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얼마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지금 우리 눈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전개된 드라마틱한 일들은 ‘현실이 상상을 앞선다’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제 고작 한달여 지났을뿐인데 지난 70여년간의 세월을 단숨에 뛰어넘는 놀라운 장면들이 잇따랐으니까요.

 

2년전 트럼프가 대선출마를 했을 때 그가 백악관의 주인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TV리얼리티쇼로 유명해진 부동산재벌, 플레이보이에 막말을 일삼고 성차별적이며 반무슬림 등 인종적 편견을 굳이 감추려 들지 않는 그는 인품으로 보자면 보통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가 미국의 대통령이 덜컥 되었을 때 미국인도 세계인도 다같이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대통령의 인격과 능력은 별개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 한민족에게는 다시 올 수 없는 역사의 구원자(救援者)가 될지도 모를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사람팔자 알 수 없습니다.

 

 

11.jpg

 

 

2년전 미 대선을 앞두고 ‘글로벌웹진’ 뉴스로는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를 공식 지지한 바 있습니다. 평생을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해 살아온 그는 본래 사회주의자를 자처했으나 현실정치를 움직이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해 대선 경쟁에 나선 인물입니다.

 

세계금융위기는 월스트리트의 탐욕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일갈(一喝)하며 반세기 정치인생을 빈부격차 해소(解消) 등 99%를 위한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온 만 75세의 노정객에게 수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했습니다. ‘오바마신드롬’ 못지 않은 ‘샌더스열풍’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기득권 세력과 오바마 대통령은 흠결 많은 힐러리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그해 7월 칼럼에서 저는 “힐러리가 왜 민주당 유권자들이 샌더스에 열광했는지 그 뜻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대권에서 처절한 패배를 맛볼 수도 있다”고 썼습니다. 결과적으로 힐러리와 민주당은 그 뜻을 헤아리지 못했고 기존정치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이단아(異端兒)’ 트럼프에게 패배를 맛보았습니다.

 

트럼프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훨씬 훌륭하게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가장 큰 장점은 그간 미국의 대통령들을 조종한 기득권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그 자신 재벌이기도 하거니와 부동산개발로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부패한 월가의 포식자(飽食者)들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었습니다.

 

최초의 유색인종대통령으로서 ‘변화의 바람’을 호기롭게 내세운 오바마는 솔직히 겉만 번지르르 했을뿐입니다. 그가 재임한 8년간 불체자 사면 등 이민개혁은 정체상태였고 대북외교정책은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의 사실상 무외교정책이었습니다. ‘오바마는 잘하려고 했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에서 도와주는 것이 없어 그런 것 아니냐’는 것도 웃긴 이야기입니다. 오바마가 잘했으면 의회에서도 민주당이 왜 우위를 점하지 못했겠습니까.

 

공화당의 수구보수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기득권층의 악몽은 트럼프의 등장으로 시작됐습니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우선주의)’를 외치며 백악관 주인이 된 트럼프 덕분에 미국은 역설적으로 70년 넘게 구축해온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주도의 세계질서)’의 균열(龜裂)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왜 세계의 경찰노릇을 하며 돈을 쓰냐는 볼멘 소리는 이젠 세계의 분쟁지역에 관여하고 지원해봐야 이득이 별로 없다는 현실적 계산에서 나온 것입니다. 되레 미국이 구축한 세계 질서의 후유증으로 테러 위협이 증가하고 불법이민자들이 많아지며 가난한 백인하류층이 늘고 있다는 내부의 불만이 증폭되었습니다.

 

트럼프의 등장은 기막힌 타이밍이었습니다. 집권후 호전적인 수사(修辭)와 북한의 벼랑끝전술을 오히려 능가하는듯한 트럼프가 전쟁위기의 한반도를 극적인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주역이 되고 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역사의 수레바퀴입니다. 양복 재단사출신의 트루먼이 훗날 독일의 항복을 받고 원자탄 투하와 한국전쟁 등 세계 역사를 바꿔놓은 미국의 대통령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는 무려 4선에 성공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임직후 사망하지만 않았더라도 존재감없는 부통령을 하다가 끝냈을 것입니다.

