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조국순례 이야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1509407539294.jpg

 

 

이튿날 일기는 화창했다. 나와 요하킴은 새벽 5시 반 숙소를 나와 도동항 방파제(防波堤)에 올랐다. 매표소에 가기 전 일출을 보기 위함이다. 수평선이 희붐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6시 조금 지나자 수평선에 새빨간 불덩이가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내 조국에서 보는 일출은 미국에서 보는 것보다 더욱 장엄하고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70년대 저항음악인 김민기가 작사하고 송창식이 부른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입속으로 흥얼거렸다.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위에 이글거리나

 

 

 

피맺힌 투쟁의 흐름 속에 고귀한 순결함을

 

얻은 우리위에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찬란한 선조의 문화 속에 고요히 기다려온

 

우리 민족 앞에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우리는 일출의 감동을 뒤로하고 전날처럼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식사를 떼우고 매표소에 달려갔다. 여행시즌이 아니라 아침식사 하는 식당이 없었다. 매표소에는 벌써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오후 2~3시 출항하는 3편의 배 승선권을 구하기 위해 무려 8시간 전부터 줄을 선 것이다. 그나마 매표소 직원은 9시에야 출근한다. 이때부터 박필립 수녀의 ‘요하킴 구하기’ 작전 맹활약이 시작되었다. 수녀는 3곳 항구의 정보를 입수해 수시로 나에게 연락해 주었다. 도동항에 줄지은 여행객들은 직원이 나타나자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직원인들 기상악화로 결항한 책임을 어떻게 질 수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더욱이 전날 배에 예약이 되어 있는 요하킴과 달리 나는 돌아가는 배편을 예약하지 않아 더욱 불리했다. 특히 추석 귀향객으로 항구는 몹시 분주했다. 한 시간 넘게 도동항에서 줄을 서 있는데 수녀에게 연락이 왔다. 도동항에서는 오늘 승선이 불가능하다며 저동항으로 옮기라고 했다. 그곳에는 이미 여 선생이 기다리고 있으며 도동에서 출발하는 배보다는 작지만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다시 마을버스로 급히 저동으로 옮겼다. 미리 줄지어 있던 여 선생에게 우리 신분증들을 건넸다. 우여곡절 속에 11시 경 승선권을 손에 쥐었다. 박 수녀와 여선생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입체적으로 활약한 덕분이었다. 박 수녀는 출항시간까지 시간이 여유가 있다며 며칠동안 바람으로 운항하지 못한 독도전망대 케이블카로 우리를 안내했다. 케이블카로 전망대에 올랐지만 전날과 달리 독도는 볼 수 없었다. 대신 주변의 빼어난 경치만 구경했다.

 

 

 

1509407550530.jpg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나는 울릉도 여행에서 일본의 독도에 대한 야욕은 역사적으로 울릉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했다. 조선 초기부터 일본은 끊임없이 울릉도에 일본인들을 정착시키려 노력했고 특히 조선시대 울릉도 공도화 정책은 이들의 야욕을 더욱 부채질 했다. 이 같은 사실은 모든 문헌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울릉도에 대한 자연과 지리적 연구는 최근까지도 오히려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져 온 측면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국력이 쇠퇴해져 독도문제에 단호하지 못할 경우 장차 일본이 울릉도까지 분쟁지역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여태 사화산으로만 알려졌던 울릉도 성인봉이 1만9천 년 전부터 5천 년 전까지 활발한 폭발이 이루어진 지금도 살아있는 생화산이란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지열은 1Km 내려갈 때마다 섭씨 20~30℃도 정도씩 증가하는데 울릉도 지역은 한국지질 자원연구원 시추결과 1km 내려갈 때마다 100℃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울릉도 하부에 기존 마그마가 남아 있거나, 아니면 새로운 마그마가 형성되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언젠가는 폭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백두산이 최종 분화한 것은 1900년대로 불과 백여 년 전이고 한라산은 11세기 초 최종 분화했다. 특히 경주 일대에는 활발한 지진대가 형성되어 있다. 한반도가 결코 화산과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원전정책도 이러한 지질학적 사실 위에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1509407527952.jpg

 

 

