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펠트먼 유엔사무차장 방북으로 대화 ‘숨통’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을 지낸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12월 5일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사무총장의 지시로 북한과의 심도 있는 대화를 위해 방북했다.

펠트먼이 북한 외무상 등을 만나 회담한 후인 12월 9일치 <조선중앙통신>을 보면, “(유엔과) 앞으로 각이한 급에서 래왕을 통한 의사소통 정례화에 합의하였다”고 했음은 이번 회담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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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북한과 유엔 측의 발표 가운데 “유엔사무국 측은 조선반도 정세 격화에 우려를 표하면서 국제평화와 안전보장을 기본으로 하는 유엔의 사명을 밝힌 유엔헌장에 따라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이바지할 용의를 표명하였다”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트럼프가 대북 적대시 정책을 버리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하고 있는데다,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북미전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구테레스 유엔사무총장에 요청,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을 통해 북에 ‘무조건 대화’를 요청했으리라는 추측을 지울 수 없다.

이번 펠트먼 방북과 관련하여 유엔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외교적 해법만이 있을 수 있고, 진지한 대화 과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북한-유엔 간 합의 내용은 이같은 추리를 뒷받침한다.

특히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지적은,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마이크 폼페오 CIA국장 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계속 제재와 압박으로만 일관할 경우 북이 미국 본토 타격 무기들을 발사, 대미 군사력을 과시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그럴 경우, 미국도 전쟁 또는 굴복 중 택일해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되는데, 내년 3월이면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실전 배치가 끝나니, 그 전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했고, 펠트먼은 그 때까지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북한의 양해를 얻어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속적인 핵압박 공세로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미국의 북침을 막아야겠다는 것이고, 미국은 북한의 핵압박을 계속 받으면서도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겠다고 버텨 북미 핵대결은 그치지 않는 실정이다. 물론, 수세에 몰려 더 버틸 방법이 없어지면 계속 공세를 강행하는 쪽이 결국은 승리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펠트먼의 방북이 말해주는 것

<미국의소리> 12월 5일 보도를 보면,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의 북한 방문은 유엔사무국이 미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이 북한에 갈 때 미국 정부의 어떤 메시지도 지참하지 않았고, 미국 정부를 대표하여 조선을 방문한 것도 아니라고 했지만, 이는 미국의 체면 유지용 발언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트럼프가 ‘최대 압박의 일환으로 다양한 제재가 북한 정권에 가해지고 있다'고 허세를 부리고 있다. 이에 더하여 그레이엄 상원의원, 폼페오 중앙정보국장,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실장, 헤일리 주미대사 등 강경파 인사들은 당장이라도 대북 선제공격을 할 것처럼 미국의 체면 유지용 허풍을 친다. 바로 요즈음 볼 수 있는 미국의 모습인데, 현실은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으로 미국이 안도의 숨을 쉬는 형국이다.

유엔이 북미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체면을 살리면서 북한에 굴복이 아닌 타협으로 포장하는 형식은 지금 미국에 절대로 필요한 조건일 테니 말이다. 어쨌건 펠트먼의 방북은 일단 유엔과 북한과의 대화통로가 마련됐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북한에 무지한 트럼프는 최근까지도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처벌 방편으로 대북 경제제재와 함께 북한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김정은 참수작전 등 무력시위를 벌인다면 북한이 겁을 먹고 협상에 나서리라고 오판해 왔다.

결국 트럼프는 최근 북한의 외교 무대를 좁히는데 일부 성공했다. 멕시코, 페루, 이탈리아, 스페인, 쿠웨이트 등이 북한 대사를 추방하고 북한과의 국교를 단절했고, 포르투갈, 아랍에미리트 등 여러 나라는 북한과의 무역 및 안보 관계를 중단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완전 고립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북한은 현재 167개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고, 47개국에 북한 대사관을 두고 있다. 그 중에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영국 등 동맹국 24개국이 대사관을 두고 있음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 북한의 완전 고립은 미국의 희망사항일 뿐 실제로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방어할 능력이 있다면, 트럼프가 느긋하게 북한에 대처하면 됐지 지금처럼 흥분한 어조로 “북한 붕괴“, ”화염과 분노“ 등 막말을 쏟아내고 3개의 항모전단, 최첨단 전략자산 등을 총동원해 북한을 위협하는 허세를 부릴 필요는 없다. 특히, 유엔까지 동원해서 불안감을 잠재울 필요는 더더구나 없지 않은가?

지난 달 평양을 방문했던 스웨덴 안보개발연구소 관계자들이 군사전문가 김종대 의원에게 전한 다음과 같은 말들을 곰씹어 봐야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도 북한의 전략적 의도를 좌절시키는 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북한이 12월경 추가 미사일 발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미국 타격 능력을 완성함으로써 추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굳히겠다는 집착만큼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불변이다’.

1953년 세계패권국가 미국이 북한과 치욕스런 정전협정을 맺은 후, 당시 오마르 브래들리 미 합참의장은 "한국전쟁은 잘못 고른 시간에, 잘못 고른 장소에서, 잘못 고른 적을 상대한 잘못된 전쟁이었다"고 탄식했다. 이는 미국 전쟁 사상 합참의장으로서 첫 패전을 인정한 발언으로, 많은 미국민들을 우울하게 했다.

그 후 64년이 흐른 지금, 미국 합참의장 입에서 이런 비통한 말이 다시 나와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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