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의 정원 8] 부추 농사를 지으며 드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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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자라고 있는 부추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뒷마당에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늘 신기해 하고 궁금해 하는 것이 있습니다. 도대체 내가 식물을 키우는 것일까, 아니면 식물이 저절로 알아서 자라는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특히 부추 농사를 짓다보면 그럴 때가 많습니다. 플로리다 날씨에서 부추 농사는 사시사철 지어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늦가을 같은 플로리다 겨울철에도 추운 날씨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지 않는 한 왠만해서 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부추는 잘라내고 또 잘라내도 다시 자라납니다. 그러니 수익성으로 따지면 가장 해볼 만한 농사가 부추농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깻잎 농사와 더불어 게으른 사람이 딱 하기 좋은 야채농사가 아닐까, 하는 겁니다.

거름도 별로 필요치 않아서 화학비료를 줄 필요 없이 홈디포(Home Depot)나 에이스(ACE) 같은 곳에서 싸구려 탑소일(Top Soil)이나 컴포즈드 소일(Comosed Soil)을 두렁 사이에 뿌려주면 며칠새 녹색잎이 싱싱하게 자랍니다.

부추를 잘라내서 아는 분들에게 이리저리 나눠주다 보니, 생색내기도 딱 좋습니다. 전을 지져서 잘 먹었다는 치사로부터 으깬 마늘 넣고 간장으로 간하고 깨소금에 뭍혀서 참기름 살짝 둘러 버무려 먹었더니 잃었던 입맛이 돌더라, 부추김치는 물론 배추 김치 담그는 데 넣었더니 풋풋하고 감칠 맛이 나더라, 심지어는 말려서 부추차를 만들어 먹었다는 분도 있습니다. 기분이 안 좋을 리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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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듬어 놓은 부추
 

그런데 그분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부추를 자꾸 베어내서 며칠 사이 다시 자란 부추는 더 부드럽고 맛이 있다는 것입니다. 열흘 정도 다시 자란 부추는 연두빛이 도는 녹색으로 축 늘어뜨릴 정도로 부드러워서 이걸로 전을 해 먹으면 씹히는 맛도 좋고 더 쫄깃거립니다. 그래서 저는 속으로 "뭐 나 좋자고 나눠주는 것인데, 고마울 껏까지야, 흐흐흐" 그럽니다.

나눠주니 좋고, 며칠 후에 다시 자란 새 부추로 반찬을 해 먹으니 더 좋고,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보면 밤새 '요만큼' 더 자란 부추를 보는 것은 특히나 더 좋습니다. 부추에서 풍기는 매큼한 생명의 냄세가 코속을 타고 들어오는 신비라니요!

정말 매일 자라는 것이 눈으로 보이는 부추를 생각하다 보면, '내가 부추를 기른다'는 생각이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저 스스로 알아서 자란다'는 생각도 잘 못일 겁니다. 태양과 공기와 대지를 통해 적절한 산소와 질소 등 각종 영양소를 공급받고 자라니 '저혼자 절로' 자라는 것은 분명 아닐 터입니다. 화학 비료 조차도 그 자체가 양분이 되는 것이 아니라, 토양을 변화시켜 식물을 자라게 하는 것이니, 저 잘난 체 하면 안 될 겁니다.

어디 식물만 그런가요. 인간사에서 '나의 나됨'도 사실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부모 형제 친척 아내 이웃 사회 등등 나를 둘러싼 '환경'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하고 자라게 한 것일 테지요. 누군가의 희생 덕분에 나의 나됨은 완성되는 것일 겝니다.

저는 그래서 어느때부터인가 매일 매일 자라는 부추를 보고 쪼그려 앉아 한 마디 합니다.

"야야, 너 혼자 자라는 것도 아니고, 내가 키우는 것도 아니고, 주변의 뭔가가 너를 자라게 하는구나. 아아 그 '뭔가' 가운데 조물주가 최종 마스터이니 알고나 자라거라, 그래서 부지런히 다른 사람에게 내주고 또 내주거라!"

아아 부추에게 '훈계'를 하다보면, 어머님이 평생 듣기싫게 하던 잔소리가 절로 생각이 나서 괴롭게 합니다. 젊은 시절 혼자 똑똑해서 말끝마다 대꾸를 하고 대들던 저를 보고 어머님께서는 혀를 차며 그러셨습니다.

"아이고 야야, 너 혼자 잘나서 그런줄 아는 모냥인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말랑께, 쯧쯧"

자라고 또 자라는 부추를 생각하다보면, 아주 엉뚱한 생각이 떠오를 때도 있어 피식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이게 쌀나무(벼)라면 얼마나 좋을까', '부추가 금값처럼 귀한 식물이 된다면 어떨까' 하는 망상들입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 5초마다 한 사람이 굶주림으로 죽어간다고 하는데요. 벼가 부추처럼 자란다면 아마도 대번에 기아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먹을 것을 가지고 '핵 폐기 안 하면 안 주겠다'거나, '느그들 이거 먹고 기운내서 쳐들어 올 테니 안 주겠다' 그러며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는 유치한 사람들도 할 말이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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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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