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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가 높다고 알려진 덴마크. 비바람이 몰아쳐서 우산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는 날씨이지만, 대체로 덴마크인들은 본인의 삶에 자족하며 사는 듯 보인다. 덴마크인들의 행복한 라이프 스타일을 일컫는 ‘휴게’라는 단어는 영국에서도 꽤 인기를 얻어 2016년 옥스포드 한 해의 단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7년 미국에도 상륙한 이 유행은 뉴욕타임스및 뉴요커에도 언급되었고, 이 주제를 다룬 몇몇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노르웨이 단어, ‘웰빙’에서 유래하는 휴게는 아늑함, 편안함을 뜻하며 일상의 작은 즐거움에서 얻는 행복을 가리킨다고 한다. 아마도 비오는 일요일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차를 마실때, 혼자 조용히 숲속을 산책할때 종종 느끼는 평온함이 그런 휴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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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덴마크 집이나 식당의 인테리어는 무척 인상적이고, 종종 아늑한 느낌을 주는 장작불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덴마크는 투명한 정부, 평등한 사회와 아울러 무상교육과 의료의 훌륭한 사회복지제도도 잘 되어 있어 유럽내에서도 살고 싶어하는 나라도 뽑힌다.

 

하지만, 나와 얀블리처럼 식탐이 있는 이들에게는 별로 해당이 되지 않는 듯 하다. 외식이 극단적으로 비싼 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려면, 요리를 좋아해야만 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요리를 좋아하지만 가끔 애인과 친구들과 함께 외식하는 것도 내가 즐기는 삶의 기쁨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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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에 사는 현지인과 이민자들에 의하면, 덴마크인들은 일년에 외식하는 경우가 두 세번 정도에 국한된다고 한다. 평균 점심/저녁 한끼 음식값이 4/5만원하니 고수입자가 아니고서는 서민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예전 충격적으로 비싼 외식비에 놀랬던 나는 한끼는 집에서 식구들과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을까 했으나, 결혼이라는 특별한 경우를 생각해서 외식을 두 번 했더니 한화 백만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액수가 나왔다. 월급쟁이 애인 얀은 녹두전이나 부쳐먹자고 녹두전가루를 샀으나, 결국 우린 컵라면만 싸들고 갔다.

 

덴마크방문시, 한국 통신원으로 몇년간 서울에 주재했던 마커스 기자를 만났는데, 그는 특히, 한국의 음식과 외식문화가 무척 그립다고 했다. 박근혜탄핵 전, 정유라 송환문제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처음 만났고, 나는 그에게 이태원의 맛집을 소개해준 적이 있다. 덴마크에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여기서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독일에서는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은 외식할 사치(奢侈)를 누리고 있다. 갑자기 독일이 더 좋아졌다.

 

물론, 초를 키며 저녁식사를 하고, 장작불과 함께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 공원에서 소풍을 즐기는 등 일상의 사소함을 즐기는 휘게는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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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부산영화제기간에 휘겔리(hyggelig: hygge 스타일)라는 멋진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문 기억이 난다. 멋진 전망과 편안한 디자인. 하지만, 휴게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너무 미화한 듯 해서 조금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행복지수라는 것은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너무나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자신의 작은 욕망에 귀기울이는 것이 행복에 대한 책을 읽고 강좌를 들으러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아닐까. 공항에서 눈에 띄는 휴게, 베스트셀러는 비싸기도 했지만, 내겐 별로 흥미롭지 않아 사지않고 행복한 나라, 덴마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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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한국의 과도한 경쟁문화와 교육제도에 안타까워하는 마커스 기자/편집자는 덴마크의 교육제도를 소개하는 책을 올해안에 발간한다고 한다. 열명 넘짓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 기대가 크다.

 

 

글 사진 =클레어 함 | 인권활동가

progressiv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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