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소설’ 뉴스로 독점연재

 

뉴스로=이계선 작가

 

 

연회장으로 들어가기 전 김재규는 박흥주 박선호를 불러낸다. 퇴역대령 박선호는 김재규가 대구 대륜고교 교사시절 제자였다. 현역해병대령 박흥주는 김재규의 수행비서관이다. 김재규는 박선호와 박흥주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오늘 죽인다"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러자 김재규가 더 강하게 나왔다.

 

“자네들 어떻게 생각하나? 나라가 잘못되면 다 죽는다. 각오는 돼 있나?”

“예. 각오가 돼 있습니다”

 

박선호는 죽음을 각오 한듯 선뜻 나섰다. 박흥주는 머뭇거렸다.

 

(......)

 

그러자 김재규는 권총을 보여주며 결의를 다졌다.

 

“안심해도 좋다. 총장(정승화)과 제2차장보(김정섭)도 와 있다. 오늘 결행한다”

 

참모총장의 이름까지 나오자 박선호가 물었다.

 

“각하도 포함됩니까?”

 

김재규가 재빨리 답했다.

 

“그래”

“그게 정말입니까?”

 

깜짝 놀란 박선호가 암살을 미룰 것을 제안했다.

 

“오늘은 경비원이 너무 많습니다. 다음으로 미루는 게 어떻겠습니까?”

“안돼. 보안이 샌다. 똑똑한 놈으로 두세 명만 준비시켜”

“그럼 30분만 주십시오”

 

피할수 없는 운명인걸 알자 박흥주도 따르기로 한다. 박흥주는 궁정동 안가 운전기사 유성옥과 궁정동 안가 경비원 이기주를 불러 거사계획을 알렸다. 모두 중앙정보부소속이다. 세 사람은 궁정동 안가 요리실 주변에 대기하기로 했다.

김재규가 빠르게 세부사항을 지시했다.

 

“총소리가 들리면 박흥주는 유성옥 이기주와 함께 요리실로 뛰어들어 경호원들을 사살하라”

“박선호 의전과장은 총소리가 나면 연회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경호실 소속 경호원 두명을 사살하라. 이들은 명사수들이니 재빨리 선수를 쳐야한다”

“예 알겠습니다”

 

부하들에게 행동지침을 시달한 김재규는 가동을 나와 마당을 걷고 있었다. 그때 청와대 주변에 이상한 징후가 나타났다. 본관 청기와 위에 괴상한 물체가 웅크리고 있는게 보였다. 사극 드라마에 나오는 복면한 자객이 지붕위에 숨어있는 형상이었다. 청와대 경호원이 총을 들고 다가가자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부엉 부어엉”

 

지옥에서 죽음을 부르는 새소리처럼 소름끼치도록 흉측스러웠다.

 

“각하께서 대행사 잔치를 즐기는 밤인데 기분 나쁘게 부엉이가 울고 있네. 이놈 부엉아 꺼져버려!”

 

경호원이 악을 쓰자 부엉이는 훌쩍 날라 오르더니 청와대지붕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는 무엇이 더 슬프던지 부엉부엉 또 한번 슬피 울고는 어둠속으로 날라 가 버렸다.

 

“불길하게 웬 부엉이 울음소리야”

 

경호원들은 기분이 좀 찜찜했다. 날짐승도 사람 죽을 걸 알고 슬피 울어 주는가? 그런데 탐욕에 눈먼 독재자는 저 죽는 것도 모르고 황음무도를 즐기고 있다. 짐승만도 못 한 게 타락한 인간이다.

 

부하들에게 임무를 하달한 김재규는 연회장으로 들어와 제자리에 앉았다. 그때가 7시 38분.

 

잠시 후 머뭇거리던 김재규는 갑자기 옆에 있는 김계원에게 퉁명을 부렸다.

 

"형님, 각하를 좀 똑바로 모시십시오!"

 

순간 연회장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분위기를 타고 이번에는 박 대통령에게 대들었다.

 

"각하, 이 따위 버러지 같은 놈(차지철)을 데리고 정치를 하니 정치가 똑바로 되겠습니까!"

 

대통령이 입을 열려는 순간 김재규는 재빨리 권총을 뽑았다. 그리고는 차지철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각하 앞에서 뭣들 하는 거야”

 

놀란 김계원이 만류했으나 이미 총알이 날라 간 뒤였다.

 

“탕!”

 

차지철은 왼쪽 팔을 맞은 채 옆으로 쓰러졌다. 차지철은 경호실장이라는 사람이 총 한 자루 갖고 있지 않았다. 원래는 총을 차고 다녔다. 오늘도 연회장에 들어오기 전 부관이 권총을 건네주는 걸 웬일인지 거절했다. 죽으려고 깜빡했던 모양이다. 권총만 갖고 있었어도 상황은 달라지는 것이다. 그는 일어나더니 팔을 붙들고 화장실로 도망쳤다. 김계원도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박 대통령의 옆에는 심수봉과 신재순만이 있을 뿐이었다.

