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지난 시절 발자취가 그리운 까닭은?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요즘 아이들은 너무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민 1세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배운 유교적인 가족 이념을 지니고 있다. 즉 아버지는 나가서 돈을 벌어와야 하며 어머니는 집에서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 또 가족원의 출세를 위해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그대로 지니고 있기에는 현재 가정과 가족을 둘러싼 환경이 옛날과는 너무 다르다. 오랫동안 관습으로 여겨져 오던 생각을 바꾸기가 결코 쉽지 않지만, 현 생활에서 옛 관습을 적용시킨다면 효율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어떤 문제들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요즘 핵가족 시대에 맞춰 이민 1세 가정들은 자연스럽게 부부만 남아 살아가고 있다. 자녀들은 성년이 되어 학교 기숙사로 떠났거나, 객지의 직장인으로 사회 구성원이 되어 제 갈길을 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민 1세들은 정신없이 살아온 과거는 언제냐는 듯 어느새 썰렁한 집안에서 별 대화없이 텔레비전만 보며 지내게 되는 것이다.

 

우리 부부도 이럭저럭 무료한 세월을 보내다가 심심풀이 소일거리를 찾게 됐는데 바로 올터레이션(옷수선)이 그것이다. 일을 해 보니 옷 수선 하는 데 최대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요령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우리 가게의 경우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손님이 가장 많다. 그런데 손님들 가운데는 옷만 맡기고 가는 게 아니라 가지고 온 옷을 갈아입고 핀을 꽂고 자로 재고 거울 앞에 서서 "여기는 핀을 낮춰라, 뒷단은 약간 올려라, 옆구리는 타이트하게 해라 "는 등 마치 패션쇼를 하는 것처럼 시간을 많이 소비한다.

 

이렇게 까다로운 손님 두 세사람만 상대하면 무척 피곤해 진다. 그러나 피곤한 것 까지는 괜찮다. 어떤 손님은 1시간 넘도록 시중을 도와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작업을 진행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침 일찍 출근해 11시 이전에 모든 작업을 완전하게 해 놓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집에서 가게까지 자동차로 약 30분이 소요되는 데,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육신이 피곤하고 마음이 분주함은 어찌된 일일까

 

소일거리로 하게 된 옷수선도 정식 비즈니스이다 보니 다시 분주한 생활을 하게 만든다. 비록 바쁘게 살아가지만 사는 재미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도 못한 것이 이민생활의 현실이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눈뜨는 아침부터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하루해가 어떻게 지나는 지 미처 가늠할 새 없이 하루를 보낸다. 시간은 나이와 비례한다는 데 나는 지금 76마일 속도로 인생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바쁜데도 때로는 지난 날의 그 바빴던 시절의 발자취가 그리운 까닭은 무엇인가. 세월이 빨리 지날 수록 뒤에 남겨진 삶의 흔적이 그만큼 길어서일까. 아니면 젊음으로 인해 지칠줄 모르고 뛰며 살았던 지난 날의 영고에 아쉬움이 많아서일까. 노년의 아이러니이다.

 

분명한 것은 세월은 참 빠르고, 지난 세월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누구나 할 것 없이 노년의 삶에서 겪는 고통은 생활의 무료함이다. 따라서 적은 일이라도 열심을 내고 매사에 감사하며 사는 것 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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