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교도민주주의’ 주장한 고 김종필씨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최근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오래전에 이 분의 연설을 직접 들은 적이 있고 연설에 관한 토론을 한 적이 있어 그의 타계 소식에 감회가 남 다르다.

1962년 어느 봄 날이었다. 육군 중령 김종필의 연설이 있다하여 대구 공군기지 사령부 산하 장·사병 및 영내 사병 전원이 대구 항공창 어느 격납고에 모였다. 영외 장병은 퇴근을 못하고 영내 사병은 저녁식사를 미룬 채 한 시간 넘게 연설을 들었다. 연설 주요 내용은 왜 자신들이 ‘군사혁명’을 일으켜야 했는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당시 공군 하사였던 나는 공군 본부에서 항공창에 잠시 파견되어 초급 장교와 고급 하사관들에게 특별 특기 교육을 실시했었다. 따라서 영내에 거주 해야 하는 나는 항공창 하사관 내무반 한쪽 구석에서 열외로 생활하였다.

그날밤 취침 얼마전에 하사관실 당번이 나를 찾아왔다. 자기 내무반에서 연설에 나온 ‘교도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한 시간 넘게 토론을 하는 데 결론이 나지 않으니 혹시 내가 알면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를 따라 그의 내무반으로 갔다.

그들은 공군 본부 사병들 보다 복장이나 영양상태가 달라 보여 내 마음이 짠하였다. 그러나 그때도 공군 사병은 최소한 고등학교는 나와야 공군 사병 모집에 응시할 수 있었다. 그때가 5.16이 나고 1년 가까이 되었을 때다.

사실 5.16이 우리 영내 사병들에게 직접적으로 미친 것은 군기가 전보다 엄해 졌다는 것 뿐이있다. 그때 나는 군대생활을 5년 넘게 하였으니 영내 사병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때였다. 송 하사가 초급 장교들 교육 시킨다는 소문을 그들도 들었으니 순식간에 상당수가 내무반에 모였다.

나는 4.19 혁명 직후 용산역 광장과 군용열차에서 헌병들이 최전방에서 휴가 가는 장병들이 늙은 부모와 어린 자식들에게 주려고 꼬깃 꼬깃 모아 가지고 가는 화랑담배와 건빵을 강탈하는 것을 여러분도 외출가서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인 이들 가운데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장병이 얼마나 있는가 하고 물으며,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가 국민의 3대 의무를 스스로 찾아서 수행할 때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김 중령의 연설요지는 우리나라 같이 국민 교육수준이 낮고 세계에서도 최극빈국인 나라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시기 상조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을 가르치기 위해 강력하게 이끌어가는 교도 민주주의를 군사혁명정부에서 해 보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병장때 30여개국 군대에서 온 병사들과 함께 미 공군기술학교에서 10여개월간 내부 생활을 같이 하며 특기 교육을 받은 사실을 말하고, "그중 가장 초라한 군대가 한국군이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오늘 육군 중령은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다같이 가난을 면해 보자고 하는 열변이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분도 머지 않아 제대하여 고향에 돌아가면 우리 한 번 다 같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보자"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반 백년 전의 일이다.

고관대작 집에서 보석만을 노렸던 대도 조세형을 변호했던 엄상익 변호사가 쓴 책을 보면 조세형은 70년대에 김종필 전 총리집도 담 넘어 들어갔는데 미술품 등은 보았으나 보석은 없었다고 한다.

나는 김 전 총리의 별세 뉴스를 듣고 어쨋거나 배 안곪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며 한 숨을 지었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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