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로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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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출장을 갔다. 거리에 줄줄이 늘어선 배너들이 눈에 띄었다. 바로 ‘수퍼볼(Super Bowl)’ 홍보물이었다. (한국에선 슈퍼볼이라고 부르지만 현지 발음대로 수퍼볼이라 표기한다.)

 

NFL(프로미식축구) 챔피언결정전, 수퍼볼이 3일 애틀랜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해마다 1억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관전하는 수퍼볼은 단일경기로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이벤트이다.

 

미국이민자들의 현지화(?) 척도로 수퍼볼만한게 없다. 이민와서 언제부턴가 수퍼볼을 놓치지 않고 꼭 보고 있다면 미국에 적응(適應)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스포츠든 경기규칙을 알면 흥미롭게 보인다. 하물며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풋볼(미식축구)임에랴.

 

일종의 ‘땅따먹기 스포츠’인 풋볼은 신대륙을 정복하고 세계 곳곳에 군사기지를 세우며 영향력을 드리우는 미국과 많이 닮았다. 미국의 정체성이 담긴 스포츠인 셈이다. 오래전 고등학교 풋볼팀 경기를 관람한 적이 있다. 선수들이 입장할 때 마치 최후의 전쟁터에 나가는 군대 행렬처럼 발을 구르며 비장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미국인들이 풋볼을 남성 스포츠로, 축구는 여성 스포츠로 여기는 것도 풋볼의 격렬함을 말해준다.

 

수퍼볼이 미국 바깥에서도 화제가 되는 이유는 승부보다는 TV 커머셜이다. 경기전후로 방영되는 30초짜리 광고가 500만 달러를 상회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신규 광고들이 대거 선보이고 팝스타의 하프타임 공연 등이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기 때문이다.

 

수퍼볼이 열릴 때마다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되느냐가 한번쯤 뉴스로 다뤄지는데 2014년 개최한 뉴욕시의 경우, 약 6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創出)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수퍼볼을 앞두고 32개 NFL구단과 스폰서 기업 스포츠마케팅 회사 등이 크고 작은 '수퍼볼 파티'를 연다. 파티의 1인당 비용은 최하 5000달러에서 2만 달러에 이른다.

 

수퍼볼 입장권은 액면가가 500~2500달러에 달하지만 인터넷에서는 10배의 값을 주고서라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경기장 주변 호텔들은 많게는 10배까지 가격이 상승한다. 하루 30만원짜리 방이 300만원이 되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호텔은 수퍼볼 주말 방이 없어서 못들어간다. 개최지로 향하는 항공기 좌석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클래스의 경우 3배에서 5배까지 값이 뛴다.

 

수퍼볼은 서민들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꾸기 어려운 부자들을 위한 잔치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삼삼오오 TV 앞에 몰려 앉아 맥주와 피자, 치킨 등을 즐기며 승부맞추기 게임을 하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다.

 

수퍼볼이 한겨울에 열리다보니 대체로 따뜻한 주에서 개최지가 선정된다. 마이애미 지역과 뉴올리언스가 가장 많은 10회를 주관했고 LA 지역이 7회, 탬파(4회) 샌디에고 피닉스 휴스턴 (이상 3회) 등 대부분 남부 도시들이다. 이번에 개최한 애틀랜타의 경우, 1994년과 2000년에 이어 19년만에 주최하는 기쁨을 안았다.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은 2014년 개최가 유일할만큼 슈퍼볼 앞에선 여지없이 작아지는 도시다.

 

사족(蛇足) 하나, 뉴욕에서 수퍼볼이 개최됐을 때(사실 뉴욕연고의 두 팀은 홈경기를 뉴저지 러더포드 구장에서 란다) 빌 드블라지오 시장은 이색 발표를 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처럼 집에서 TV로 시청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앞서 주최측이 뉴욕 시장에게 두장의 초청권을 증정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으로 당선될 때 서민지원과 부자증세를 공약으로 내세운만큼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슈퍼볼 관전의 욕구를 억누른 셈이다. 그도 아마 속으론 꽤나 가고 싶었을 것이다.

 

 

* 이 글은 데일리스포츠한국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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