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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인들의 정신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 매년 뉴질랜드인 5명 가운데 1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약 2만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공공 의료 시스템과 달리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평안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대해 살펴본다.

 

매년 2만명이 자살 시도 

정부 용역으로 론 패터슨(Ron Paterson) 오클랜드대 교수를 비롯한 5인의 관련 전문가들이 조사하여 최근 발표한 ‘평안으로 가는 길’보고서는 219쪽에 걸쳐 뉴질랜드인의 정신건강과 중독 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정신질환과 자살, 알코올 및 마약 중독 등이 증가 일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인 5명 가운데 1명은 매년 정신질환을 겪고 뉴질랜드인 50-80%는 평생에 걸쳐 정신질환 또는 중독 문제를 한 차례 이상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높은 편이다. 보고서는 매년 15만명의 뉴질랜드인이 자살을 생각하고 5만 명이 자살 계획을 세우며 2만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자살률이 다소 감소했으나 2015년 525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등 최근 4년 동안 자살률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25-44세 남성에서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에 대한 제한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고 자살한 사람의 가족들은 대개 자살 위험의 초기 징후를 알지 못했거나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할지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자살 예방을 위한 조직적인 대책이나 자원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했다. 

 

지난 2017년 각 지역보건위원회들에 보고된 자살 가운데 최소 208건은 공공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 중이거나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가계 재정이 정신건강에 악영향 

뉴질랜드의 정신건강 위기는 가난과 저소득, 열악한 주거 환경, 불안정한 고용 등이 요인들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불안정한 가계 재정이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가난과 정신건강 사이에 명확한 연관이 있다. 사람들은 평안한 정신을 위해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주거 가능한 주택과 양질의 교육, 직업과 수입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말했다. 

 

보고서는 정신적 고통과 자해 행위를 보이는 어린이와 젊은이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종종 가난과 함께 학대에 노출돼 있고 회복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정신건강과 중독간에 강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독 서비스를 받은 사람의 70% 이상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고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의 50% 이상은 중독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또 젊은이 자살의 50% 이상은 알코올 또는 불법 마약 사용과 관계돼 있었다. 

 

뉴질랜드의 강한 음주 문화는 지역사회에도 해를 끼쳐 지역 범죄자의 약 60%는 알코올 또는 마약 문제를 가지고 있고 수감자의 87%는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알코올 또는 마약 문제를 경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술과 마약의 사회적 해악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고 중독자를 돕기 위한 폭넓은 서비스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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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으로 120억달러의 사회적 비용 

보고서는 뉴질랜드 정신건강 시스템은 정신질환이라고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 적용되고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위기의 상황으로까지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나 우울증, 만성불안, 정신적 외상, 약물남용 등과 같은 흔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은 공공 시스템을 통한 선택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한 정신질환으로 진단받아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약물 처방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적절한 지원과 재활치료가 부족하며 많은 정신질환 환자들이 존엄성이나 공감이 결여된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뉴질랜드는 2017 회계연도에 정신건강 부문에 14억달러를 투여했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마오리에 대한 결과가 나쁘고 퍼시픽 아일랜더, 장애인, 수감자, 난민, 이민자 등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정신질환이나 중독 문제를 겪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25년이 단축되는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의 사회ㆍ경제적 부담 또한 막대하다. 

 

뉴질랜드는 정신질환과 알코올 및 마약 중독으로 인한 실업, 직장 결근, 생산성 저하, 신체건강 추가 비용 등으로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5%인 120억달러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신건강 서비스에 지원되는 1달러마다 3.50달러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는 뉴질랜드의 정신건강 위기는 정부 또는 의료 시스템 단독으로 고쳐질 수 없고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12가지 영역에 걸쳐 40개의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오는 2030년까지 20% 자살 감소를 목표로 하는 국가적인 자살 예방 전략을 조속히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또 시대에 뒤떨어진 정신건강법 개정도 주문했다. 

 

현행 정신건강법은 뉴질랜드의 국제협약 의무사항들과도 배치되며 때로 환자에 정신적 외상을 가져오는 결과를 가져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정신건강웰빙위원회 신설도 보고서의 권고사항에 포함돼 있다. 

 

정신건강웰빙위원회는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감시 단체로 활동하고 정신건강 및 중독에 대한 진전 보고서를 대중에 알릴 책임을 맡게 된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주류 판매 및 공급을 더욱 엄격하게 하고 마약류 소지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정신건강 서비스에 지원되는 돈은 3배가 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즉 정신건강 서비스에 사용되는 1달러마다 2.50달러의 생산성 향상과 1달러의 신체건강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보고서의 권고사항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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