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이야기] 40년 자동차 판매원 처조카를 보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지난주에 먼 곳에서 할멈 친조카 가족이 왔다. 할멈 병 문안을 위해서이다. 애틀란타에서 사는 큰 딸이 지애미를 위해 먼 거리 마다 않고 병문안 간다는 그들의 말을 듣고, 고마운 마음에 먼저 애틀랜타에 들르라고 했다. 그리고 평생 한 번 구경하기 힘들다는 '마스터스' 골프 대회를 구경하고 대접도 잘 받았다고 한다. 할멈은 그들이 온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고모, 명기 왔어요" 하며 들어서는 그들을 보고 눈시울을 적셨다.

나는 처남 덕에 이민을 결심했고, 이곳 올랜도로 왔다. 그들은 필라델피아로 70년대 초에 취업 이민을 왔다.

할멈 조카와 내 큰 자식놈이 이민 초기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그들의 고초는 이민 1세대보다 더 참혹하였던 것 같다. 조카는 18살에 이민을 와서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나 영어가 부족하여 영어 교육반으로 가라고 하여 가보니 험악한 애들이 모인 곳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여선생에게 사정사정하여 고등학교 정규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처 조카는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41년간 미국땅에서 자동차 판매사원 노릇하며 살았다고 한다. 지금 나이가 62살인 조카는 내 새차의 기능을 설명하여 주었는데, 과연 미국 회사의 최우수 판매사원 다웠다.

나도 자동차 하면 한가닥 했던 사람이다. 조카의 설명을 들으면서 47년 전 일이 떠올랐다. 당시 나는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에게 현대 자동차에서 처음 만든 독일 벤츠버스(엔진 샤시만 수입)에 대해 서울역 근처 어느 버스회사 주차장에서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울산공장 생산담당 부장이 무슨 사고로 상경하지 못하여 본사 판매사원이 조 회장에게 버스의 기능을 설명하러 가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가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그러자 '사업소의 송 차장을 보내자'는 결정을 했고, 급히 나에게 연락을 했던 것이다.

나는 작업복을 입은 채로 그곳으로 가면서 본사에서 보내준 벤츠 버스의 기능을 열심히 읽어 보았다. 정주영 회장도 자동차 정비공장 운영자 답게 자동차를 잘 알고 있었으나 조 회장은 '수송보국(輸送報國)' 일념 하나로 매진하신 분이었으니, 자동차에 관한한 조 회장이 정 회장보다 한 수 위였다.

조 회장은 내 설명을 들으면서 한 시간 넘게 버스를 살펴 보고 보강할 것 등을 지적했는데, 무엇보다도 운전석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았다. 버스 기사가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내일 계약서에 서명하겠다"고 하시고 떠나고, 나는 임무를 완수했다.

그러고 보니 이민 온 우리 가족 중에는 한 우물을 판 사람이 많다. 할멈은 미국 동료들이 자신이 봉사할 손님이 팁을 넉넉히 줄 것인가 점을 쳐 달라고 할 정도로 웨이추리스직에 수 십 년 몸담았었다. 나는 "어글리 차이나맨에게 가면 차 고장을 고쳐 줄 것"이라고 하여 찾아왔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 그리고 '베스트 인 타운' 소리도 많이 들었다.

지금은 조카들도 잘 살고 있은 것을 보면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특히 이민자는 소수 민족으로 이 땅에서 버티고 살아가려면, 자신이 하는 일에 긍지를 가지고 한 우물을 열심히 파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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