고마운 박 수녀와 작별하고 여선생과 세 명이 점심식사를 위해 들린 저동 부둣가 식당에는 가수 이장희 조영남 등의 식후감과 사인이 전시되어 있는데 맛은 그저 그런 식당이었다. 우리가 탄 배는 저녁 7시경 포항항에 도착했다. 요하킴은 다음날 새벽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예약되어 있었다. 시간이 너무 빠듯해 걱정하는데 이번에는 여 선생이 해결사로 나섰다. 부산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해 포항까지 우리를 데리고 오게 한 것이다. 이렇듯 ‘요하킴 일병 구하기’ 작전은 선한 지향(志向)을 가진 사람들의 노력이 서로 좋게 작용하여 이루어진 결과였다. 나는 이들과 경주까지 동행한 후 그곳에서 작별했다. 경주의 트친이 꼭 만나고 싶다고 들러주기를 요청한 것이다. 이튿날 아침 여 선생으로부터 요하킴이 무사히 출국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가 한국에서 좋은 인상과 추억을 안고 갔으리라고 믿는다.

 

 

1509407524456 - Copy.jpg

 

 

<계속>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

 

 

 

  • |
  1. 1509407539294.jpg (File Size:78.5KB/Download:25)
  2. 1509407524456 - Copy.jpg (File Size:96.7KB/Download:24)
  3. 1509407537511.jpg (File Size:83.7KB/Download:21)
  4. 1509407550530.jpg (File Size:85.2KB/Download:20)
  5. 1509407527952.jpg (File Size:170.3KB/Download:18)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미국,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배경은? file

    중국 특사, 북미 중재 실패가 직접적 원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에 지난달의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한다는 이유로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 부장을 특사로 평양에 보냈다.   쑹 특사 입국 날인 11월 17...

    미국,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배경은?
  • 울릉도에 오징어가 없다 (4) file

    2차 조국순례 이야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이튿날 일기는 화창했다. 나와 요하킴은 새벽 5시 반 숙소를 나와 도동항 방파제(防波堤)에 올랐다. 매표소에 가기 전 일출을 보기 위함이다. 수평선이 희붐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카메라를 ...

    울릉도에 오징어가 없다 (4)
  • 1차대전과 한반도의 닮은꼴 file

    11월11일은 빼빼로데이 이상의 날 (31)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안개가 꿈처럼 아련하게 갈렸다. 추꼬바츠라는 강변의 작은 마을은 안개에 덮여서 잠이 들어있는 이른 아침 나는 오늘 평소...

    1차대전과 한반도의 닮은꼴
  • 가난과 파르헤지아 file

    [종교칼럼] (LA=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얼마 전에 제가 쓴 글, "저는 거지 목사입니다"라는 글에 moita라는 아이디를 사용하시는 분이 이런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목사님의 고백에 의문이 많고 따라 하기 힘들겠지만, 어느 날 그렇게 된다면 크게 ...

    가난과 파르헤지아
  • 시간 관리는 삶 관리, 주요 순서를 정하라 file

    가족, 교육, 건강, 신앙, 봉사 등 큰 덩어리 먼저 챙겨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시간관리를 전문적으로 강의하는 강사가 큰 청중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큼직한 항아리를 앞에 놓고 그는 벽돌만 한 돌덩이를 자꾸 집...

    시간 관리는 삶 관리, 주요 순서를 정하라
  • 추수감사절 디너를 알차게

    [생활칼럼] 터키 디너, 준비 시간 넉넉해야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자주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추수감사절은 미국 가정의 가장 큰 명절의 하나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터키를 비롯해 스터핑과 매시드 포테이토, 크...

    추수감사절 디너를 알차게
  • 미국이 총기 사고를 막지 못하는 이유 file

    수정헌법2조 17세기 영국 관습 영향 후진적 관습 고수..아직도 미터법 적용 못해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최근 미국에서 두번에 걸쳐 큰 총기 발사 사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친 일이 벌어졌다. 먼저 10월 1 일에 라스 베가스의 가요제 청중들을 자...

    미국이 총기 사고를 막지 못하는 이유
  • 가슴에 온갖 치유의 해법이 다 있다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30)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내 마음은 지금 헬륨을 채운 풍선처럼 높은 가을 하늘을 두둥실 떠오른다. 고단한 여정(旅程) 속에서도 감격을 먹은 육신은 중력을 잃고 높이 떠오른다. 내가 세르비아 사람들과 사랑에 ...

    가슴에 온갖 치유의 해법이 다 있다
  • 김연아의 추억 file

    평창의 깜짝쇼를 보고싶다     Newsroh=로빈 칼럼니스트     김연아가 뉴욕을 다녀갔다.   유엔 총회에서 올림픽 휴전결의안 채택을 위한 대표단의 일원으로 뉴욕을 방문했다. 도종환 문체부장관을 비롯해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대표단은 10명이었지만 단연 관심은 김연...