 

“뭣들 하는거야”

 

대통령은 벽력같이 소릴 질렀다. 그러나 대통령 곁에는 대통령을 지켜줄만한 사람이 없었다. 가녀린 여인 둘만이 공포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대통령의 포효는 허공을 맴돌다 사라져 버렸다. 무방비상태로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그걸 알았는지 대통령은 죽음을 짐작한 듯한 모습이었다. 눈을 크게 떠서 천정을 응시하더니 죽음을 맞이하려는 듯 자세를 고쳐 앉았다. 조금 고개를 숙이면서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불과 몇초 사이에 번개처럼 스쳐가고 있는 지난 일들을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살려달라고 구걸해야 될 일도 아니지만 모든 걸 받아드리는 의연한 자세였다. 그때 김재규가 대통령의 가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야수의 심장으로 유신의 심장을 쏜 마탄의 사수 김재규! 총을 맞고 쓰러지는 대통령에게 그는 재차 방아쇠를 당겼다. “찰깍”하면서 권총이 고장나버렸다.

 

깜짝 놀란 김재규는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얼른 새로운 총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화장실에 숨어서 빼꼼이 밖의 동정을 살피던 차지철이 문을 열고 기어 나왔다. 그리고 대통령을 경호한다는 소리가 겨우.

 

"각하, 괜찮으십니까?"

 

대통령은 가슴에서 피가 콸콸 쏟아져 내리고 있는데도 의연했다.

 

"나는 괜찮아..."

 

심수봉도 박 대통령에게 달려갔다.

 

"각하, 정말 괜찮으세요?"

 

똑같은 대통령의 목소리.

 

"나는 괜찮아...

 

그런데 심수봉과 신재순에게는 그 말이 다르게 들렸다.

 

‘나는 죽어도 괜찮으니 너희들은 빨리 도망쳐서 살아나라’는 말을 하려는듯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 말을 남기고 쓰러졌다.

 

http___ojsfile_ohmynews_com_STD_IMG_FILE_2011_0603_IE001313141_STD.jpg

www.ko.wikipedia.org

 

 

<계속>

 

* 등촌의 김재규소설을 도와줍시다 

'김재규 복권소설'의 소설같은 사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ks&wr_id=3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그녀를 망친자 누구인가 file

    박근혜의 위대한 착각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요령부득(要領不得)이었다. 왜 박근혜는 탄핵심판을 끝까지 기다렸을까. 워낙 상식이 물구나무서는 세상이지만 난 애당초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이 만장일치로 탄핵선고를 내릴거라고 생각했다. ...

    그녀를 망친자 누구인가
  • 세상에서 가장 예쁜 머리 ‘헤어롤러’ file

    이정미재판관 해프닝 헤어롤러 따라하기   뉴스로=민병옥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이정미 헌재 재판관의 ‘헤어롤러(hair roller)’가 뉴욕에서도 화제를 뿌리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뉴욕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인용’ 축하모임에서 남녀 참가자들이 ‘헤어롤러...

    세상에서 가장 예쁜 머리 ‘헤어롤러’
  • 10화 박선호가 넘어졌다면 역사는 달라졌다 file

    ‘김재규 복권소설’ 연재   뉴스로=이계선작가     한편 김재규의 총소리가 울려 퍼지자 요리실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흥주, 유성옥, 이기주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세 사람은 M16소총을 빼들고 요리실 안으로 뛰어들었다. 총소리가 김재규의 신호탄인 것을 알았기 때...

    10화 박선호가 넘어졌다면 역사는 달라졌다
  • 9화 궁정동의 총소리 file

    ‘김재규소설’ 뉴스로 독점연재   뉴스로=이계선 작가     연회장으로 들어가기 전 김재규는 박흥주 박선호를 불러낸다. 퇴역대령 박선호는 김재규가 대구 대륜고교 교사시절 제자였다. 현역해병대령 박흥주는 김재규의 수행비서관이다. 김재규는 박선호와 박흥주에게 명...

    9화 궁정동의 총소리
  • 죽쑤어 개주지 맙시다 file

    광장은 이제 끝내라구?   뉴스로=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지난 70여년간 우리 민족에겐 적어도 세 번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해방후 사리사욕(私利私慾)에 눈먼 가짜 독립운동가 이승만 대신 백범 김구 선생이나, 서재필 박사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전쟁...

    죽쑤어 개주지 맙시다
  • 민주당 정권의 '민족일보' 탄압

    [필화 70년: 21회] 4월혁명으로 탄생한 민주당, 혁명정신으로 탄생한 언론에 '철퇴'   ▲ 1961년 8월 11일 혁명재판소에서 열린 민족일보 사건 변론 공판 모습.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이 피고인석 왼쪽에 앉아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코리이위클리) 임헌영 교...

    민주당 정권의 '민족일보' 탄압
  •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갑시다 file

    뉴스로=시몬천 칼럼니스트     한국의 촛불 국민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얼마나 추운 겨울이었습니까?   전 세계를 감동시킨 촛불 이었습니다.   국제 시민, 언론, 한국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 연대(連帶)해준 촛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불씨는 소박하고 착...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갑시다
  • 미국 모더니즘의 어머니, 조지아 오키프 file

      뉴스로=이오비 칼럼니스트         개인적으로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와 모던 아티스트 조지아 오키프(Geogia O'Keeffe)의 작품세계에 관심이 많았다. 브루클린 뮤지엄 특별전시관에서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3월 4...

