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복권소설’

 

뉴스로=이계선 작가

 

 

윤필용시절에는 후암동육본과 필동육본이 세를 겨뤘다. 10.26이후에는 정승화육본과 전두환육본으로 갈라져 암투를 벌리기 시작한다. 정승화는 육본참모총장이요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하나회의 보스다.

 

10.26이후 서울지역의 정치군인 분포도는 하나회와 육본으로 갈라진다. 육본측은 민주화를 지지하는 온건파였다. 하나회는 유신을 연장하려는 강경파였다. 흥미로운건 육본측은 이심전심으로 김재규를 돕고 있었다. 정승화는 정보부장 김재규의 추천으로 참모총장이 됐다. 육본측의 최대 주주인 이건영중장과 정병주소장은 김재규의 사람이었다. 김재규밑에서 중정차장을 지낸 이건영은 3군 사령관으로 나가 있으면서 육군참모총장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10.26이 일어나 김재규가 체포당하자 이건영은 도울수 있는 길을 알아보려고 부관을 보냈었다. 보안사의 저지로 그냥 돌아갔다. 김재규의 안동농고 2년후 배인 정병주는 김재규를 혈육처럼 따랐다.

 

서울에 있는 장군들은 육본이 압도적으로 우세해 보였다. 육본측은 수경사령관 장태완소장을 비롯하여 특전사령관 정병주소장, 헌병사령관 김진기준장이 있었다. 육본에는 수십명의 장군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참모총장 정승화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유병현대장, 합창의장 김종환대장을 비롯하여 기라성같은 육본의 고위 장성들은 모두 육본측이었다.

 

하나회측은 보안사령관 전두환소장 육본 군수참모장 유학성중장 뿐이었다. 부대를 움직이는 서울시내의 예하부대장들은 하나회가 많았다. 수경사령부 예하부대인 33경비단장 장세동대령, 30경비단단장 김진영대령이 하나회였다.

 

특전사예하부대인 제1공수단단장 박희도준장, 제3 공수단단장 최세창준장, 제5공수단단장 장기오준장도 하나회다. 제9공수단단장 윤홍기준장만이 육본측이다. 수경사나 특전사나 머리는 육본측인데 수족은 하나회가 된 꼴이었다.

 

하나회는 숫자는 많아 보인다. 육군수도군단장 차규헌중장, 제1군단장 황영시중장, 9사단장 노태우소장, 50사단장 정호용소장, 제 71방위사단장 백운택준장, 제20사단장 박준병준장, 제30 기계화보병사단장 박희모준장은 하나회멤버들이다.

 

육본측은 이렇다. 3군사령관 이건영중장, 제 26기계화사단장 배정도소장, 수도기계화사단장 손길남소장. 3군사령관 이건영중장은 수십만 병력을 움직일수 있는 막강한 자리에 있었다. 하나회의 사단장들 병력을 모두 동원해 봐야 한줌의 조무래기에 불과했다.

 

전체로 볼때는 육본측이 수십배로 우세하다. 육본이 명령하면 하나회 말고는 전군이 육본의 명령을 따르게 됐기 때문이다. 하나회가 아닌 모든 군대는 자동적으로 육본측인 셈이다. 정통성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시간 내에 서울로 출동이 가능한 서울 외곽부대는 단연 육본측이 우세했다

 

하나회가 육본을 이기는 길은 육본을 점령하는 길 뿐이다. 정승화참모총장을 끌어내고 하나회측이 참모총장을 맡는 것이다. 하나회는 은밀하고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소격동에 있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실이 아지트였다. 하나회는 매일같이 모여 정국 현안을 저울질했다.

 

10월 27일 새벽 4시 보안사령관 전두환소장은 처음으로 국무회의에 모습을 들어낸다. 합동수사본부장으로 김재규를 체포하고 결과를 보고하기위해서다.

 

“10월 26일 밤 9시에 궁정동안가에서 김재규정보부장은 차지철 경호실장과 다투던 와중에 박정희대통령을 시해했습니다. 김재규는 시국수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차지철에게 밀리고 대통령에게 심한 질책을 받았습니다. 김재규는 자기가 정보부장 자리에서 쫓겨나는 줄 알고 격분하여 5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우발적인 만행을 저지른 겁니다. 그 자리에서 차지철경호실장과 청와대측 경호대원들도 죽었습니다. 보안사는 4시간 후인 밤 12시 40분에 김재규일당을 체포하여 현재 조사중입니다”

 

 

Chun_Doo-hwan,_1955-February.jpg

1955년의 전두환 www.lo.wikipedia.org

 

 

11월 4일 전두환은 10.26사건을 국민에게 알리는 기자회견을 한다. 외부에 자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내는 순간 이었다. 대머리인 전두환은 유들유들해 보였다.느물거리고 좀 투박스런 말투로 박대통령의 시해를 설명했다. 핸섬하거나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이 아니었다. 발표내용은 국무회의 보고사항 그대로였다. 기자들이 물었다.

 

“10.26 사건당시 정승화참모총장은 궁정동 시해현장 근처에 있었다고 합니다. 혹시 김재규를 도우려고 온건 아닙니까? 정승화참모총장도 관련 있는 건 아닌지요?”

 

정승화를 건드려야 좋을게 없다. 이참에 그를 안심시키자. 그래야 몰래 일을 추진할수 있으니까. 전두환은 침을 꿀꺽 삼킨 후 입을 열었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정승화참모총장은 김재규에게 속아서 근처에 왔을 뿐입니다. 김재규가 범행을 저지른걸 알자 총장께서는 오히려 앞장서서 김재규체포를 지휘했습니다”

 

“시중에는 미국 CIA가 개입됐다는 말이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박대통령은 카터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박정희대통령이 핵을 개발하려고 하는걸 알고 미국 CIA가 김재규를 시켜 암살했다는 거죠. 김재규가 미국 CIA의 대원이라는 설도 있는데요?”

 

“그건 전혀 낭설입니다. 김재규는 미국중앙정보부(CIA)의 직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중앙정보부(KIA)의 수장입니다. 주한 미국대사와 유엔군사령관은 박대통령의 서거를 크게 애도 했습니다 그리고 박대통령의 업적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알렸습니다”

 

국민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나니 자신이 붙었다. 전두환과 하나회는 자주 모였다. 누가 물으면 친구집 돌잔치에 간다고 둘러댔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시중에는 하나회가 몰래 모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정승화는 하나회를 주시하고 있었다.

 

<계속>

 

* '김재규 복권소설'의 소설같은 사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ks&wr_id=3

 

* 등촌이계선목사는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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