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캠프가 끝나고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는 스쿨 버스 안에서 뒷자리에 앉은 카일에게 갔다고 온 아나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내게 말합니다.

 

"챙, 카일이 오줌을 쌌대."

 

카일은 1학년 남자 아이인데 캠프에서 떠나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지 않았던가 봅니다.

 

"바지가 다 젖었니?"

 

"아니 조금 젖었는데 오줌 싸야 한대. 어떻게 해?"

 

캠프에서 떠난지 20분정도 지나 이미 타운을 벗어났고 여기서부터 다음 타운까지는 15분 정도는 더 가야 하는데 이러다가 정말 버스 안에서 오줌을 싸게 생겼습니다.

 

"알았어, 앞에 있는 숄더에 버스를 세울 테니 조금만 참으라고 해."

 

 

b0e844467bdf709d7abf12acd7d4a437_20170811235245_ayugrmpi.jpg

 

 

 

비상정차를 할 수 있는 공간에 버스를 세우기는 했지만 다음 문제는 누가 카일을 버스에 타고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숲으로 데리고 들어가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나는 11학년 여자 카운슬러이며 스쿨버스 운전사인 나는 아이들을 놔두고 버스에서 내려서는 안 되도록 규정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1학년 카일을 혼자 스쿨 버스에서 내려주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경찰차가 비상등(非常燈)을 켜고 버스 곁에 서더니 창문을 열고 내게 말을 합니다.

 

"무슨 일이야? 별일 없어? 도움이 필요하니?"

 

스쿨 버스가 비상정차 지역에 서있는 것을 보고 지나가던 경찰이 멈추어 선 것입니다.

 

"어, 남자 아이가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한다고 하는데 버스에는 여자 카운슬러 밖에 없고 나는 스쿨버스에서 내려서는 안 되잖아. 그래서..."

 

경관이 "알았어" 하고 대답을 하더니 경찰차를 후진해서 내 버스 뒤편에 비상등을 켠 채로 주차를 해 놓고는 성큼성큼 버스로 다가와 카일을 데리고 버스에서 스무 걸음 쯤 떨어진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버스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모두 창문에 매달려 케일과 경관이 들어간 숲을 동그란 눈으로 처다 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카일이 다시 버스를 타면 아이들이 놀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카일이 타기 전에 아이들에게 놀리지 말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중에 경관이 카일을 번쩍 안아 들고 숲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도로와 숲 사이에 카일이 건너기에는 폭이 넓은 배수로가 있었던가 봅니다. 그러더니 버스 앞에 와서는 아이들이 창문으로 보고 있는 것을 의식하고는 카일과 하이 화이브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다른 아이들의 눈빛에서 순간 카일이 놀림의 대상이 아니라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뀌는 것을 나는 보았습니다.

 

내가 안심한다는 표정으로 "Thank you, officer" 라고 하자 엄지를 척 들고는 "No problem" 이라고 하며 빙긋 웃더니 뒤편에서 오는 차들을 모두 세우고는 버스가 먼저 가도록 해 주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배려(配慮)라고 하는 것,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별 것 아닌 작은 일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큰 도움과 힘이 되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공감(共感)이라고 하는 것, 줄 수 있는 사람에게는 하지 않아도 그만 인 것이겠지만 필요한 사람에게는 큰 감동과 희망이 되는 것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이재용 재판을 보기 위해 나온, 뇌종양 수술을 받은 삼성반도체 피해자 한혜경씨를 향해 "병신들이 왜 여기 와", "인천 앞바다에 들어가 버려"라고 짖어대는 것들이나 "아들 같아서 전자팔찌를 채웠다."고 지랄을 떠는 것들...

 

이웃의 고통을 공감하며 배려 할 수 있는 역사적 인식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인 것이지 그렇지 못하다면 그건 그저 짐승일 뿐인 것입니다.

