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남북 긴장완화 단초 마련할 좋은 기회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 북한 두만강 지역에서 극심한 홍수가 일어나 사망 및 실종자 500여 명, 북한 이재민 14만여 명이 가족과 집을 잃고 길에서 굶주리며 헤매고 있다고 한다.

북측 언론은 "해방 이후 처음 맞는 대재앙"이라고 했고, 국제적십자사 관계자들은 현장 답사 후 지난 60년 동안 발생한 자연재해 중 가장 심한 상태라고 발표하고 특별지원금으로 52만달러(약 5억8500만원)를 긴급 지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17만 5000달러의 비상예산을 투입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의 짧은 생각으로는 이 두 국제단체 또한 북을 이롭게 한 '종북' 행위를 한 셈이 되었겠다.

다행히 일부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김정일 정권과 북한 수재민들은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재민들에 대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시작한 것은 같은 민족으로서 백번 타당한 일이다. 북한의 쌀값이 한국 돈으로 1킬로그램에 700원(1 가마에 4만2000원)이라고 밝힌 재미동포 '통일아줌마' 신은미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 수재민을 돕기 위한 온라인 시민모금 운동(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 youcaring.com)을 시작, 자신의 영어이름인 'Amy Chung'이 모금 주관자라고 밝히며 해외동포들의 따스한 손길을 고대하고 있다.

또 정토회(이사장 법륜 스님) 산하 국제구호단체인 'JTS아메리카'는 웹사이트 www.jtsamerica.org나, 전화, JTS 아메리카 201-224-3834를 통해 성금모금을 안내하고 있는 등 많은 민간단체들이 북한동포 수재민 돕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이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인도적 긴급지원조차 거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간 차원의 지원도 반대,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나 미국 등지에서 동포애를 발휘하고 있는 단체를 통해 우회해서 보낼 계획이라 했다.

하긴 국민들과의 '소통'과 '협치'는 입에 발린 말일 뿐,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의 박 대통령이기에 경찰의 의도적 공권력 남용으로 끝내 백남기 농민이 사망했는데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잔인한 대통령'에게 뭘 더 바라겠는가. 시위 해산과정에서 농민이 사망하자 '원인을 조사 중이니 그럴 필요 없다'는 비서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끝내 사과했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거기에, 정부의 눈치나 보고 있는 한국의 주류언론과 대다수 해외 우리말 언론은 기레기 언론 답게 모금운동은커녕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박 대통령이 60년만의 북한 수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은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에 이토록 냉혹한 모습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는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서 "우리는 북한 당국의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 속에 있는 북한 주민들의 참상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지 않았던가. 사실 그 이전에도 북한은 계속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고 있었으니, 지난번의 5차 핵실험 때문이라는 이유로도 설득력이 약하다.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지도자의 무책임한 발언을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목도해야 한단 말인가.

이번 일을 보면서 분통 터지는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몇 해 전 일본 후쿠시마 사태 때,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고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아베 정부를 미워하면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일본 현지 피해 주민들에게 성금을 보냈다. 그런데 같은 재해를 입고 있는 북한동포 수재민을 보고도 '나 몰라라' 한다면, 일본 사람들이 내 동포보다 더 챙겨야 할 대상이란 말인가?

과거 김대중 김영삼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명박 정부, 심지어는 전두환 정부도 인도주의 차원의 대 북한 동포 구제활동에 적극적이었다.

현지에 파견된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인도주의 지원은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제재에서 제외된다"고 강조했는데,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난한 박 대통령은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을까?

박 대통령은 지난 1984년 9월 서울 경기지방에 똑같은 홍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 북한 당국이 쌀 5만석, 시멘트, 의약품 등을 보내 끈끈한 동포애를 과시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로 인해 남북한 냉전 상태가 한층 부드러워졌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 붕괴론과 흡수통일이라는 허황된 압박정책으로 전쟁 직전 상황 까지 악화시킨 책임을 통감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넉넉하고 훈훈한 손길을 펴서 남북 대치상황을 다소나마 녹여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 남북한 8천만 동포를 살리는 길이다.

더구나 한국은 쌀값 폭락으로 논을 갈아엎거나, 쌀이 넘쳐나서 가축 먹이로 이용하고 있는 터에 굶주리고 있는 북 수재민에게 쌀을 보내지 않는 것은 민족적 죄악을 저지르는 짓이다.

한국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김영호)와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불교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아무런 조건과 정치적 계산 없이 북한 수해 긴급지원 및 복구지원을 선포해야한다"고 했고, "하나의 민족으로 분단과 휴전으로 대치중인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의 완화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아무조건 없이 돕는 것"이라며 북 수재민 돕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더하여 "이 지원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이익에 관련된 국가들 보다 한국이 먼저 지원해야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의 해결주체가 남북이 중심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표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지금이 화해의 단초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모두가 '예스'라고 하면 박 대통령만은 항상 '노', 모두가 '노' 하면 박대통령은 '예스' 한다는 정치부 기자들의 어이없는 평을 들어 온 터라, 혹 이런 바른 말에까지 반대로 노 할까봐 두려워지는 서글픈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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