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외식나갔다가 기분 망친 사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오늘 모처럼 할멈과 외식을 나갔다가 기분 망치고 돌아왔다. 오래간만에 만난 옛 직장 동료 탓이다. 

  

그를 우연히 만나 만갑다고 인사를 하니 그는 나하고 잠시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할멈과 거리를 두고 입을 열었다. 그의 첫 마디는 내 인생에서 가장 처참하고 난감할 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 올 만한 단어였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내 나이 사십이 다 되었고 그는 막 스물이 되었을 때니 지금 그는 환갑을 맞은 나이일 것이다. 소규모 정비업소를 독자 운영하고 있는 백인이다.

 

“그 한국인은 ×× 더티 올드맨”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자초지종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지난 해 나는 전화로 그에게 어느 차종 4기통 엔진 타이밍 벨트 교환 가격이 얼마냐고 물은 적이 있고 그는 얼마라고 말해주었다. 바로 그 차 주인이 차를 몰고 왔기에 살펴보니 4기통이 아니라 6기통 엔진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나 한테 다시 전화해서 수리비가 4기통보다 백달러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나는 전화를 끊고 한참 후에 다시 그에게 전화해 타이밍 벨트를 교환하라고 했다.

 

그런데 차 주인이 차를 찾으러 와서 자식이 준 돈이 4기통 엔진 수리비 뿐이라며 억지를 부렸다고 한다. 차 주인은 말을 못 알아 듣는 지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고, 정비공은 나를 보아서 할 수 없이 차 열쇠를 내주었다고 한다. 세금도 계산하지 않은 가격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얘기를 숨돌릴 틈도 없이 뱉어내면서 내기 제일 듣기 싫어하는 단어를 다섯번이나 더했다. 같은 한국 사람으로써 그런 험한 말을 듣고 헤어졌으니 기분 망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인종이나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댓가를 받지 못하면 무시당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미국인에게 3대 꿈이 있다면 집, 차, 그리고 휴가여행이다. 특히 미국인이 차에 대해 쏟아 붇는 애정은 유별나다. 그러니 지신의 분신과도 같은 차를 손에 기름때 묻혀가며 수리한 사람에게 남다른 감사를 표하는 고객들이 있다. 서비스를 받았으면 남다른 감사는 표하지 못할 망정 서비스 값을 치루는 것이 당연하다.

 

이민생활에서도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라는 말은 통한다. 식당에서 팁 줄 돈이 아깝다면 아예 외식을 하지 말아야 한다. 6기통 엔진 차를 가져와서 타이밍 벨트를 교체했다면 4기통 값이 아니라 6기통 값을 지불하는 것이 마땅하다.

 

당사자는 돈을 절약해서 좋을 지 모르나 자칫 한국인이 욕을 들을 수 있다. 나의 작은 실수가 ‘한국인’ 얼굴에 먹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살자. 떠나온 조국에 폐를 끼치며 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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