 

세상이 굶주린 것은 줄 수 있는 빵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눌 수 있는 공감과 배려가 없기 때문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jhjac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한반도에 핵전쟁은 절대 안 된다! file

    [국제칼럼] 문재인 정부의 북핵 대응, 한국민들 강력 지지     (워싱턴=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지난 12일 <워싱턴포스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인 ‘온 세계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 현 상황은 누구도 ...

    한반도에 핵전쟁은 절대 안 된다!
  • 직원에 보상 후하면 좋은 댓가 따른다

    말단 직원에도 관심쏟는 뉴코사,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회사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뉴코 (Nucor)는 미국에서 가장 큰 제철회사입니다. 버려진 자동차나 냉장고들에서 수집한 고철을 각지에서 모아 각종 철제품으로 만드는...

    직원에 보상 후하면 좋은 댓가 따른다
  • 미국 대학, 막판 외우기식 공부 통하지 않는다

    [교육칼럼] 독해력 쌓기, 철저한 스케줄 관리 중요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대학에 입학하는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대로 특별한 기술이나 방법 없이 똑같이 공부해도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은 ...

    미국 대학, 막판 외우기식 공부 통하지 않는다
  •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있으리니” file

      국경 넘다 숨진 밀입국자들을 생각하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어느 노래 가사에 “타향살이 몇 해던가”라는 구절이 있다. 나는 종종 ‘타국 산지 몇 해던가’라고 가사를 바꾸어 입 속에서 중얼거린다. 누군가는 타향살이가 고추 장초보다 맵다고 한다. 타국살...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있으리니”
  • 저죽는지 모르고 전쟁바라는 미치광이들 file

    제 머리에 폭탄 터질 전쟁을 환영하다니.. ‘쿠바불가침’ 약속한 미국, 북한엔 왜 못하나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본국 신문들은 트럼프와 김 정은이 서로 티격태격 말 폭탄 대결에서 “숨고르기” 국면으로 옮겨간 양상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아무튼 다행이라...

    저죽는지 모르고 전쟁바라는 미치광이들
  • 美한인1세대 태권마스터 강익조회장 영화 file

    ‘I can I will I did’를 보고    Newsroh=이오비 칼럼니스트          올해 40회를 맞은 미국내 최초의 아시안 영화제이자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AAIFF(ASian Americ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의 공식 일정이 7월 26일부터 8월 5일까지 뉴욕에서 성공적...

    美한인1세대 태권마스터 강익조회장 영화
  • ‘뻥쟁이’ 트럼프 대 ‘옹고집’ 김정은, 자존심 대결 file

    [시류청론] 미국 한미훈련, 북한 괌 미사일 발사 동시 중단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워싱턴포스트>는 8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북한군은 괌에 대한 포위사격 계획 발표로 대응하는 등 북미 간 곧 전쟁이 터질 듯한 ‘말폭탄’...

    ‘뻥쟁이’ 트럼프 대 ‘옹고집’ 김정은, 자존심 대결
  • 도마뱀 file

    도마뱀 <시선>   호월(올랜도 거주 과학시인)     볼 일이 급했는지 작은 도마뱀 화장실에 들어왔는데 나갈 길을 모를 테고 먹이인 벌레도 없어 얼마 후면 굶어 죽을 듯하여 밖으로 내보내려고 해도 도망 다니니 잡을 수가 없었다   하나님은 나를 위해 자유로운 세상으...

    도마뱀
  • 따지지 않는 구제를 할 수는 없을까 file

    [이민생활 이야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가난한 사람들'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가난은 임금님도 구제 못한다고 했다. 어느 곳에서나 가난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는 가난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날 나는 신호등 정지 신...

    따지지 않는 구제를 할 수는 없을까
  • 사람과 짐승의 차이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캠프가 끝나고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는 스쿨 버스 안에서 뒷자리에 앉은 카일에게 갔다고 온 아나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내게 말합니다.   "챙, 카일이 오줌을 쌌대."   카일은 1학년 남자 아이인데 캠프에서 떠나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

    사람과 짐승의 차이
  • 대입준비는 학습 습관 점검부터

    [교육칼럼] 대학 가서 습득하기는 이미 늦어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칼럼니스트) =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지요? 버릇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 없지만, 특히 그 중에 학습 습관은 가장 중요한 습관 중에 하나라...

