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공관병, 이런 단어가 있기는 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에는 그저 ‘관사 따까리’ 였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다음날 군대에 끌려간 내가 자대(自隊) 배치를 받은 곳은 백마고지, 5사단 포병단 (당시 포병은 ‘단’급이었다)이었고 포병단 단장은 같은 대령이라 해도 보병 연대 대령과는 급이 완전히 다른 흔히 장군급 대령이라고 ‘장령’이라고 불리는 예편을 앞둔 말년 대령이었다.

 

관사가 영외에 있었고 가족들과 떨어져 살고 있었기에, 관사에는 음식도 만들고 빨래도 하는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공관병, 따까리가 있었다. 이 병사는 잠은 관사에서 자고 오전에 사제 시장에서 반찬거리등을 사가지고 부대에 들어와 장교식당에서 조리를 하고 식사가 끝나면 다시 관사로 퇴근 하곤 했다. 물론 점호는 당연하고 심지어는 훈련까지도 열외(列外)였다. 그러다보니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 되어있었던 군생활에서 영외 생활을 하는 따까리는 '꽃보직'으로 고참들의 갈굼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당시 군에서 지급되면 화랑담배 대신 사제담배 (거북선이었는지 솔이었는지...) 한 갑이라도 부탁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애증관계 였다.

 

방학 때가 되면 포단장 가족들이 관사로 놀러 왔었는데, 그 때가 되면 휴일에 영내를 가로지르는 역곡천으로 천렵(川獵)을 갔었고, 그럴 때마다 포단장 아이들 베이비 씨팅을 하고, 장작불을 피워 매운탕을 끓이는 등 잡일을 하는 사역병들을 차출(差出) 했었지만, 늘 고참 순으로 사역을 나갔기에 신참들은 영외에 나가 사제 인간들을 만나고 사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그저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육군제2작전사령부 사령관 박찬주라는 자가 있는데 대장, 별 네 개짜리라고 한다. 육사 37기라고 하니 박지만이 동기 일테고 나와 학번이 같은데, 이 작자가 공관병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전역 지원서를 냈다고 한다.

 

이 작자의 짓거리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역시 군대가 좋아지긴 좋아 졌구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면서 오히려 몸서리쳐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아니, 나 역시 개념 없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하는 것이었다.

 

‘군대가 좋아 진 것’이 아니다. ‘군대가 비정상적이었던 것’이고 나 역시 그 비정상적인 군대에 길들여졌었던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제 정상적인 군대로 탈바꿈을 하는 아픔의 시간을 겪고 있는 것이며, 그 변화를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최우선 대상은 바로 비정상에 길들여 추잡한 이득을 챙겼던 자들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못 할 때 아니 변하려 하지 않을 때 그자들은 결국 사멸되거나 사멸 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내일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반성과 성찰 없이 과거의 비정상에 목을 매고 있는 자들 ‘본처, 첩’ 운운하는 홍준표 같은 자들이나 친일과 독재의 적폐에 빌붙은 자들은 더 이상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직껏 80년대 군대의 비정상을 추억(追憶)으로 간직하고 있는 나부터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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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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