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궁궐의 부끄러운 비밀

 

뉴스로=혜문 칼럼니스트

 

 

보물 1761호 향원정의 모습. 정면에서 보면 향원정과 취향교가 심하게 비뚤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jpg

 

 

향원정은 경복궁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정자라고 일컬어진다. 향원정은 경복궁 북쪽 후원에 있는 연못의 섬 위에 건립된 육각형의 정자이다. 향원지의 ‘향원(香遠)’은 ‘향기가 멀리 간다’는 뜻으로 북송대 학자 주돈이(1017∼1073)가 지은 '애련설(愛蓮說)'에서 따온 용어이다. 고종은 흥선대원군의 간섭에서 벗어나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 건청궁을 짓게 되는데, 그때 건청궁 앞에 연못을 파서 가운데 섬을 만들고 세운 2층 정자인 향원정을 건립했다고 한다. 따라서 고종 4년(1867)부터 고종 10년(1873)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향원정은 경복궁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정자로 일컬어지며, 정자와 초석 등이 육각형 공간을 구성하고 있으며, 또한 모든 구성요소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역사적, 예술적, 건축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문화재청 홈페이지 설명)

 

2010년 향원정이 보물 1761호로 지정되었다는 보도가 있을때쯤, 경복궁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화창한 봄날이기에 향원정을 둘러보면서 봄날의 꽃구경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어 다리가 삐뚤어 졌네? ”

 

향원정의 정문을 바라보다 보니 문득 다리가 매우 심하게 삐뚤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다리와 계단이 만나는 부분은 뭔가 비례감이 깨져 보였다. 계단도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목조 계단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 것이 잘못된 고증(考證)이거나 대충 만들다 보니 일어난 부조화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두장 사진.jpg

​향원정 다리와 계단이 만나는 부분을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 계단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을뿐만 아니라 접촉부분이 어색하다.

 

일제시기 촬영된 향원정의 모습, 건청궁 앞에서 진입하도록 다리가 가설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jpg

일제시기 촬영된 향원정의 모습, 건청궁 앞에서 진입하도록 다리가 가설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원래 향원정에 들어가는 다리는 '취향교(醉香橋)'라는 이름의 나무다리로 1873년 건립당시 건청궁에서 향원정으로 들어가도록 북쪽에 있었다고 한다. 경복궁 중건 당시의 기록인 <북궐도형>에도 취향교의 위치는 건청궁쪽에서 진입하도록 기재되어 있었다. 일제 시대 촬영된 향원정 사진에도 건청궁이 위치한 북쪽 방향에서 진입할 수 있도록 다리가 놓여져 있는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현재 향원정의 북쪽 방향에는 당시 가설되었던 다리 기단의 유구도 발견되고 있었다. 6·25전쟁 당시 취향교가 폭격으로 무너지자, 1953년에 지금 방향으로 적당히 복원한 것이 놀랍게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2012년 보물로 향원정을 지정하면서 왜 이런 오류를 시정하지 않았을까? 문화재청은 향원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진 나는 2012년 6월 15일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문화재청에 ‘경복궁 향원정 제자리 찾기에 관한 진정서’를 제출해 보았다.

 

 

경복궁 향원정 제자리 찾기에 대한 진정

 

경복궁에 위치한 향원정은 2012년 3월 보물 1761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정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향원정에 들어가는 다리인 '취향교'는 본래 목교로서 1873년 건청궁에서 향원정으로 들어가도록 북쪽에서 남쪽으로 설치된 다리였습니다. 그런데 6·25전쟁 당시 없어진 것을 1953년 복원하는 과정에서 무슨 이유인지 원래의 방향과 반대인 남쪽에서 북쪽으로 다리를 놓아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리와 계단이 틀어지게 복원되는 바람에 향원적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훼손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경복궁의 원형 복원을 목표로 경복궁 복원사업을 진행, 건청궁 등을 원형 복원해 왔습니다. 그런데 향원정의 취향교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볼썽 사나온 모습으로 60년간 방치되어 있습니다. 왜곡된 모습의 제자리 찾기에 대한 아무런 언급과 문제제기 없이 금년 초 보물 1761호로 지정되었다는 것 또한 이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은 문화재청과 학계 등의 무관심이 초래한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에 비록 뒤늦은 감이 있지만 향원정의 취향교가 본래 있었던 자리에 원형대로 복원되기를 간절히 진정하는 바입니다.

2012. 6. 15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문화재청은 취향교의 방향이 잘못된 점과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시인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취향교를 바로 잡을 계획은 없으며 경복궁 복원 4단계가 진행되는 2021년 이후 향원정의 취향교를 고증자료를 바탕으로 원래대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사진설명  문화재청의 답변. 2012. 6.20.jpg

사진설명 문화재청의 답변. 2012. 6.20

 

 

일단 향원정 취향교의 오류를 정부가 시인하고 당장은 아니지만 2021년이 되면 고증자료를 바탕으로 복원할 의사를 밝혔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잘못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바로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화재에 구현된 아름다움이란 언제나 완전성을 지향한다. 불필요하거나 일그러진 부분을 가다듬고 제거한 뒤에야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구현된다는 의견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자라는 향원정이 일그러지고 비뚤어진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향원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자랑스런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배워 보고자 향원정을 찾아온 어린 아이들에게 2021년까지 비뚤어진 취향교를 보여 주어야 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슬프게도 완전한 아름다움을 물려받기에는 우린 아직도 여전히 부족한 것 아닐까?.아무래도 우린 대충 무성의하게 하루하루를 때우는 추악한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향원정 북쪽 방향에 남아 있는 취향교의 흔적. 다리가 있었던 부분에 기초석이 남아 있다..jpg

향원정 북쪽 방향에 남아 있는 취향교의 흔적. 다리가 있었던 부분에 기초석이 남아 있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혜문스님의 제자리찾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ea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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