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깜짝쇼’는 이제 시작

 

 

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한때 판문점 개최가 유력시 된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로 낙점(落點)된 것은 약간 의외입니다. 트럼프라면 충분히 ‘평양 개최’라는 깜짝 선택을 할 수 있는 인물로 생각했으니까요.

 

미국 대통령이 오랜 세월 ‘악의 축’으로 몰아부친 북한의 심장부에 들어가는 장면은 솔직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며 인권 유린이 자행(恣行)되는 은둔의 독재국가”라고 비난해 온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면 이것저것 재야 할게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 사실 초기에 북미정상회담이 판문점 북측지역인 판문각이나 통일각에서 열리면 어떨까 생각을 했습니다. 북한 영토라는 상징성도 있을 뿐더러 평양보다는 훨씬 부담이 덜하니까요.

 

잘 알려진대로 트럼프는 TV 리얼리티쇼의 스타 출신입니다. 쇼 엔터테이너의 재능이 다분하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체질적으로 좋아합니다.

 

폼페이오의 방북 이후 북미간 분위기는 더없이 좋습니다. 트럼프는 세 명의 억류 미국인을 석방한 것에 대해 호들갑스럽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단지 석방만으로 트럼프의 기분이 한껏 올라갔을까요. 북한도 전례없이 흥분된 분위기가 새어나옵니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남을 대대적으로 알렸습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가 떠난 직후 그간 남북교류를 맡아온 북한의 핵심 실무자들이 경쟁적으로 남측의 카운터파트에 중국에서 만남을 갖자고 연락했다는 후문입니다. 북미정상회담이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모든 걸림돌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과 평화협정이 사실상 합의됐을 가능성이 농후(濃厚)합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이를 확인하는 세기의 쇼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가 선택된 것은 트럼프의 숨고르기 성격이 짙습니다. 트럼프는 판문점 개최를 강력 희망했지만 참모진 등 주위의 만류(挽留)로 싱가포르로 선회했습니다. 트럼프는 과감하게 밀어부치는 스타일입니다. ‘아니면 말고’식의 변명도 잘합니다. 북미간 핵심 사안은 이미 협의가 끝난 것으로 판단되지만 문서에 서명을 하기 전까지는 어떤 돌발사태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백악관 참모진은 너무 앞서가지 마시라고 했을 것입니다. 판문점이나 평양이 아닌 제3국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하게 된 것이 우리 입장에선 아쉽기는 하지만 더 잘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은 북미정상간의 첫 만남입니다. 공식적인 상견례(相見禮)를 하고도 이어져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큰 틀에서 남북미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입니다. 체제보장과 비핵화는 영구적 평화 속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과 주변 강국을 포함한 비핵화의 약속이 전제되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미국을 믿지 못해 핵미사일을 개발했는데 영구적 폐기 조건으로 체제안전 보장 문서 한 장만 달랑 준다면 어느 누가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할까요. 핵무기가 없는 이라크와 리비아의 말로(末路)를 봅시다. 소련 해체후 핵무기를 폐기한 우크라이나가 속절없이 당한 크림반도 사태를 상기해 보라는 겁니다.

 

미국이 결국 대화에 나선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의 위력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완전 폐기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항구적 안전보장 장치가 제도적으로 이행되야 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결론적으로 100% 확인이 불가능 합니다. 북한의 전 국토를 이 잡듯 뒤져 이미 완성한 핵무기를 파악할 수도 없거니와 미국과 주변 강국들이 북한 체제안전보장을 각서로 써준다 한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고, 또 내일의 적이 되버리는 냉엄한 국제관계를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는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협정에 합의할 것입니다. 외견상 그렇게 봉합(縫合)되는 것이 서로에게 윈윈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어느 하나가 거짓을 말하고 약속을 위반한다면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후폭풍이 벌어질테고 그때 가서 손익계산을 따지면 될뿐입니다.

 

한국전쟁정전일인 7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미간 역사적 평화협정 체결이 예상되고 필경 그 다음은 트럼프가 현역 미국 대통령 최초로 평양에 들어가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트럼프는 대통령 이전에 철저한 사업가입니다. 노회한 비즈니스맨인 그에게 북한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노다지 광맥(鑛脈)과도 같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발휘한 사업적 역량을 북한에서 펼친다면 어떤 일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가령 대동강변의 아름다운 풍치를 조망(眺望)하는 곳에 트럼프 타워가 세워지는 모습은 어떨까요. 골치덩이 ‘악의 축’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되돌린 것도 모자라 미국의 치욕으로 반세기 넘게 전시중인 푸에블로 호까지 반환받는 장면은 어떤가요.

 

‘아메리카 퍼스트’와 ‘위대한 미국의 재현’을 부르짖은 그가 북한에 ‘메이드인 아메리카’ 제품들을 보내고 값싼 원자재 수입과 싸고 기술 좋은 인력 활용, 해외 일자리까지 창출한다면 세상은 어떤 찬미(讚美)를 보낼까요. 노벨평화상은 따논 당상(堂上)이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으로 남지 않겠습니까.

 

대선 경선 기간중 트럼프는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햄버거를 먹으며 더 나은 핵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이 평양에서 북한제 햄버거를 먹는 모습은 단지 상상으로 그치진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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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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