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장군을 생각한다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1980년 5월 24일 오전 7시 서울형무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김재규는 묶인채 걸어서 서울구치소 사형실로 들어갔다. 죽음의 의자에 앉자 유언(遺言)을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시지요”

 

전날 장문의 유언을 남겼는데 무슨 할말이 있단 말인가? 또 말은 산자들이 속이고 자랑하려고 하는 짓거리들인데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무슨말이 필요할까?

 

예수님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면서 “다 이루었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부처님은 죽으면서 “조용히 웃기만” 했다.

 

김재규는 말이 없었다.

 

그러자 봉지처럼 만든 하얀 보자기가 얼굴위로 덮여 씌워졌다. 머리위로 올가미가 달린 밧줄이 소리 없이 내려왔다. 밧줄이 목에 걸리자 의자 밑이 갈라졌다. 덜커덩! 소리와 함께 김재규의 몸은 아래층으로 떨어지면서 대롱대롱 매달렸다.

 

목이 졸려 숨이 막혀 죽어가면서 김재규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유도시합 하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다. 김재규는 검은 띠 유도선수였다. 시합때 상대를 넘어뜨리고 목조르기를 시도한다. 상대가 숨이 막혀 질식기절하기 직전 심판이 한판승을 선언한다. 통쾌한 순간이다. 이순간의 영광을 위하여 피나는 훈련을 한다.

 

그런데 유도의 묘미는 목조르기를 당할 때이다. 상대선수가 위에서 조르거나 뒤에서 목을 조른다. 발버둥 치다가 기진맥진 축 늘어저 숨이 막히면서 질식순간이 온다. 생명이 끊어지기 직전이다. 그런데 그 순간 오르가즘 비슷한 희열이 오면서 아늑하고 조용한 평안(平安)이 찾아온다.

 

(아!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

 

죽음 같은 평화라고 할까? 어느 유도선수는 목조르기 당할 때의 맛을 잊지 못하여 유도를 한다고 고백했다. 김재규는 죽어가면서 목조르기를 체험하고 있었다.

 

(내가 전두환에게 한판승으로 목조르기를 당하여 죽는구나. 그러나 다음순간 환생으로 영생할 터이니 내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랴!)

 

누가 봐도 김재규는 마지막까지 의연했다.

 

이어서 박선호 이기주 유성옥 김태원이 1시간 간격으로 잇따라 처형됐다. 착하고 정의로웠던 부하들은 죽으면서도 장부답게 김재규를 따라갔다. 박흥주는 현역군인이기에 항소가 안됐다. 그래서 두 달 앞서 3월 6일 총살형을 받았다.

 

“김재규씨의 시신을 가져가시오. 빨리 찾아가지 않으면 교도소당국이 화장해 버리겠습니다. 장례는 내 일안으로 끝내야합니다.”

 

동생 김항규가 형의 시신을 빼내왔다. 다음날 5월 25일 경기도 광주군 보포면 능골리 삼성공원묘지에 김재규를 묻었다. 박흥주는 경기도 포천의 천주교묘지에 묻혔다. 박선호는 경기도 고양의 공원묘지에, 이기주는 경기도 양주군 구내면 공원묘지에 묻혔다. 유성옥과 김태원은 화장했다. 원래는 김재규의 유언대로 경북 선산의 선영에 6인묘를 만들고져 했으나 당국이 막았다. 죽어 혼백으로 합쳐서 복수할까 두려웠던 모양이다.

 

1989년 2월 24일 전남 광주의 송죽회는 경기도 광주로 올라와 “의사 김재규장군

 

추모비”를 세웠다. 추모비에 새겨진 추모시.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광풍 몰아 덮칠 때에

 

홀로 한줄기 정기를 뿜어

 

어두운 천지를 밝혔건만

 

눈부신 저 햇살은 다시 맞지 못하고

 

슬퍼라, 만사람 가슴을 찢는 구나

 

아! 화천의 그 기상 칠색 무지개 되어

 

이 땅위에 길이 이어지리.“

 

1989. 1. 20 송죽회

 

 

2 김재규복권소설 배너 new.jpg

 

 

위의 글은 이계선이 쓴 김재규복권소설 “신부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의 끝부분입니다. 이소설을 노창현의 뉴스로(www.newsroh.com) 가 연재해주고 있습니다. 컴퓨터 Google에 “뉴스로”를 쓰고 누르면 반갑게 튀어나옵니다.

 

촛불탄핵이 일어나는 바람에 신으로 떠 받들던 박정희신화가 벗겨져 버렸습니다. 조카사위 김종필은 국모 육영수여사가 투기심 많은 중전마마라고 폭로 (暴露) 했습니다. 박근혜가 탄핵당했기 때문이지요.

 

4년전 “신부님, 김재규는...”을 썼지만 출판할 수가 없었습니다. 청와대가 무서워 출판사들이 기피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말할수 있습니다. 오는 4월 27일 뉴욕 맨해튼에서 소설로 쓴 “김재규이야기 모임”을 갖습니다. 공명(정광채)이 이끄는 흥사단강좌시간입니다. 이민사회의 선구자 도산안창호선생이 나성에서 시작한 흥사단의 “홍익인간”은 이민의 표상이기도합니다. 찾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일시 4월 27일 오후 6시 30분

 

장소 16. W 32St #803 NY NY 10001

 

전철 B D F M N Q R W를 타고 맨해튼 34St에서 내리세요.

 

의제 5월에 간 김재규장군을 생각한다

 

“신부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

 

 

등촌 이계선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sarang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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