    김연아의 추억
  • 이순신과 거북선을 알리는 세계인들 file

    23전23승 세계해전사 최고의 영웅     Newsroh=박기태 칼럼니스트         여러분은 5천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표적인 인물에 대해 알고 있으시나요?   바로 이순신 장군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오늘날 한국인들에게 5천년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

    이순신과 거북선을 알리는 세계인들
  • 울릉도에 오징어가 없다 (3) file

    2차 조국순례 이야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의기양양하게 성인봉 정상에 올라 인증사진 찍고 도동항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전날 내린 비로 길이 미끄러웠지만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3분의2 정도 하산했을 무렵 갑자기 왼쪽다리가 꼬이는 ...

    울릉도에 오징어가 없다 (3)
  • ‘하얀 도시’는 어둠침침했다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29)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하얀 도시’, 베오그라드의 의미이다. 하얀 도시의 첫인상은 검고, 어둡고, 칙칙했다. 다뉴브 강에서 올라온 우윳빛 안개에 휩싸인 베오그라드는 때마침 동떠오는 태양빛에 반짝반짝 빛났...

    ‘하얀 도시’는 어둠침침했다
  • 중요한 사람은 늦게 나타난다?

    낡은 시간 관념은 빨리 없애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2007년 3월 1일에 남미의 페루에서는 세계인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을 기하여 전국에 사이렌 소리가 요란했고 경찰차와 소방...

    중요한 사람은 늦게 나타난다?
  • '명문'은 학생에게 가장 잘 맞는 스쿨

    교육 통해 지적, 학문적, 정서적, 사회적 성장이 중요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지난 11주에 걸쳐 보딩스쿨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보았다. 보딩스쿨 컨설팅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명문 보딩스쿨이 어디인지 제일 좋은 보딩스쿨은 ...

    '명문'은 학생에게 가장 잘 맞는 스쿨
  • 트럼프 ‘북미 직접 대화’ 발표 임박?

    [시류청론] 트럼프의 진성성 의심하는 북한, 북미 대화에 미온적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 ABC > 방송 등 다수 언론의 11월 13일 보도를 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15일 백악관에서 "북한, 무역 등 다른 많은 문제들에 관해" 중요한 내용을 발표...

    트럼프 ‘북미 직접 대화’ 발표 임박?
  • 법인세율 감소, 기업만 이득 아니다

    기업 성장으로 근로자에 혜택 돌아가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법인세율을 낮춘다”는 말을 들으면 그 수혜자가 누구일 것 같습니까? 대부분의 국민들은 부자들만이 수혜자라고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법인세율을 낮추면...

    법인세율 감소, 기업만 이득 아니다
  • '당뇨병 천국' 미국...환자 3천만 명

    [생활칼럼] 당뇨 전단계 환자는 8천4백만명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11월은 미국에서 당뇨병 자각의 달 이다. 전미 당뇨병협회(ADA)따르면 현재 미국 전체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 전단계(Pre-Diebites) 포함해 1억1400만명이다. 이중 당뇨병 환자는 9.4%...

    '당뇨병 천국' 미국...환자 3천만 명
  • 교회의 개혁과 갱신 file

    [종교칼럼] (LA=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어지니교회) = 십 년도 더 된 아주 오래 전에 저는 개혁을 기치로 세웠던 한 교회를 기억합니다. 그런 교회가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마웠고, 그런 교회를 다니는 성도들에게 큰 기대를 가지고 다가가 교제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교회의 개혁과 갱신
  • 아내여 미안하다 file

    Newsroh=이계선 칼럼니스트     한신대총장을 지낸 초야(初夜) 오영석박사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지난번 돌섬통신 “바보부부”에 대한 답글이다. 혼자만 보기 아까워 돌섬통신에 옮겨본다.   “이목사님! 30년이 넘도록 단테의 신곡에 심취해오신 목사님이 계십니다. 향수...

    아내여 미안하다
  • 울릉도에 오징어가 없다 (2) file

    2차 조국순례 이야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우리를 태운 선라이즈호는 동해의 거친 파도를 헤치며 12시 조금 지나 저동항에 도착했다. 네델란드 요하킴과는 동행할 계획이 없었기에 항구에서 작별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인근 식당을 찾아 울릉도의 맛 ...

    울릉도에 오징어가 없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