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용무도,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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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용무도(昏庸無道),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속 '무도'를 합친 표현이다.

얼마 전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힌 이 ‘혼용무도’ 만큼 작금의 대한민국 민낯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단어가 또 있을까? 

 

철학 없는 정치의 비극을 실감하는 시대, 민주주의를 내세워 독재를 해도 거리낌이 없는 국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기조차 혼란스러운 사회.

정의의 보루가 되어야 할 법이 제구실을 못하고, 학교는 있어도 교육다운 교육을 못하고 있다. 시비를 가려야할 언론은 권력의 주구노릇을 하고 있고, 종교는 속세보다 더 탐욕스러운 곳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리더는 실종됐고, 어지럽고 혼탁한 기운만이 우리사회를 짓누르고 있을 뿐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통일대박을 외치던 대통령은 어느 순간 TV화면에 나와 단호한 어조로 대북정책 폐기를 부르짖고 있다.

개성공단에 투입된 자금이 북한 핵 미사일 개발에 사용했다는 관련자료가 있다고 말했다가 ‘증거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와전된 부분이 있다’며 스스로 발언을 뒤집는 통일부 장관의 말을 무색하게, 대통령은 단 하루만에 다시 뒤집어 버린다. 자기 성찰과 반성은 없고 향후 비전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화려한 수사만 난무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공감을 표하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동반 상승한다.

 

한국정치는 정치가 사회갈등 해소는 고사하고 오히려 국민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우리나라의 갈등 지수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한국사회갈등 해소센터의 최근 보고서에는 국민적 불신감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이는 곧 정치적 리더십의 실종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들의 심사가 매우 고통스럽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구없는 터널 속에서 헤매고 있는, 길 잃은 대한민국의 정치,  올해 4·13총선에 이어 내년 대선에 이르는 길목을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위클리/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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