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오늘날 보기드문 고고한 예술가다. 오로지 화가로 살고 또 화가로 죽을 것이다. 나라니 교직이니 치부니 권위 따위에 얽매임 없이, 낯선 사람들로 웅성이는 파리에서 평생을 그림이라는 퍼포먼스로 보내고 있다. 그래서 선생의 그림은, 그 퍼포먼스가 남긴, 티없이 반짝이는 파편들로 보인다. 우리는 이 보석같은 파편들 앞에 서면 예술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숙연히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선생은 우리에게 살아있는 신화이고 보배이다.”

한묵 선생님에 대해 이우환 화백이 남긴 글이다.

고고한 학처럼, 절개있는 소나무처럼, 한 세기 넘는 질풍노도의 시기와 세상의 수많은 변화와 역경들을 겪고 지켜보며, 묵묵히 그리고 굳건하게 자신의 예술 세계를 지켜 온 한묵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은 재불 예술인들은 물론 프랑스 한인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각인되어질 것이다. 

이는 자신의 예술세계 뿐만 아니라, 1~4대 한인회장과 한글학교 초대 이사장으로서 프랑스 한인사회의 토대를 닦으신, 한인사회 역사 속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11월10일 18시, 세르누치 박물관에서는 한묵 선생님의 프랑스 문화훈장 서훈식이 열렸다. 

이날 한묵 선생님의 수훈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에 모인 100여명의 한인들은 자신들의 일처럼 기뻐하며 함께 축하를 나눴다. 훈장 서훈은 한묵 선생님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프랑스 한인사회의 영광이기도 하다. 

모철민 주불대사는 “선생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이번 세르누치 ‘프랑스의 한국 아티스들 전’과  디종, 르 콩소르 시움 ‘파리의 한국 현대작가 전'을 통해 많은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게되어 너무 행복하고 축복된 시간이었다”며 “한국화단의 산증인이자 프랑스 동포사회의 산역사인 선생님께서 한국 화단과 동포사회의 등불이 되어 오래오래 지켜 주시길 바란다”는 축사의 말을 전했다.  

이주덕 전 한인회장은 “1968년, 재불한인회를 창립해 첫 주춧돌을 놓으셨고, 중요한 시기 때마다, 어려움과 시련, 역경을 극복하고, 오늘날의 프랑스한인회로 굳건히 설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분”이라며 “上壽(102세)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한인사회의 대소사에 참석해 우리에게 무언의 강한 멧세지를 전해주고 계심에 경이로움 마저 든다.”고 한묵 선생님과의 옛추억을 회상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단호함과 강직함, 그런 이면에 자상한 모습은 우리들의 표상이기도 하다. 프랑스 한인사회로서는 이런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 계시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한묵 선생님의 프랑스 문화부장관 훈장 수훈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 아울러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곁에서 동반자로서 세심한 사랑으로 내조하여 주신, 사모님께도 같은 마음을 표한다.






【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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