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요즘은 누굴 만나도 내가 목사라는 사실을 밝히기가 어렵다.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거나 까닭 없는 적대감과 마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목사는 신망을 잃은 정도가 아니라 똥통에 빠졌다.

사실 할 말도 없다. 실제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독교가 목사교가 되었다며 목사 없는 교회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다.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목사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목사, 장로 임기제와 같은 것이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상식이 되었고, 그러한 제도를 만드는 것을 마치 개혁의 모델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과연 목사 없는 교회가 바른 교회이고, 임기제가 바람직한 제도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목사 없는 교회를 시도해보라. 작금의 교회 제도와 형태 하에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원형 교회를 내세우며 목사 없는 교회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눈여겨보고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그 모임을 이끄는 분이 목사보다 더 권위적이라는 말을 여러 사람에게서 듣고 있다. 나는 그런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교회에 어떤 사람을 지도자로 세워도 그 사람은 오늘날 목사와 마찬가지가 된다.

문제의 본질은 권위와 힘이다. 목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목사가 권위와 힘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목사를 제거하고 다른 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해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다시 권위와 힘을 행사하게 될 뿐이다. 오늘날 교회의 문제의 본질은 교회가 하나님 나라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의 다른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권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회의 문제점을 발견하신 분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것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권위와 힘이 소멸된 곳이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권위로 다스리는 사람이 될 수 없다. 그곳에서는 오직 본이 되는 것으로 다른 하나님의 백성들을 인도해야 한다. 그 본의 핵심은 당연히 사랑과 그 사랑에서 비롯되는 진정한 섬김이다. 물론 어린아이를 훈계하는 것처럼 하나님 나라 백성들 역시 훈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훈계 역시 세상의 방식과 달라야 한다. 강요가 아니라 훈계를 받는 사람이 깨달아 스스로 동의할 수 있는 훈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떠한 폭력도 없는 오늘날의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새로운 종류의 훈계이다.

성서가 말하는 사람의 특성 가운데 가장 먼저 제시하는 덕목이 오래 참음이다. 힘과 권위로 하는 훈계가 아니라 사랑으로 하는 훈계는 바로 이 오래 참음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깨달아 알 때까지,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본을 보여주고 그 본을 따라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 과정을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님 나라 공동체인 교회는 권위 자체가 사라지고 힘 자체가 사라진 새로운 사회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가장 현저한 특징이다.

교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바로 그런 하나님 나라 공동체이다. 그런데 그런 하나님 나라인 공동체에는 반석이 될 지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본이 되어주는 지도자이다. 사랑으로 오래 참으며 끝없이 반복해서 본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성서는 베드로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 사람임을 예로 들고 있다. 베드로 역시 힘과 능력으로 하나님 나라 건설에 참여하려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주님은 그런 그를 변화시켜 힘이 없는 무력한 사람으로 만드시고 나아가 사랑으로 기꺼이 이끌리는 반석으로 만드셔서 그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우셨다!!

나는 주님의 은혜로 에베소서의 주석을 번역한 적이 있다. 에베소서를 보라. 목사를 하나님의 선물로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 교회는 기초가 될 반석이 필요하다. 오해하지 말라. 물론 전체 교회의 기초석은 그리스도시다. 하지만 개교회마다 구체적인 반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반석과 같은 사람을 하나님이 빚으셔서 교회에 선물로 보내주신다. 목사는 바로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이 권세가 된 교회의 목사는 사라져야 한다. 아무리 임기를 정해 힘과 권한을 제한한다 해도 그것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성서는 분명히 권위와 힘이 소멸된 새로운 사회인 하나님 나라를 말하는데 왜 그곳을 향해 가지 않고 여전히 힘과 권위를 내세우는 권세가 된 교회에 머물려 하는가. 그것은 그 교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세상의 방식에 동의하고 하나님 나라의 방식을 부인하는 것이다.

교회는 베드로와 같이 하나님께서 이끌리는 지도자, 본이 되는 지도자로 만들어 교회에 선물로 주시는 목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 교회나 그런 목사를 선물로 받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목사를 선물로 받을 수 있는 교회는 구성원들 역시 그런 목사와 같이 기꺼이 본이 되는 목사를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예수의 제자들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이 교회의 구성원인 목사와 교인들 모두가 예수의 제자들이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 핵심이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오늘날 교회들이 자신들의 지도자를 어떤 사람으로 선택하고 있는가. 박사 학위를 가진 교수 출신의 목사, 해외 특히 미국에서의 목회 경험을 필수로 하지 않는가. 그것이 아니더라도 큰 교회를 이룬 성공한 목사를 선택하고 있지 않은가. 스펙을 중시하는 그와 같은 선택은 세상의 전형적인 방식이며 그것은 교회가 세상의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효율과 업적을 중시하는 경쟁사회라는 명확한 증거이다.

그것은 또한 교회가 성서가 말하는 권세가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박사라는 자의식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달콤한 성공에의 기억 역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오늘날 교회가 애써 선택한 스펙이 좋은 목사들은 영웅이나 스타는 될 수 있지만 작은 자가 되어 이끌리는 지도자가 될 수는 없다. 단언코 없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우리는 오늘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목사 없는 교회나 제도적인 임기제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바른 목사, 다시 말해 주님이 빚어 선물로 주시는 목사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하고, 그 목사를 본으로 삼아 모두가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제자의 삶을 실천하는 하나님 나라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곳은 참된 섬김과 희생으로 힘으로 통치하는 권위 자체가 소멸된 전혀 다른 사회인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통치 가운데 이루어지는 진정한 평화인 샬롬을 보여주는 곳으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드러나는 ‘산 위의 동네’가 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이 마음 깊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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