 

하물며 품위없는 부동산재벌 출신의 트럼프가 한반도종전선언과 북미평화협정, 나아가 노벨평화상까지 받는 위대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이제 북미정상은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역사에 남을 담판과 합의를 이룰 것입니다. 트럼프 스스로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 것처럼 이제 시작입니다. 예측컨대 이번 정상회담에선 비핵화와 상호불가침의 선언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7월 평양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종전선언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싱가포르 회담이 본격적인 순방외교의 중대한 시금석(試金石)이 될 것입니다. 일정을 공개한 채 북한을 비워두고도 통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내외에 확인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10월 워싱턴 방문은 물론, 플로리다에 있는 트럼프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도 가능하겠지요.

 

그 과정에서 북미간 드라마틱한 화해의 결실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피랍 50년을 맞은 푸에블로호의 반환, 한국전쟁 실종미군 유해의 전면조사, 트럼프타워의 평양 건설 등등 아직 우리가 놀라 일들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기대합니다. 한바탕 멋진 ‘트럼프 쇼’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

 

 

 

 

  • |
  1. 11.jpg (File Size:42.7KB/Download:18)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서울 하늘 7시간 누빈 북 무인기들, 무사히 돌아간 이유는? file

      [시류청론] 조준 사격회피? '혈맹 미군'의 침묵이 의심스럽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정찰임무를 띤 것으로 보이는 북의 저속 소형무인기 5대가 12월 26일 오전 서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 김포, 파주, 인천 강화 지역의 상공을 7시간이나 저공...

    서울 하늘 7시간 누빈 북 무인기들, 무사히 돌아간 이유는?
  • 국민은 언론의 정도(正道)를 바란다 file

      MBC 뉴스채널 조회수 '세계 1위'로 올린 윤정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세계 ‘유튜브 뉴스채널’ 부문 월간 집계 결과 한국어 방송인 MBC가 3억9300만 조회, 하루 평균 1310만 조회라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이명박 준독재 ...

    국민은 언론의 정도(正道)를 바란다
  • 미국은 더 늦기 전에 적대정책 폐기해야 file

      [시류청론] 북한 최신 ICBM 연속 발사에 주한미우주군사령부 창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다탄두 대륙간탄도탄(ICBM)을 계속 발사하여 긴장감이 높아지자 미군이 ‘인도-태평양사령부 ...

    미국은 더 늦기 전에 적대정책 폐기해야
  • 부탄에서 보는 하나님 나라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전 국민의 90%가 기독교인이라고 한다면 이 나라는 지상천국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 속을 들여다보면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선교사님이 일 년간 선교지(에스와티니)에서의 삶을 ...

    부탄에서 보는 하나님 나라
  • 미국은 북중러 군사력 인정해야 전쟁 막는다 file

      [시류청론] 패권경쟁보다 현상유지 위한 평화 구축 시급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이 최근 미 본토 타격용 대륙간탄도탄을 태평양으로 이미 여러 차례 발사했다. 반면에 미국은 북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항모전단, 장거리핵폭격기, 핵잠 등을 동원하...

    미국은 북중러 군사력 인정해야 전쟁 막는다
  • 북핵 연속 발사 이끈 윤 정부의 '치명적 일격' 발언 file

      [시류청론] "한국 핵보호는 자살행위"...핵우산 반대 목소리 커지는 미국 여론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블룸버그통신>은 10월 23일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제프리 루이스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 동아시아 국장 등의 한반도 전...

    북핵 연속 발사 이끈 윤 정부의 '치명적 일격' 발언
  • 이끌리는 지도자 file

      [종교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헨리 나우엔 신부는 <예수님의 이름으로>라는 작은 책자에서 미래의 그리스도인 지도자에 대해 말했다. 그가 말한 미래의 지도자란 이끌리는 지도자이다. 생각을 해보자. 아니 상상을 해보자. 지도자라는 ...

    이끌리는 지도자
  • 연이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불안한 한반도

      [시류청론] 미국, 대북 적대정책 폐기만이 살 길이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10월 4일 한국군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이른 아침 중거리(미국은 장거리미사일로 판단)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 2017년 이후 5년 만에 일본...

    연이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불안한 한반도
  • 북한의 핵무력법 법제화, 전쟁준비 끝냈다는 뜻? file

    [시류청론] 북의 최근 행보가 우려되는 이유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 9월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회의는 자위적 수단으로 ‘핵 선제타격’을 명문화한 법령을 통과시켜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미국 등 전 세계 9개 핵보유국의 ...

