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가두리 교인' 한국교회

(LA=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세습 목사들보다 더 한심한 위인들은 그런 교회에 엎어져 돈 바치며 아멘을 열창하는 자들이다.

"최근 보도된 한 대형교회의 편법적인 세습에 분노하여 어떤 분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저도 일단 속이 시원합니다. 정말 그 교회 교인들이 어느 날 모두 그 교회에 참석하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짧은 글을 보며 성서에 기록된 야고보와 요한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들은 사마리아인의 한 마을에서 자신들을 받아들이지 않자 화가 나서 "주님,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그들을 태워 버리라고 우리가 명령하면 어떻겠습니까?"(눅9:54)라고 예수님의 의중을 물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꾸짖으시고 다른 마을로 돌아가셨습니다. 감정적으로는 당연히 야고보와 요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말대로 하늘에서 불이 내려 그들을 태워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옳은 일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예수님의 태도에 담긴 의미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사마리아인과 유대인들 사이의 오랜 은원관계를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사마리아인들의 그러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상대방에 대한 정죄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예수님은 알고 계셨습니다. 사랑은 무엇보다 먼저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상대방을 이해해주신 예수님은 결과적으로 다른 기회를 통해 사마리아인들에게도 복음을 전하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불의한 그 교회의 세습에 대해서도 예수님이 보이셨던 태도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먼저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 교회 교인들은 그토록 불의한 세습을 보고서도 왜 그 교회를 떠나지 않고 그 교회에 여전히 나가면서 충성을 다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 교인들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태풍 매미가 경상도를 중심으로 큰 피해를 준 적이 있습니다. 마산 앞바다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많았습니다. 태풍의 위력 앞에 가두리 양식장은 속절없이 부서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기를 가두던 가두리가 없어졌으니 그곳에 갇혀 살던 물고기들은 속박에서 벗어나 넓은 바다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고기들이 자유를 만끽하며 저 멀리 태평양을 향해 나아갔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멀리 가지 않았습니다. 물고기들은 가두리가 처져 있던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 물고기를 잡으려고 낚시꾼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가두리 양식장 주인을 조롱이나 하듯 바구니 가득, 가득 물고기를 낚아갔습니다.

스스로를 가두리 안에 가둔 교인들

이 이야기는 자기 교회를 떠나지 않는 교인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비단 그 교회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교회의 교인들이 이야기 속의 가두리 안에서 자란 물고기처럼 성장하고 양육되었습니다. 그래서 위 이야기의 가두리에서 벗어난 물고기처럼 가두리가 없어져도 그 주변을 맴돌게 되는 것입니다. 기껏 그 교회를 떠난다고 해도 비슷한 가두리 설비를 갖춘 교회를 찾을 뿐 용기 있게 대양을 향해 헤엄쳐나가려는 물고기들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교회의 이름으로 하나님 자체를 커다란 가두리로 만들었습니다. 정작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시기를 원하시는데 교회는 하나님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철벽같은 가두리를 만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를 믿지 못해서입니다. 믿음을 이야기하면서 믿음을 믿지 못하고, 믿음을 오직 하나님에게만 적용한 탓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을 믿으셨습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자유를 허락하시고 사랑의 자리로 초대해주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만이 아니라 인간을 믿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자유롭게 멀리 헤엄쳐 나가기를 바라시는데 교회와 종교는 한사코 멀리 가지 못하도록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제한해 왔습니다. 따라서 교회가 우리에게 자유를 주고자 한다면 서로를 믿고, 쳐놓았던 가두리를 거두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스스로 인간이 쳐 놓은 하늘과 땅, 성과 속, 신과 인간, 안과 밖, 그밖의 모든 사회적 장벽들을 헐고자 스스로 인간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예수님과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은 인간이 쳐 놓은 온갖 가두리를 벗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신 하나님 안에서 인간은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끊임없이 자유의 복음을 속박의 가두리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그렇게 가둠으로써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채우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음을 선포하고, 가르친다면서 자기의 가두리를 넓혀가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복음과 구원을 자기교회 확장이라는 이기적인 목적으로 환원하게 되는데 이는 참으로 악한 일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처럼 주님의 책망을 들을 것입니다.

"화 있을찐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도다."(마23:13)

우리는 한 교회의 세습을 보고 분노하여 그 교회에 하늘의 불을 내려 멸하려 하기보다는 그 교회 역시 살리려는 마음을 가지고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해결책은 교인들에게 복음이 부여하는 자유를 알게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그들이 용기를 가지고 자유를 향해 먼 대양으로 헤엄쳐 나아갈 수 있도록 가두리에 갇혀 야성을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예수님처럼 그들을 먼저 이해하고 그들의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잊지 않는다면 사마리아인들에게도 복음이 전해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불통의 교인들에게도 복음이 주는 자유가 전해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분노와 이성을 감싸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 모두를 강권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품에서, 교회의 품에서 하나님의 자유와 평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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