳고 생을 마친다고 한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귀농자’ 혹은 ‘귀어민’ 등이 늘어난다고 한다.

나도 최근 ‘귀환’한 것이 있어서 쓰게 됐다. 나는 집안에 우환이 조금 생겨서 한동안 드라마를 보지 않다가 ‘여우 각시별’이란 요즘 나온 드라마를 우연히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쉬지 않고 CD 8개를 계속 마스터 했다.

나는 아직 드라마의 배경인 인천 공항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할 지 모른다. 그렇게도 반대가 심했던 인천 공항이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공항으로 다섯번이나 선정되었다고 하니 꼭 한 번 보고 싶기는 하다.

드라마에는 비행기에 몸은 싣는 이들의 사연이 나온다. 한 사람은 LA에 살고 있는 이민자이다. 그는 제주도에서 평생 농사 짓고 잘 살고 있는 자신의 늙은 홀아버지를 온갖 감언 이설로 꼬여서 논밭 팔고 집도 처분하여 챙겼다. 그리고 비행기표를 홀아버지 손에 쥐어주고 어느날 몇 시에 인천공항에서 만나자고 하고는 비행기표를 취소하여 그마저 챙겨서 미국으로 도망을 쳤다.

이민자 얘기가 나쁘게 그려지는 것이 좀 부담스럽다. 내 큰 자식놈을 얘기하자면 그는 한 달 후면 만 56세가 된다. 한국 같으면 명퇴할 나이인데, 30년 근속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옮겨가며 연봉을 39% 더 받기로 계약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식놈 말이 자신은 이제야 자신의 능력에 맞는 연봉을 받게 되었단다.

한국 드라마 작가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부모가 별볼일 없는 자동차 정비공, 그리고 식당 웨이추리스 해서 다섯 아이들 대학을 마치게 할 수 있는 나라가 세계 어디 있는가. 그리고 부모가 늙어 병들어도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살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

현대자동차의 정세영 사장님은 나에게 미국 가면 고생한다고 하셨으나 고생 끝에 무엇인가 얻을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부부는 열심히 일했고, 열매들을 거뒀다. 수많은 이민자들도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런데 이번 글은 내 이야기나 자식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삼수를 해서 겨우 겨우 공항 시설공단에 입사한 여사원 얘기가 주제다. 그는 인천공항 출국장에 버려진 늙은이를 보고 차마 인간으로 못 본 척 할 수 없어 자신의 용돈으로 우선 요깃거리를 사주고 연고자를 찾아 준다.

눈치껏 피하는 것도 사회생활의 중요한 요령인데 여사원의 오지랍은 막무가내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는 오직 자신의 승진만 생각하는 동료나 상사들이 있다. 여사원의 상사는 여사원에게 "본 업무나 잘하라”고 하면서 "보고도 못 본 척 못하는가?"하고 고함을 지른다. 이 장면에서는 나도 늙어서인지 눈물이 흐른다.

1959년 내나이 22살 때 한국군 한 명이 월남군 세 명에게 몰매를 맞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월남군 세 명을 죽지 않을 만큼 때려 주었다. 그때 한국 공군 선임장교인 모 중령은 나에게 모진 기압을 주면서 드라마의 대사처럼 "못 본 척 그 자리를 피하면 될 것이 아닌가"라고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출세에 눈이 먼 인간은 있는가 보다

나는 모진 기압을 당하면서 참고 참았으나 쌍코피가 터지고 나서 중령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말았다. 나는 당시 병장이었으니 뒷얘기는 적지 않아도 짐작하리라 믿는다.

‘여우 각시별’ 작가에게 바란다. 부디 여사원이 그 놈의 오지랍을 인정 받아 승진도 하고 사랑도 하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으로 그려주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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