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문재인 정부, 중러북 의식해 신중히 처신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9월 2일 내년도 국방수권법 개정안을 처리했는데, 기밀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확대 대상 국가로는 한국을 가장 먼저 꼽았고 이어 일본, 독일, 인도를 들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미권 민주국가 기밀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는 1946년 소련 등 공산권 국가들과의 냉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대외비 첩보협의체다. 미 하원 군사위는 국방수권 법안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주요 위협으로 언급하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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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들은 미국의 제안을 반대한 적이 없기에 이번에도 미국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 통과는 지난 서방선진 7개국(G7) 회의에서 한국을 끌어들이려고 일본을 제외한 미, 영, 프, 독, 이탈리아, 캐나다 등 6개국이 노력했으나 한국이 썩 달가워하지 않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점 독립국가 대통령다운 문 대통령의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한국의 파이브 아이즈 가입은 일단 한미동맹의 위상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가진 국가들의 외교안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적성국에 대한 정보전에도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산업 핵심기술 보호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미 의회는 한국이 파이브 아이즈 가입을 거부할 수 없는 ‘핵무기 개발 주권 확보’나 ‘전시작전권 즉시 반환’ 등의 당근을 제시하지도 않고 그냥 자기네 마음대로 한국을 파이브 아이즈에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 혹 한국도 일본처럼 파이브 아이즈 회원이 되는 걸 장기간 갈망해 온 것으로 오판한 게 아닐까.

미 의회 측이 애당초 한국 정부의 양해를 미리 얻고 이 법안이 군사위를 통과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미 하원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에게 중국과 러시아가 결코 주요 적국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의도는 미중 무력대결에서 한국을 보다 가까이 끌어들여 대중 전선에의 참여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5천여 명의 전사자에 10여만 명의 중경상자를 낸 베트남 전쟁 때처럼 한국이 또 다시 미국의 총알받이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한국에 우호적인 러시아, 한국경제 쥐고 있는 중국
 

 

한편 극도로 일본을 혐오하는 러시아는 현재 한국과는 전례 없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과 함께 북극항로 개발, 캄차카 반도 개발, 한국까지의 철도 및 가스관 연결 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에 쿠릴열도 매각 계획, 한국군에 미사일 등 첨단무기 기술 지원 등에도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지나치게 실리만 챙겨 온 미국과는 전혀 다른 신뢰를 주는 나라다.

현대-기아차가 러시아의 수입 차 1~2위를 점하고 있고, 가전, 한식, 화장품 등은 러시아인들의 압도적인 생활 필수품이 된지 오랬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일본을 향하여 강도 높은 혐오 발언을 해온 것과는 달리 한국에 우호적인 표현을 계속해 왔다. 이런 친선국가에 한국이 미국을 위해 등을 돌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후 한국이 당한 경제 손실, 즉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의 쓰라린 경험을 생각해 보라. 미국의 사드배치 강행을 반대할 힘이 없는 한국의 처지를 잘 알면서도 중국은 애먼 한국에 화풀이를 한 것이다.

미국은 사드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무기임에도 대북용 무기인 듯 한국인들을 속이고 배치를 강행해 실리를 챙겼다. 이에 따른 중국의 혹독한 경제보복에는 끝내 외면했다. 미국이 한국인들의 신뢰를 못 받는 이유다.

주적을 중-러-북한 3국으로 못 박은 미국이니 한국이 미중 서태평양 패권 싸움에 미국편을 들 경우, 이들 3국은 한국을 적국으로 대할 건 뻔한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일본마저 시기와 질투를 할 만큼 경제, 군사, 방역, 문화, 시민의식 등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실익에 따라 무작정 이끌려 가는 나약한 나라가 더 이상 아니다.

G7 가입마저 거부한 문재인 정부다. 이번에도 자국의 실익을 극대화 하려는 미국의 압박을 넘어서 독립국가 정부 답게 챙길 것은 챙긴다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여 ‘민족과 나라를 위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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