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종전선언을 한다면

 

 

Newsroh=로창현 칼럼니스트

 

 

남북미정상.jpg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잡는다.’

 

남북을 갈라놓은 당사자인 미국의 대통령과 분단의 아픔을 오롯이 겪어야 했던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맞잡는 모습은 상상만 하여도 心臟(심장)이 鼓動(고동)칩니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한국에 옵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그의 방한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판문점 방문 가능성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났듯이 남북미 정상 세 사람이 손을 잡고 분계선을 오가고 도보다리에서 회담하는 모습이 연출된다면 금세기 최고, 최대의 뉴스가 될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판문점에서 북미정상이 만날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강원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일대나 인근 비무장지대(DMZ) 초소를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기대어린 추정이 아니라 최근의 돌아가는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우선 북미정상간의 氣流(기류)가 범상치 않습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실망스럽게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북미정상은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주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한 시정연설에서 “트럼프대통령이 계속 언급하는바와 같이 나와 트럼프대통령사이의 개인적관계는 두 나라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각나면 아무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언론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매섭게 비난하면서도 최고 지도자가 트럼프대통령에 대해선 좋은 관계라고 감싸는 것은 중요한 ‘대목’입니다. 트럼프대통령이 처한 미국내 특수한 정치적 지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아니나다를까, 북미정상이 최근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트럼프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어제(10일) 김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 만 73번째 생일(14일) 축하의 뜻을 전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와 김 위원장)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의 미래는 경이적일 것”이라고 우호의 뜻을 피력했습니다.

 

정작 놀라운 것은 그다음입니다. 김위원장이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사실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것입니다. 전례없는 일이었습니다. 더욱 주목할만한 것은 김위원장이 친서에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입니다.

 

이는 트럼프대통령의 친서가 “훌륭하다”고 찬사를 보낼만큼 흡족한 내용이며, “심중히 생각해 볼” 모종의 제안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트럼프의 ‘정치적 판단능력’과 ‘남다른 용기’라는 찬사까지 나올 정도라면 방한기간중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하여 한머리땅(한반도)의 종전선언 가능성이 거론되는게 아니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정상간 만남은 김위원장보다 문대통령과 트럼프대통령이 더욱 원하고 있습니다. 김위원장은 싱가포르회담이후 실망감을 직간접으로 표했고 “미국이 계산법을 바꾸지 않는한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동시에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餘韻(여운)을 남겼습니다.

 

사실 미국으로서 종전선언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종전선언의 구속력이 갖춰지려면 평화협정이 필요합니다. 당사국간에 국제법상 지켜야 할 조약이 맺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혹 북미가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난항을 빚는다 해도 선언문이 특별한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종전선언은 트럼프대통령의 결단만으로도 충분하며 김정은위원장이 비핵화의 보폭을 동시적으로 내딛는다면 미국내 여론도 긍정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북이 싱가포르 선언이후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중지 등을 주동적으로 취한 것은 적대관계 해소의 첫걸음인 신뢰구축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선언의 상응조치를 약속하는데 비핵화의 큰 걸음을 왜 이어나가지 않겠습니까.

 

김위원장은 지난 2월 폼페이오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 아이들이 평생 핵을 지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전쟁위협으로 핵을 만들었으니 그 위협이 사라지면 핵도 당연히 없어질 것입니다.

 

트럼프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을 성사시킨다면 그가 얻을 이득은 너무나 많습니다. 당장 재선가도를 비롯한 정치적 입지는 坦坦大路(탄탄대로)이며 노벨평화상 수상도 따놓은 당상이 될 것입니다. 그뿐인가요. 미국시민 북한여행금지와 대북제재 해제, 북미연락사무소설치, 미국기업 진출도 연이어 이뤄질 것입니다. 트럼프는 그리하여 평양에 트럼프타워를 세우고 원산에 트럼프카지노 호텔을 여는 꿈같은 일도 이뤄낼 수 있습니다.

 

‘거래의 기술’과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가 과연 이런 기회를 놓칠까요. 김정은위원장과 이미 두 번이나 만났고 사상 초유의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그가 앞선 미국 대통령들처럼 유람하듯 전방초소만 둘러보고 갈까요. 트럼프대통령이 위대한 역사의 주인공이 될지, 태산만 울린 생쥐 한마리가 될지(泰山鳴動鼠一匹) 자못 흥미롭게 지켜보는 까닭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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