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이씨 피격사건, 억지 정쟁도구 삼지 말아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25일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코로나 바이러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고통받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라며 문 대통령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씨 피격을 두고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사과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 김 위원장은 하루 만에 직접 사과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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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북쪽 지도자가 남쪽 지도자에게 이토록 정중히 사과한 것은 남북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로서 앞으로의 남북,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밝아 보이는 징조다.

미 국무부도 이날 ‘남북관계에 김 위원장의 사과와 설명이 도움 되는 조치’라며 반겼음은, 불행히 한 사람의 인명피해는 있었지만 남북, 북미 간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호재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놓고 더는 왈가왈부하지 말아달라는 신속한 메시지로 읽힌다.

< AP >통신 등 전 세계 주요 외신들도 김 위원장의 이번 사과 발언에 놀라움을 나타내며 “북한 지도자가 특정 이슈에 관해 남측에 사과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관련 내용을 신속히 보도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김 위원장이 보낸 사과문과 대북 감청(SI)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그리고 연평해전의 전례로 보아 이번 이씨의 피격 역시 김 위원장의 지시가 아닌 북한 지역(해군) 사령관의 지시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조중동 등 적폐 언론과 야당은 북풍의 불씨를 살려 ‘문 대통령은 어디 갔냐?’ ‘남북 간 전쟁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식의 억지 주장으로 이씨 피격사건을 정쟁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발빠른 사과에 분풀이 하는 적폐세력
 

 

특히 ‘김 위원장의 통지문은 박지원 국정원장의 작품’이라는 음모론은 김 위원장의 발 빠른 사과로 적폐 세력의 문 정부 공격에 찬물을 끼얹은 데에 대한 분풀이로 풀이된다.

과거 집권당이던 한나라당, 새누리당 그리고 조중동 등 수구 세력들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당시나, 6년 전 박근혜 정부 때의 세월호 사건 당시에는 감히 쓴 소리 한마디 내뱉지 못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들이 억지 짜 맞추기로 문 대통령을 공격했고 세월호 7시간과 비교하며 대통령의 행적 일분일초를 공개하라는 등 생떼를 부릴 수 있음은 이명박근혜 준독재 전임 정부들에 비해 문재인 정부야말로 진정한 민주정부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남쪽과는 달리 북쪽은 빈약한 방역체계 탓으로 중국 우한바이러스가 발생하자 북중 국경 봉쇄, 국경선 1킬로미터 폭 안에 사람, 짐승 등 움직이는 물체는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 대응에 자신이 없어 겁을 먹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측 지역 사령관이 단순히 국경(영해)을 불법 침입한 자는 무조건 사살하라는 상부명령에 따라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남쪽 국방부가 밝힌 대로 이씨가 자진 월북한 민간인 신분임을 알았다면 구태여 현장에서 사살했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장 출신인 이씨가 무궁화10호를 이탈하기 전 신발까지 가지런히 배에 남겨 두고 부유물을 챙겨 떠났음은 실족 또는 납북으로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다. 국방부의 ‘월북’ 주장은 감청에 따른 판단 결과일 것이다.

청와대 안보실이나 유가족이 바라는 ‘남북합동조사’는 본인이 이미 고인이 된데다 현장보존까지 안 되어 있는 상태라서 북측이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조사나 효과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남북군사합의 지키지 못한 남쪽 사정 이해한 듯

 


한편, 문 대통령이 9월 8일 보낸 친서와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12일자 회신은 양측 지도자 간에 동포애가 축적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미국의 압박을 넘지 못해 남북군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 같은 분석은 문 대통령은 9.19 선언 2주년을 맞아 “9.19 (남북군사합의가) 빠르게 이행되지 못한 것은, (미국의 압박 등) 대내외적인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9•19 남북합의는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데서 잘 드러난다.

이는 지난 2년 간 남쪽의 9.19 합의 위배 자세가 옳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남북문제 개선을 위해 퍽 다행스런 일이다.

김 위원장의 사과까지 받아 낸 문재인 정부의 민족화해 정신, 그리고 끈기와 결기는 역대 어느 정부도 쉽게 가지지 못한 것으로, 수구 세력들을 제외한 모든 국민들의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아울러 8천만 겨레의 민족자주 평화통일이 소원인 동포들은 이번에 피살된 이씨의 희생이 결코 헛된 게 아니었음을 깨닫고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빌어야 할 것이다. 북쪽당국의 노력으로 고인의 시신이 하루속히 수습돼 유가족의 품으로 인도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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