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송환’ 힘쓰는 유럽한인들

 

뉴스로=클레어 함 칼럼니스트

 

 

IMG_9846.jpg

 

 

2월 9일 멋진 개막식을 한 베를린영화제는 다음날 10일 EFM (유러피안필름마켓)을 개장했다. 깐느는 말할 것도 없고, 베를린영화제처럼 큰 규모의 국제영화제에는 영화마켓이라는 것이 있어서 실제로 영화를 팔고 사는 비즈니스가 이루어진다. 왜 멀리 영화를 보러 가냐고 의아해하는 일반인들이 많은데, 영화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전문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 마켓 부스에서 미팅을 하며 보낸다.

 

사실, 영화제에 선정할 영화를 고르는 프로그래머나 영화를 사는 바이어가 아닌 우리같은 영화 프로듀서나 감독들은 영화 볼 시간이 거의 없다. 현재 작업하는 프로젝트에 펀딩을 해줄 투자자나 완성한 영화의 홍보를 위해 배급사나 영화제 관계자들과 마켓이나 리셉션에서 많은 미팅과 네트워킹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IMG_9851.jpg

 

 

나도 최근 하는 일이 다큐멘터리 홍보라 낮에는 마켓에서 미팅도 하고, 영화제측(마켓)에서 참가자들을 위해 준비한 'Meet the Docs'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펀딩, 홍보, 배급에 관련한 세미나)에 최대한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저녁에 영화 세일즈사나 각국의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자국의 영화 홍보를 위해 새벽까지 여는 리셉션에도 참가하려면 정말이지 몇시간만 눈 붙이며 마라톤을 달리는 자세로 뛰어야 하는 것이 영화제에서의 우리의 일상이다.

 

마켓이 시작된 첫 날, 정신없이 일정을 짜고 있는데, 'Progressive Korea' 텔레그램방으로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박근혜퇴진 촉구 재네덜란드 한인행동'측에서 "정유라의 송환을 촉구하는 편지를 덴마크 대사관에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어떤 계획이 있는지, 유럽이 연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문의해 오셨다. 물론 정말 좋은 제안이라고 환영을 하긴 했으나 도대체 영화제 기간에 이걸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페북에 덴마크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이유들도 문의해보고, 나름 관련 기사도 읽어봤으나 새벽 3-4에 귀가하는 내겐 사실 심적으로 부담스런 과제였다.

 

 

브라질.jpg

 

 

마침, 다음날 친한 스웨덴 친구들이 덴마크 영진위에서 주관하는 파티에 간다고 하길래, 주저없이 다른 선약을 취소하면서 그 길로 향했다. 물론 덴마크 영화인들도 소개받았고 내 영화에 대한 홍보도 했지만, 평소에 친절한 덴마크 영진위 직원에게 조언을 구할 좋은 기회였다. 다행히 파티가 끝나갈 무렵, 그 직원은 한가히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정유라의 송환문제를 설명했더니 그렇게 중요하고 시급한 사항인지 미처 몰랐다고 안타까워하던 그는 덴마크 대사관앞에서 시위(示威)도 좋겠지만, 덴마크 언론사에 연락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주요 언론사 리스트를 자세히 적어 주었다. 특검이 조사할 시간이 타이트하다는 것을 특히 강조하라고 조언까지 하던 그는 행사장에 있던 영화 기자라도 소개해주려고 했으나, 이미 가버린 뒤였다. 그나마, 좋은 정보를 얻은 듯하여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다음 날부터 숙소로 들어오면, 덴마크 대사관에 보낼 항의서한을 쓰려고 펜을 끄적거려보지만, 몇분후에 곯아떨어졌다. 그러기를 며칠 반복하다 보니, 벌써 뮌헨으로 귀가할 날짜가 되어버렸다. 결국, 뮌헨 집에서 서한을 써서 우편으로 베를린에 주재하는 덴마크대사관에 보냈다. 아울러, 덴마크 주요 신문사 편집자들에게도 대량의 항의서한을 동봉(同封)해서 보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

 

 

IMG_9802.jpg

 

 

사실 베를린영화제에 가기 전부터, 베를린이 뮌헨보다는 코펜하겐에 훨씬 가깝기 때문에 하루정도 원정집회라도 가고 싶었으나, 출장비도 빡빡한 터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베를린의 덴마크 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라도 하려고 했으나, 마지막 날 도둑맞은 핸드폰을 찾아 헤매느라 그것조차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 22일 덴마크 법원에서 정유라의 구금(拘禁)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기운이 죽 빠졌다.

