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대신 엉터리 발음 고수

 

 

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미국인들에게 이번 동계올림픽은 ‘평창’이 아니라 ‘평챙’입니다.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NBC가 초지일관(初志一貫) ‘평창’을 ‘평챙’이라고 발음하기 때문이지요.

 

올림픽 개최도시 평창(Pyeong Chang)은 유독 이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강원도 시골도시 평창이 외국인에게 낯선 것은 분명합니다. 평창에 가려 했던 외국인들이 항공사의 실수로 평양공항에 내린 웃지 못할 해프닝도 외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구요.

 

‘노쓰코리아 평양’이 워낙 유명하니 딴은 이해가 갑니다. 본래 평창의 영문 스펠링은 Pyong-chang 이었지만 평양(Pyong-yang)과 혼동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평’에 e를 더하고 ‘창’도 대문자로 바꿔 ‘Pyeong Chang’으로 표기하는 고육책까지 동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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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는 평창 올림픽 소식을 여러 채널을 통해 매일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아침 프로는 물론, 저녁 황금시간대에 ‘Olympic Zone’ 코너를 통해 한국의 문화 예술 음식 명승지(名勝地) 화제거리 등을 두루 소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평창과 강릉 등 경기장 주변은 말할 것도 없고, K팝가수 양성소, 한복체험, 길거리음식, 심지어 진도에 가서 진돗개 훈련까지 취재하는 등 열의를 보이더군요.

 

미국의 메이저방송사를 통해 한국이 이렇게 다채롭고 집중적으로 소개된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이 모두가 평창올림픽 덕분입니다. 하지만 NBC는 ‘평~챙’을 줄기차게 불렀다. ‘옥에티’라고 하기엔 너무 귀에 거슬렸습니다.

 

NBC 채널을 고정시키면 진행자와 기자들 입에선 ‘평챙’ 소리가 끝도 없이 나옵니다. 여기도 평챙, 저기도 평챙, 너무 많이 듣다보니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도 ‘평챙~’하고 따라 할 판국입니다.

 

아시겠지만 미국인들은 단어 중간의 알파벳 a를 보통 ‘ㅐ’발음으로 읽습니다. 평창의 영어스펠링을 보여주면 도리없이 ‘피영~챙’하고 발음하는 이유죠. 사실 제 이름의 ‘창’도 이곳 사람들은 늘 ‘챙~’ 하기 때문에 ‘C-H-A-N-G 창~’하고 말해주곤 했습니다.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처음엔 실수였겠거니 이해했지만 대회가 끝나도록 ‘평챙, 평챙’ 해대니 은근히 부아가 치밉니다. 개최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시청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방송의 의무도 저버리는 것이니까요.

 

대체 NBC는 무슨 쇠심줄 고집이라고 죽어라 ‘챙~챙’ 거릴까요. 더욱 황당한 것은 NBC가 처음부터 엉터리 발음을 고수(固守)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스플린터 뉴스(2/15)에 따르면 NBC는 진행자나 기자들이 평창을 평챙으로 자꾸 발음하자 그냥 공식 발음화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더군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걸 알면서도 밀어부치는 방송사의 ‘용맹무식’함이란....그것도 올림픽 개최도시 이름을 말입니다. 백보 양보하여 ‘횡성(橫城 Hoengseong)’처럼 낯설고 서구인들에게 어려운 발음이라면 또 모르지만 ‘평창’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제대로 발음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평양을 ‘평옝’이라고 하지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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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NBC 캡처

 

 

NBC의 엉터리 평챙 발음은 올림픽 개최국과 개최도시를 무시하고 개최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모든걸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미국인들의 ‘일방주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풍경은 씁쓸하지만 알고도 방치하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와 대한민국 정부도 문제가 있습니다. 고유명사와 같은 이름은 원어에 맞게 부르고 표기하는 것이 기본 아닌가요? 올림픽 끝나고 평창을 ‘평챙’으로 개명할게 아니라면요.

 

하긴 천하의 삼성도 미국에선 ‘쌤성’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삼성(Sam Sung)의 ‘Sam’이 ‘쌔뮤얼(Samuel)’의 약칭이라 쌤(Sam)이 연상되기 때문입니다. 정작 코미디는 미국내 삼성행사장에서 삼성 관계자들까지 ‘쌤성’하고 발음하는걸 볼 땝니다. 아무리 상대를 배려해도 그렇지 자기 이름까지 바꾸는 ‘얼척’은 곤란하지 않을까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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