    대입준비는 학습 습관 점검부터
  • citi와 함께 city를 달리다 file

    자전거가 뉴욕에서 천덕꾸러기를 면한날       Newsroh=이오비 칼럼니스트         상상을 해본적은 있다. 이 복잡한 뉴욕시내에 차도 사람도 없이 나홀로 에비뉴와 스트릿 사이를 걸어다니는 것을.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좀비의 세상으로 바뀐 도시에 생존자 윌 스...

    citi와 함께 city를 달리다
  • ‘문재인 효과’와 가계 부채의 폭등 file

    [국제칼럼] ‘사람 중심’, ‘소득 주도’ 경제 정책이 성공이 관건   (워싱턴=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선진국 경제에는 대통령 ‘취임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 효과는 대선 후 새 정권이 들어서면 경제 정책이 부양책으로 바뀔 것이라는 들뜬 기대감에 증권...

    ‘문재인 효과’와 가계 부채의 폭등
  • “양산 쓰고 퍼팅하는 한인 여성” file

      [이민생활이야기] '골프천국' 플로리다에서 사는 즐거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이희호 = 플로리다는 누가 뭐래도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천국'임에 틀림없다.   뉴저지에 거주하던 때인 75년부터 골프를 시작했으나 그곳에서는 골프 예약이 힘들었다. 사설(개인) 골...

    “양산 쓰고 퍼팅하는 한인 여성”
  • 소크라테스는 사약 마시기 직전까지 책 읽었다

    언제나 감동을 주는 '직장인 학생들'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저는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합니다. 주로 저녁과 주말에 강의를 합니다. 그런 프로그램은 직장인들을 위하여 개설한 경영학 석사 과정입니다. 저는 직장인들을 가...

    소크라테스는 사약 마시기 직전까지 책 읽었다
  • ‘미친소리’ 트럼프에 꿀먹은 벙어리들 file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미국에선 ‘미친소리’라고 통박하는데 한국에선...   린지 글레이엄 상원의원 ( R, SC ) 이 지난 1일 한겨레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적 언사를 내뱉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면전에서 한 말이라면서, “북한...

    ‘미친소리’ 트럼프에 꿀먹은 벙어리들
  • ‘관사 따까리’ 공관병의 추억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공관병, 이런 단어가 있기는 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에는 그저 ‘관사 따까리’ 였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다음날 군대에 끌려간 내가 자대(自隊) 배치를 받은 곳은 백마고지, 5사단 포병단 (당시 포병은 ‘단’급이었다...

    ‘관사 따까리’ 공관병의 추억
  • 트럼프 또 막말, 북미 전쟁난들 한민족만 희생? file

    이게 '동맹'인가?... 믿지 못할 미국 민낯 드러나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 공화당의 대북 강경론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8월 1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북한이 핵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방치하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

    트럼프 또 막말, 북미 전쟁난들 한민족만 희생?
  • 왕따를 당한다고 느낄 때 어떡하나? file

               [교육칼럼]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모든 일을 미래와 연관 시켜라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안젤라 김 = 그 동안 써 온 칼럼을 통해서는 대다수의 고등학생들과 관계된 활동들, 즉 학교에서 후원하는 운동, 밴드, 토론활동과 같은 과외 활동들에 관해서 많이 ...

    왕따를 당한다고 느낄 때 어떡하나?
  • 군함도(軍艦島)와 징용(徵用)의 가족사(家族史) file

    Newsroh=신필영 칼럼니스트         어제는 예약(豫約)도 없이 다행(多幸)하게도 영화 <군함도(軍艦島) 하시마섬 The Battleship Island>을 관람(觀覽)했습니다.   홀로이긴 했지만 다소 흥분된 기분(氣分)으로  <롯데월드>라는 최고층(最高層)을 다시 찾아 둘러 볼 수 ...

    군함도(軍艦島)와 징용(徵用)의 가족사(家族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