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시 두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하고 통일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는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으며 한민족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빛을 보는듯했다. 그 때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기도 하였다. 두 번 다 남측 정상이 북한을 방문하였고 남측에서도 북측 김정일 위원장을 초대했는데 왜 김정일은 남한을 방문하지 않았을까? 

 

대답은 북측 참모들이 위원장에게 남한 방문을 적극 말렸기 때문이란다.“위원장님, 남한에 가면 거리마다 총알택시가 누비고 다니며 골목마다 부대찌개 집이 있습니다. 부대찌개 집 안으로 들어가면 왕대포가 있고 폭탄주도 있습니다. 그리고 집집마다 핵가족입니다. 그러니 절대로 남한에는 가지 마십시오” 라고 말렸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인의 생활문화를 대변해주는 풍자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무슨 일로 그렇게 바쁘게 살며 음식문화, 음주문화, 놀이문화가 살벌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민사회에 살고 보니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한국에 있을 때 직장 근무를 해봤고 각종 모임에 참석하느라 밤늦게까지는 물론 토요일, 일요일까지 불려 다녔다. 산업화 과정에서 밤늦게 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있고 주말을 반납하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 꼭 그런 일로 가정에 소홀한 것만은 아니었다.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향하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퇴근 후면 고스톱 판을 벌리고 내기로 밤을 새우는가하면 각종 오락을 즐기면서도 반드시 내기를 해서 ‘부어라 마셔라’ 하고 집에 가거나 외박을 하기 일 수다. 음식을 시키면 이것저것 마구 시켜 놓고 남기는 게 정상이며 술은 자기 주량에 맞게 알아서 마시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권하는 예절이 지나치다. 왕대포, 폭탄주, 노틀카 등 주법이 동원되어 취하게 만들고 2차, 3차를 전전하다보면 귀가가 늦어져 총알택시를 타고 귀가에 성공하거나 외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통행금지가 적용되던 때는 자정을 넘기면 어쩔 수 없이 외박을 하게 된다. 이 때는 상가 조문을 핑계로 가족에게 둘러대기 십상이다. 

 

한국이 산업화의 진전으로 엄청나게 물질 소비가 증대되고 화려해지고 있다. 다행한 일이지만 그에 대한 역작용이 대두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인터넷 보급률, 학력, 성형술, 자가용 보급률 등  좋은 면에서 세계1위인 것도 있지만 청소년 자살율, 출산율, 이혼율, 국민 행복지수 등 나쁜 것에서 세계1위를 차지하고 있다면 우려스러운 것이다. 특히 젊은 층들의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의 확산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점점 떨어져 합계 출산율이 1.0 이하로 떨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 합계 출산율이 2.1 이상이 되어야 인구의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는데 1.0이라면 인구가 반 토막 나기 시작한다는 지표이다. 1798년에 발표된 말더스(Thomas R. Malthus)의 인구론은 인구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와 식량의 산술급수적인 증가로 인간 사회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바 있다. 그러나 농업 기술발전으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끊임없이 인구가 증가해 왔으나 인간 사회도 계속 발전을 거듭하였다. 오히려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문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해져가고 있어 인구의 감소를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인의 출산 기피 현상은 교육비, 육아비의 부담, 주부의 취업/사회활동,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 결여 등에 기인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앞으로 몇 십 년, 몇 백 년 후면 한국 인구가 반 토막, 반에 반 토막으로 계속 줄어들어 한민족이 멸종될 위기에 처하게 될 텐데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하겠다. 해외에 나와 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생활문화 면에서 비교되는 점이 많다.

 

fd2d3f8a37fc97b0e8366a68b7e8fe2c_1557796
 

자녀 교육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요청된다. 자기 자식만은 무조건 일류가 되어야 한다는 집착은 과도한 사교육비 증가와 자녀들의 피동적인 실력 쌓기의 폐단을 잉태하고 있다. 대학이 너무 팽창하여 출생아수가 대학 입학정원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경에 와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출산 과정부터 국가가 개입해 도움을 주고 있으며 육아, 교육 등 상당 부분을 국가가 책임을 져주고 있다. 개인의 역량과 개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주고 사회에 진출하여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스스로 선택해서 받는 의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자식의 장래에 대해서 부모가 과잉해서 대응하지 않으며 따라서 교육비 부담도 가벼워지는 것이다. 주부의 취업/사회 활동에 따른 가족 간의 협조, 사회적인 지원 등이 뒤 따라야 한다. 가장의 협조가 제일 우선시되는데 한국인의 퇴폐적인 음주문화, 놀이문화를 개선하고 가족이 저녁 시간을 같이 보내는 문화를 정착해 나가야 한다.