 

유럽의 한인들은 정유라의 소환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이고, 대사관과 언론사에 항의서한도 보냈다. 일부 열성 교민들은 법정심리가 열리는 올보르(aalborg)까지 비행기타고 가서 방청까지 하고 집회를 했다. 자국의 정부를 설득하는 것도 힘든데, 외국의 정부를 설득한다는 것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우리라도 계속 주시하고 관심을 둘 것이다.

 

 

덴마크.jpg

 

 

글‧사진|클레어 함 다큐멘터리 <정지된 시간> 프로듀서

 

<下편 계속>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열린 기자’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reporter

 

 

  • |
  1. IMG_9846.jpg (File Size:162.9KB/Download:45)
  2. 덴마크.jpg (File Size:52.5KB/Download:36)
  3. 브라질.jpg (File Size:122.1KB/Download:36)
  4. IMG_9802.jpg (File Size:109.0KB/Download:39)
  5. IMG_9851.jpg (File Size:94.9KB/Download:43)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선 트럼프

    [시류청론] 북한 전쟁능력 경시로 인한 무모한 선제공격은 파국 초래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백악관 첫 국가안보회의에서 북한의 끈질긴 요구를 의식, 3월 초에 있을 한미합동군사훈련(키 리졸브-독수리)에서 미군은 빠진다...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선 트럼프
  • 훌륭한 지도자는 부하 뒤에 서서 걷는다 file

    철학적 경영 방식 택해 성공한 3M사 경영인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여러분은 윌리엄 맥나잇(William McNight)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잘 알려져 있는 이름이 아니지요? 그는 1914년부터 1929년까지 한 기업의 총지배인으로...

    훌륭한 지도자는 부하 뒤에 서서 걷는다
  • 5화 차지철과 김계원 file

    ‘김재규 복권소설’   뉴스로=이계선 작가     1979년 10월 26일. 오후 6시 30분에 나동 안가에서 대행사가 있는 날이다. 김재규정보부장은 4시 30분에 도착하여 행사장을 살펴봤다. 예행연습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화로 육군참모총장 정승화 대장을 불렀다.   "정총...

    5화 차지철과 김계원
  • (4화) 김재규소설 file

    엽색과 로맨스   뉴스로=이계선 작가   “부장 각하, 오늘밤은 대행사날입니다. 오늘 삽교천준공식 끝내고 올라오다가 들린 농촌 마을에서 대통령각하께서 막걸리를 마시다 말고 오셨답니다. 그럼 오늘밤 파티는 막걸리로 준비할까요?”   중정 의전과장 박선호가 김재규...

    (4화) 김재규소설
  • 에필로그..베를린영화제 참가기 file

    ‘나의 특별한 김진태 추적기’   뉴스로=클레어 함 칼럼니스트     영화마켓이 열리는 포츠담광장(Potsdamerplatz)에는 서울의 광화문광장처럼 베를린의 주요 신문사들이 다수 위치해있다. 전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눈에 익은 신문사 간판이 보였다. Der Tagesspiegel. 얼마...

    에필로그..베를린영화제 참가기
  • (下) 나의 특별한 베를린영화제 참가기 file

    힘내자, 동지(同志)여!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뉴스로=클레어 함 칼럼니스트     드디어, 베를린영화제에서 일정을 마치고, 뮌헨으로 기차타고 돌아가는 길이다. 아마도 새벽 1시쯤에 도착할 듯하다.   열흘동안 개최되는 영화제에서 마켓은 사실 첫 5-6일정도 지...

    (下) 나의 특별한 베를린영화제 참가기
  • (中)‘나의 특별한 베를린영화제 참가기’ file

    ‘정유라송환’ 힘쓰는 유럽한인들   뉴스로=클레어 함 칼럼니스트         2월 9일 멋진 개막식을 한 베를린영화제는 다음날 10일 EFM (유러피안필름마켓)을 개장했다. 깐느는 말할 것도 없고, 베를린영화제처럼 큰 규모의 국제영화제에는 영화마켓이라는 것이 있어서 실...

    (中)‘나의 특별한 베를린영화제 참가기’
  • (3화) 신부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 file

    독재자는 왜 서민코스프레를 할까   뉴스로=이계선 작가     독재자들은 서민들과 어울리는 걸 즐긴다. 히틀러는 살인마답지 않게 어린애를 껴안고 사진찍기를 좋아했다. 쿠바의 독재자 카스트로는 계급장 없는 모자를 쓰고 거지같은 군인작업복을 즐겨 입었다. 무자비...

    (3화) 신부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
  • '선한 의지'

    나도 선한 의지로 한 마디 하겠다! [허리케인] 속이 미식거리는 날에 ▲ 2015년 4월 재외언론인협회 봄대회 충남도 방문 만찬에서 '회망론'을 말하는 안희정 지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2016년 4월 재외언론협의회 봄 대회에서 본, 사람 좋아 보이던...