    미국 모더니즘의 어머니, 조지아 오키프
  • 8화 “각하 발포 명령만은 안됩니다” file

    김재규의 작심발언   뉴스로=이계선 작가     “각하, 10월 15일 부산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유신을 철폐하고 민주회복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그러자 다음날16일에는 시민들이 합세하여 5천명의 집단시위로 불어났습니다. 유신헌법개정 소리만 하면 긴급조치로 10...

    8화 “각하 발포 명령만은 안됩니다”
  • 이민단속에 ‘얼어붙은 부평초’ file

      이민단속에 ‘얼어붙은 부평초’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연못이나 논 어귀에 잔뜩 떠있는 손톱만한 작은 잎. 물 위를 초록으로 가득 덮고 있는 작은 잎을 기실 눈여겨 본 사람은 별로 없다. 이름도 희한한 개구리밥. 잎을 헤집고 개...

    이민단속에 ‘얼어붙은 부평초’
  • 고조되는 북미 대결, 대체 어디까지 갈 건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과 한반도의 미래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 3월 1일 드디어 한국군만의 군사훈련이 시작되었다.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에 전쟁을 부추길 수 있는 금년의 한미합동군사훈련(키리졸브-독수리)은 전 세계가 주목해 오던 터다. 해...

    고조되는 북미 대결, 대체 어디까지 갈 건가
  • 문화놀이터, 브루클린 뮤지엄 file

    뉴욕 100배 즐기기   뉴스로=이오비 칼럼니스트   뉴욕에 매달 첫째 주 토요일 문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무료 놀이터가 있다. 가족단위, 연인, 친구들의 방문으로 조용한 브루클린이 이날만 되면 밤 11시까지 시끌벅적하다고 하는데..   바로 종합쇼핑마트 타겟(Tar...

    문화놀이터, 브루클린 뮤지엄
  • 7화 태어날때부터 한 맺힌 박정희 file

    '김재규 복권 소설' 연재   뉴스로=이계선 작가     박정희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핍박을 받아서 그런지 태어 날 때부터 한이 맺혀있는 남자다.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하고 이대출신 신여성과 동거를 하지만 여자가 떠나가 버린다. 일본 육사를 나온 엘리트이지만 진급은 ...

    7화 태어날때부터 한 맺힌 박정희
  • 박근혜탄핵과 성조기 file

    미국좀 알고 친미해라   뉴스로=김중산 칼럼니스트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박근혜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과 함께 대형 를 펼쳐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분노와 수치심을 주체할 수...

    박근혜탄핵과 성조기
  • 싸드 해법..‘역지사지’하라 file

     중국에 분노할 일이 아니다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장면1   1998년 7월 여름, 러시아 주재 한국 외교관이 추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러시아는 국정원 소속 조모 참사관(參事官)이 러시아 외무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정보를 빼내가고 ...

    싸드 해법..‘역지사지’하라
  • 6화 김재규복권소설 file

    궁정동 최후의 만찬   뉴스로=이계선 작가     “자 이제부터 대행사를 시작하는 거야. 우선 시버스 리걸로 목을 축인후 심수봉이 부르는 ‘그때 그 사람’을 듣자구. 누가 부라보를 선창할까? 그렇지, 목청 크고 씩씩한 호위무사, 임자가 해봐”   대통령은 경호실장을 호위...

    6화 김재규복권소설
  • ‘응답하라 1960’ 히피문화 file

      뉴욕에서 만나는 문화체험   뉴스로=이오비 칼럼니스트         몇 년전 친구의 초대로 콜럼버스 서클에 있는 한 건물의 robert라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은 기억이 있다. 창가자리에서 바라 본 겨울의 컬럼버스 서클은 수많은 라이트와 센트럴파크가 보이는 ...

    ‘응답하라 1960’ 히피문화
  • 트럼프 취임 한 달, 지구가 흔들린다

    [기고] 무모한 자국 이익주의, 국내외 대 혼란 초래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은 현재,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미국 우선주의 을 내세운 트럼피즘(Trumpism)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일극체제 세상에서 미국이 얼마나...

    트럼프 취임 한 달, 지구가 흔들린다
  • "무산대중 단결" 대학생 필화 1호 사건

    [필화 70년: 20회] 경찰 서울대생 류근일 체포… 교수·이념서클 수사   ▲ 4·19혁명 당시 거리에서 어깨를 겯고 시위를 하는 학생들에게 시민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코리아위클리) 임헌영 교수(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장) = 1960년 3·15 정...

    "무산대중 단결" 대학생 필화 1호 사건
  • 한국의 노인 빈곤율, 선진국 중 '최고'

    [국제 칼럼] 노인 빈곤율 50%, 노인 자살률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들은 '쥐꼬리'만 한 연금으로 선진국 중 가장 가난하게 살고, 이들의 자살률은 선진국 중 제일 높다." 어느 한국 주류 신문...

    한국의 노인 빈곤율, 선진국 중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