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도파민을 만들어 내는 뇌세포가 망가져서 생긴 병입니다. 약 잘 먹고 단백질음식 잘 먹고 운동 잘하면 완치는 안 되지만 병의 속도를 늦춰 주지요.”

 

4년전 의사가 내게 내린 파킨슨씨 병 진단이다. 세상에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 있다니! 의사가 아니라 사형선고를 내리는 판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3잘”만 잘 지키면 얼른 죽지 않는단다.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減刑)을 받은 기분이었다.

 

모범수처럼 “3잘”을 잘 지켜오고 있다. 도파민약을 “잘” 먹고 있다. 육식을 싫어하는 채식(菜食)성이지만 단백질고기를 “잘” 먹었다.

 

그런데 운동이 문제다. 파킨슨을 앓고 있는 조목사는 열심히 짐(Gym)에 나간다. 매일 태산무게만큼 역도를 들어 올리고 다람쥐 쳇바퀴 자전거를 타고 200리를 달린다. 이씨는 걷기도 힘든 다리로 100리를 달려 마라톤선수가 됐다. 운동을 좋아하는 파킨슨 환자들이다.

 

난 운동을 싫어하는 체질이다. 초등학교 6년동안 운동회에 나가 열심히 뛰어봤지만 동메달한번 따본 적이 없다. 대신 운동구경을 좋아한다. 장충체육관을 나 만큼 많이 가본 목사는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때 본 효창구장 축구경기를 평생 잊지 못한다. 당시 아세아최강 이스라엘 대표팀이 내한했다. 돈이 없는데도 갔다. 효창공원 언덕배기로 올라가면 그라운드의 3분의 1정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관중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표를 갖고도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아우성을 지르며 밀고 밀치다가 그만 정문이 무너져 버렸다. 그 바람에 우르르 휩쓸려 들어가 난 공짜구경을 할 수 있었다. 난 그때 알았다. 공짜구경은 VIP보다도 상석(上席)이라는 것을! 적진을 무인지경으로 휘졌고 다니는 아세아 최고의 공격수 최정민, 수문장 함흥철, 머리를 다쳐 피묻은 수건을 두르고 펄펄날던 우상권...한국이 4:1로 이겼다.

 

이민와 보니 미국은 스포츠천국이다. 우리집 대형TV에서는 연중무휴로 스프츠중계가 나온다. 오늘날 스포츠는 단순히 운동만이 아니다. 예술이요 치료(Healing)이다. 하얀 유니폼의 레알마드리드와 빨간색의 바로셀로나가 푸른잔디 위에서 펼치는 축구경기는 한편의 그라운드예술이다. 선수들의 묘기백출을 보고 있으면 잠자던 앤돌핀이 몽골몽골 깨어 올라온다. 응원하는 팀이 9회말에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리면 십년앓던 중병이 한방에 날라가 버릴것 같다.

 

“여보, 구경만 해도 절반의 효과를 보는게 운동이래요.”

 

아내의 권고대로 하루종일 TV에 매달려 스포츠채널을 돌렸다. 프로야구 미식축구 UFC종합격투기는 맨날 봐도 질리지 않는 나의 인기종목들이다.

 

그런데 아내에게 문제가 생겼다. 스포츠시청 때문에 아내가 전공인 연속극 드라마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드디어 아내가 나를 운동장으로 내몰았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어요. 일류선수들의 경기를 TV로 100번보는것 보다 바닷가로 나가 한 발짝 걷는게 건강에 더 효과적이예요.”

 

하긴 의사도 그랬다.

 

“매일 6천보(10리)를 걸으세요. 빨리 걸으면서 뛰기도 하세요.”

 

YMCA 짐에 나가는 아내는 함께 나가잔다. 친구목사는 골프를 권한다. 난 골프는 반대다. 돈을 주고 하는 운동은 진정한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짐(Gym)도 반대다. 손바닥 만한 실내체육관에서 달려보고 걸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손오공 재주부리기이기 때문이다.

 

‘대자연속에서 하늘을 보고 땅을 밟고 뛰어다니는 돌섬운동을 하자.’

 

아파트에서 8분을 걸어 바다로 나간다. 숲속을 지나면 보드워크가 나온다. 보드워크를 따라 명사십리 백사장이 하얀 그라운드처럼 널려있다. 여기서 6천보를 걸으면 된다. 3천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3천은 연인들이 걷고 있는 보드워크로 올라와 걷는다. 파킨슨 병 초기인 4년전엔 6천보 걷는데 30분도 안 걸렸다.

 

2년쯤 되자 다리가 무거워졌다. 운동이 아니라 구경을 하면서 걸었다. 걸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놀라 미친놈처럼 웃기도 하고 소리도 질렀다. 음영(吟詠)시인이라도 된 기분. 소요시간 1시간.

 

4년을 맞는 요즘은 몸이 더 피곤하다.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얼간이처럼 얼얼한 얼뜨기가 됐다. 아름다움을 느끼는게 피곤하고 부담스러워졌다. 어떻게 운동할까? 고안해 낸것이 산책명상을 즐기는 명상철학운동이다. 난 이걸 신선스포츠라고 부른다. 사색을 하면서 걸으면 꿈길처럼 힘이 들지 않는다. 기도 찬송 성경묵상 회상 작품구상 만날 준비를 걸으면서 하는 것이다.

 

화담 서경덕은 사색으로 사상과 학문을 집대성했다. 그가 읽은 고서는 수십권에 불과했다. 대신 토정 이지함 병해대사 갓바치 여류 황진이와 풍류를 즐기며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나눴다. 그리고 나면 홀로사색의 길을 찾아 나섰다. 아인슈타인이후 최대의 물리학자 호킹박사의 천체물리학도 사색으로 얻어낸 우주탐사였다.

 

“얘야, 일어나 아침먹고 학교가야지.”

 

고향의 어린시절 먹어도 먹어도 배가고프고 자고자도 졸렸다. 어머니의 성화에 일어나 보면 늦었다.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가방을 들쳐맸다. 10리길을 달려 중학교에 가면 첫시간이 그렇게 졸렸다.

 

아내가 어머니 역할을 한다. 파리버섯을 먹은 병아리처럼 졸고 있는 날 일으켜 바다로 몰아낸다. 아파트를 나서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졸음을 깨운다. 가슴에 통증이 오고 발이 무겁다. 모래위를 걸어간다. 머리위로 갈매기가 날고 겨울인데도 파도를 타고 보드셔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생각 저생각을 하면서 걷는다. 마지막은 반드시 생각없이 뛴다. 골인!

 

신기하다. 출발은 피곤하지만 골인하고 나면 힘이 솟는다. healing이 됐기 때문이다. 운동하러 바닷가로 나가던 난 이제 사색하러 바닷가로 나간다. 사색운동이 끝나면 청마의 “그리움”으로 파도와 대화한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물같이 까딱도 않는데/ 날 어쩌란 말이냐“

 

 

noname01.jpg

겨울에도 보드셔핑을 즐기는 돌섬남자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등촌의 사랑방 이야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sarang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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