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송환’ 힘쓰는 유럽한인들

 

뉴스로=클레어 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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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멋진 개막식을 한 베를린영화제는 다음날 10일 EFM (유러피안필름마켓)을 개장했다. 깐느는 말할 것도 없고, 베를린영화제처럼 큰 규모의 국제영화제에는 영화마켓이라는 것이 있어서 실제로 영화를 팔고 사는 비즈니스가 이루어진다. 왜 멀리 영화를 보러 가냐고 의아해하는 일반인들이 많은데, 영화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전문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 마켓 부스에서 미팅을 하며 보낸다.

 

사실, 영화제에 선정할 영화를 고르는 프로그래머나 영화를 사는 바이어가 아닌 우리같은 영화 프로듀서나 감독들은 영화 볼 시간이 거의 없다. 현재 작업하는 프로젝트에 펀딩을 해줄 투자자나 완성한 영화의 홍보를 위해 배급사나 영화제 관계자들과 마켓이나 리셉션에서 많은 미팅과 네트워킹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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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최근 하는 일이 다큐멘터리 홍보라 낮에는 마켓에서 미팅도 하고, 영화제측(마켓)에서 참가자들을 위해 준비한 'Meet the Docs'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펀딩, 홍보, 배급에 관련한 세미나)에 최대한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저녁에 영화 세일즈사나 각국의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자국의 영화 홍보를 위해 새벽까지 여는 리셉션에도 참가하려면 정말이지 몇시간만 눈 붙이며 마라톤을 달리는 자세로 뛰어야 하는 것이 영화제에서의 우리의 일상이다.

 

마켓이 시작된 첫 날, 정신없이 일정을 짜고 있는데, 'Progressive Korea' 텔레그램방으로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박근혜퇴진 촉구 재네덜란드 한인행동'측에서 "정유라의 송환을 촉구하는 편지를 덴마크 대사관에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어떤 계획이 있는지, 유럽이 연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문의해 오셨다. 물론 정말 좋은 제안이라고 환영을 하긴 했으나 도대체 영화제 기간에 이걸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페북에 덴마크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이유들도 문의해보고, 나름 관련 기사도 읽어봤으나 새벽 3-4에 귀가하는 내겐 사실 심적으로 부담스런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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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다음날 친한 스웨덴 친구들이 덴마크 영진위에서 주관하는 파티에 간다고 하길래, 주저없이 다른 선약을 취소하면서 그 길로 향했다. 물론 덴마크 영화인들도 소개받았고 내 영화에 대한 홍보도 했지만, 평소에 친절한 덴마크 영진위 직원에게 조언을 구할 좋은 기회였다. 다행히 파티가 끝나갈 무렵, 그 직원은 한가히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정유라의 송환문제를 설명했더니 그렇게 중요하고 시급한 사항인지 미처 몰랐다고 안타까워하던 그는 덴마크 대사관앞에서 시위(示威)도 좋겠지만, 덴마크 언론사에 연락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주요 언론사 리스트를 자세히 적어 주었다. 특검이 조사할 시간이 타이트하다는 것을 특히 강조하라고 조언까지 하던 그는 행사장에 있던 영화 기자라도 소개해주려고 했으나, 이미 가버린 뒤였다. 그나마, 좋은 정보를 얻은 듯하여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다음 날부터 숙소로 들어오면, 덴마크 대사관에 보낼 항의서한을 쓰려고 펜을 끄적거려보지만, 몇분후에 곯아떨어졌다. 그러기를 며칠 반복하다 보니, 벌써 뮌헨으로 귀가할 날짜가 되어버렸다. 결국, 뮌헨 집에서 서한을 써서 우편으로 베를린에 주재하는 덴마크대사관에 보냈다. 아울러, 덴마크 주요 신문사 편집자들에게도 대량의 항의서한을 동봉(同封)해서 보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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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베를린영화제에 가기 전부터, 베를린이 뮌헨보다는 코펜하겐에 훨씬 가깝기 때문에 하루정도 원정집회라도 가고 싶었으나, 출장비도 빡빡한 터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베를린의 덴마크 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라도 하려고 했으나, 마지막 날 도둑맞은 핸드폰을 찾아 헤매느라 그것조차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 22일 덴마크 법원에서 정유라의 구금(拘禁)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기운이 죽 빠졌다.

 

유럽의 한인들은 정유라의 소환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이고, 대사관과 언론사에 항의서한도 보냈다. 일부 열성 교민들은 법정심리가 열리는 올보르(aalborg)까지 비행기타고 가서 방청까지 하고 집회를 했다. 자국의 정부를 설득하는 것도 힘든데, 외국의 정부를 설득한다는 것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우리라도 계속 주시하고 관심을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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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클레어 함 다큐멘터리 <정지된 시간> 프로듀서

 

<下편 계속>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열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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