    북한의 핵무력법 법제화, 전쟁준비 끝냈다는 뜻?
  • 재외동포 언론인이 한국정부에 호소합니다 file

    [주장] 재외 언론진흥재단 설립이 필요한 이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흔히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가 애국자가 된다고들 한다. 현지에서 터 박고 사는 재외 언론인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더 깊고, 더 강한 열정으로 국가의 이익에 봉사해야만 하...

    재외동포 언론인이 한국정부에 호소합니다
  • 무기 강국 대한민국, 더 이상 미국 ‘호구’ 되지 말라 file

    [시류청론] K-방산 장비 수출 세계 4위… 미국도 항공기 1000여대 구입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최근 < CNN > 특집 방송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해 10월 폴란드에 K-9 자주포를 수출한데 이어 최근에는 20조원(약 15억 달러) 규모의 K-9 자주포, K-2...

    무기 강국 대한민국, 더 이상 미국 ‘호구’ 되지 말라
  • 나를 망하게 한 한 권의 책 file

      [종교칼럼] 기로에 선 그리스도인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오래 전 일이다. 동기목사들 몇이 한 시골교회를 방문했다. 그곳의 목사는 동기였고 시골교회라서 아무런 문제없이 세습을 완료한 교회였다. 사실 시골교회에서는 목사가 왕이다. 철따...

    나를 망하게 한 한 권의 책
  • '동족상잔의 길' 걷고 있는 윤 정부에 대한 경고 file

      '미한일 vs 중러북' 대결 구도 형성에 말려들지 않기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본래의 한미군 연합훈련(올해는 '을지 자유의 방패')이 시작된 8월 22일 연 '을지국무회의'에서 "을지훈련이 지난 5년간 축소돼 시행됐다. 올해는 실제 ...

    '동족상잔의 길' 걷고 있는 윤 정부에 대한 경고
  • 펠로시의 대만 순방과 판문점 방문… 북한은 불안하다 file

      [시류청론] 북의 도발 수위 낮추려면 8월 연합훈련 축소 뿐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펠로시 미 하원 의장(민주당)이 중국의 결사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대만 방문을 강행한 데 이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다녀갔다. 펠로시 의장은 이밖에도 싱가포르, ...

    펠로시의 대만 순방과 판문점 방문… 북한은 불안하다
  • 젤렌스키의 실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윤 정부 file

      [시류청론] 미국의 '대중 전쟁'에 휘말리지 말아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위협을 예상하면서도 미국의 꼬임에 넘어가 우크라이나(우크라)에 무기와 전비를 적극 지원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

    젤렌스키의 실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윤 정부
  • 전문가들의 제국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이반 일리치는 20세기 중반을 '인간을 불구로 만드는 전문가의 시대'라 부른다. 맞는 말이다. 현대는 전문가들의 제국이 되었다.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함을 알면서도 전문가들에게 ...

    전문가들의 제국
  • 77년간 불허한 일본군 장교 입국을 허용하다니! file

      [시류청론] '초청자' 미군에 동조, 반민족적 행태 보인 윤 정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주한 미8군 사령부는 7월 4일부터 8일까지 캠프 험프리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초급 장교들의 교류 심포지엄에 광복 이후 처음으로 일본군 초급 장교들을 초청, 한...

    77년간 불허한 일본군 장교 입국을 허용하다니!
  • 다시 떠올려본 신문윤리실천요강 file

    [옥자편지 제44화] '따옴표 저널리즘'을 개탄한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새빛교회 사무장: (화난 목소리로) 아니, 이럴 수가... 내가 언제 목사님이 사퇴하셨다고 했습니까? 누리신문 천 기자: 어라? 저는 그날 천지종교협회 창립 1주년 식사 자리...

    다시 떠올려본 신문윤리실천요강
  • 일본의 핵 폐수 방출 결정이 '진지한 연구'의 결과라고? file

      [시류청론] 이기심과 거짓 태반... 한국정부, 저지 노력 계속해야 (텐진=코리아위클리) 이윤낙(재중대한체육회 회장) =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13일 내각 회의에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의 100만t 핵 폐수를 바다에 방출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이 ...

    일본의 핵 폐수 방출 결정이 '진지한 연구'의 결과라고?
  • 추체험과 축제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중학교 때 방민재라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의 집은 부자의 집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그 집에 놀러간 우리들은 거실에서 당구를 쳤다. 당구대가 있었다. 그것도 미니 당구대가 아니라 당구장에서 보는 것과 똑같은 당...

    추체험과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