    '선한 의지'
  • 조봉암의 필화와 진보당 강제 해산

    [필화 70년: 19회] "차라리 이승만"... 분열한 야권의 편협성이 낳은 '죽산의 비극' (서울=코리아위클리) 임헌영 교수(민족문제연구소장) = 한국 정치사는 수구세력의 부패와 무능이 당장 붕괴할 것 같지만 야권은 지리멸렬과 편협성, 분파성 때문에 국민이 쟁취해준 집...

    조봉암의 필화와 진보당 강제 해산
  • 대한민국 역사에 '악취' 풍기는 이름들

    [시류청론] '반헌법주의자 명단' 405명을 보는 소회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금으로부터 72년 전, 승전국 미국이 전리품인 한국 땅에 새 주인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민족의 이름으로 처단되었어야 마땅한 악질 친일파들과 그 후손들은 ...

    대한민국 역사에 '악취' 풍기는 이름들
  • 한국의 청년실업률, 미국을 추월(追越)하다(1)

    [국제칼럼] 장년 실업자의 3.51배… OECD국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본 국제칼럼은 <코리아위클리에>에 지난 11월~12월 3회에 걸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만신창이가 된 한국 경제”라는 주제로 위기의 한국 경제를 ...

    한국의 청년실업률, 미국을 추월(追越)하다(1)
  • 자부심과 자신감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

    독자적 실존 자각하고, 실패를 성공의 과정으로 생각해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성형외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멕스웰 말츠 (Maxwell Maltz)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을 했습니다. “인생의 모든 함정과 ...

    자부심과 자신감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
  • 안희정, 아직은 아니다 file

    미래를 위해 물러서는 지혜   뉴스로=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박근혜탄핵’이 중차대한 기로(岐路)에 처했지만 대선후보들은 자못 한가롭습니다. 적어도 제 눈엔 그렇게 보입니다. 그러나 박근혜탄핵여부는 대선판도를 완전히 새롭게 짤 수 있다는 점에...

    안희정, 아직은 아니다
  • 명품드라마 삼국지(三國志) file

    삼국지의 최대 교훈은 무엇일까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조조가 이끄는 80만 대군이 신야성으로 쳐내려왔다. 조인의 10만 대군이 제갈량의 작전에 말려 2만 유비군에게 참패한 복수전이었다. 번성으로 갑시다. 지세가 험하고 물자가 풍부하여 싸울만 합니다. 그...

    명품드라마 삼국지(三國志)
  • 뉴욕이라구요? 그럼 연극을 보세요 file

    연극은 뉴욕의 축복   뉴스로=앤드류 임 칼럼니스트       www.en.wikipedia.org     브로드웨이가 있는 맨하탄,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이라는 뉴욕씨티… 그러나 정작 이곳에 사는 한인들은 실감 못하는 말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관객들이 모여든다는 그 공연들을 이런...

    뉴욕이라구요? 그럼 연극을 보세요
  • 경향신문 ‘여적’ 필화 사건

    [필화 70년: 18회] ‘이승만 폭정에 대한 경고’…독재가 죽인 신문, 혁명이 살려내   ▲ 폐간 조치 알리는 벽보. 1959년 4월30일 서울 소공동 경향신문 사옥 벽보판에 붙은 정부의 폐간 조치를 알리는 벽보를 시민들이 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유년 입춘인 2월4...

    경향신문 ‘여적’ 필화 사건
  • 뉴욕 동네 이야기 file

    베이사이드의 보스니아 신부 (Bosnian Bride in Bayside)   뉴스로=한태격 칼럼니스트     남미 Bolivia에서 서남아시아 히말라야 산맥 속 Bhutan에 이르기까지 먼나라 세상만사(世上萬事)를 독자 여러분들께 지난 십여년간 전하려 노력하여왔던 필자이지만 가끔은 한인...

    뉴욕 동네 이야기
  • 영웅들은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 file

    장애 학생을 '퀸'으로 만든 학우들, 노숙자 출신으로 회사 설립 등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영웅이라고 하면 범인들이 못하는 용맹을 떨쳐서 의로운 일을 행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칭호입니다. 불길이 치솟는 화재현장에서 목숨을...

    영웅들은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
  • 봄을 기다리는 마음 [3]

    [아톰의 정원 10] 밭을 뒤엎고, '아톰 1세'를 끌어내렸습니다   ▲ 새 아톰(왼편)과 탄핵당한 아톰(오른편)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작년 9월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이어 "골 때리는 채소를 아시나요?"라는 글까지 '아톰의 정원'을 9차례 연재했더니 ...

    봄을 기다리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