 

뉴질랜드에 와보니 저녁 6시 뉴스가 메인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노년 인구의 증가가 문제되고 있는데 이러한 유휴 노년 인구를 가사/육아 도우미로 활용하는 일도 요청된다. 뉴질랜드에서는 남자들한테도 출산 휴가 제도를 진즉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가사 일을 남자도 분담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현 뉴질랜드 자신다 아던 총리도 총리 재직 중 출산을 하였으며 6개월 휴가 후 총리 업무에 복귀해 차질 없이 국정을 운영하고 있음은 이러한 제도적, 사회적인 시스템의 결과이다.

 

오클랜드 한국학교의 교장한테 들은 말이다. 전체적인 학생 수는 전보다 줄었는데 유치부 학생은 다 수용을 못할 정도로 넘쳐난다는 것이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교민 사회가 침체되어 가고 있는듯하여 의기소침해하고 있는데 우리의 1.5세대, 2세대들이 벌써 성장하여 3세대 자녀들을 출산하고 있다니 희망이 보인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희망이다. 너와 나의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대할 것이며 또한 부모들한테도 물심양면의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포커스] 다시 고개 드는 인종차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인종차별 행위도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크게 늘어 경제 침체와 실업 증가를 가져온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총선을 앞...

  • 인간과 전염병의 싸움, 최후의 승자는

    ▲ 밀라노 두오모 광장을 지키는 무장 군인들​   ‘코로나 19’바이러스로 뉴질랜드는 물론 지구촌 전체가 그야말로  초대형 재난을 맞아 시련을 겪고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언론에는 ‘코로나 19’와 관련된 정보와 뉴스들로 넘쳐나고 TV를 통해서는 사망자가 폭증하...

  • ‘불의 땅’ 뉴질랜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에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큰 재난이  지구촌 주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12월 9일(월) 오후에 발생한 화카아리/화이트(Whakaari/White)섬 화산 폭발로 일주일이 지난 16일(월) 현재까지 공식 사망자 16명에 사망으로 추정되는 실종자가 2...

  • 해 뜨면 일어난다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 없고, 식물은 태양없이 살아 갈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언제 들어도 멋진 표현이다. 아마도 태양이 식물의 자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간파해서 생긴 말로 여겨진다.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전적으로 태...

  • 가장 파워풀한 마음의 응원

    간간히 저렴한 밥상메뉴를 SNS 올리다 보니 이것저것 물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지는데요. 가장 많은 질문이 어떻게 일주일 식비를 100불 언저리에 맞춰서 다양한 메뉴들을 만드는게 가능하냐는 문의들이 많으세요. 오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여기서 100불이란 순수한 요리재...

  • 이민자 시선으로 본 영화 ‘기생충’, 냄새와 선을 넘는 것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칸느영화제 최고대상을 수상해서가 아니어도 평소 봉준호 감독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쁜 한국방문 일정속에서도 시간을 내서 관람을 했다.  결국 두번을 관람했으니 나름대로 팬심을 발휘한 셈이다.      봉감독이 인터뷰에서 ‘이 ...

  • 주식투자, 100배의 결실도 가능하다

    무궁화 펀드 주식, 6개월만에 22% 성장      “오빠 오빠! 시청에서 새로 Valuation 이 왔는데 글쎄 우리집이 100만불이래! 어머머 20만불이나 올랐네”“자기야 너무 좋아하지 마. 뭐 우리집만 올랐나? 다른 집들도 다 오른 걸! 세금 더 내라는 거지 뭐. 그 20만불이 통장...

  • 유출 파문에 묻힌 ‘웰빙 예산’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세계 최초의 ‘웰빙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언론들에서도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며 관심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언론의 가장 큰 뉴스거리는 웰빙 예산 내용들보다는  공식 발표전 벌어진 예산안 유출이었다.  ...

  • 지구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 목장에 등장한 플라스틱 울타리 기둥​   만약 인류에게 ‘플라스틱(plastic)’ 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이 어땠을까?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이미 인류에게 플라스틱은  삶의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된 지 오래이다.   그러나 편리한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

  • 6월, 겨울꽃이 더 고운 이유

    6월.“내가 이렇다구...”   5월의 바톤을 넘겨받은 첫날부터 무섭게 엄포를 놓으며 달겨들었다. 사나운 돌풍과 더불어 기세가 대단했다. 매일 비를 뿌린다. 종잡을 수 없는 변덕 날씨에 몸이 갈피를 못 잡는다. 무디게 천천히 오면 적응할 준비가 되련만, 위세에 눌린 노...

  • 행복으로 가는 여섯 번째 단계

    계속해서 앤서니 그란트 교수의 ‘행복한 호주 만들기’ 심리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가 설정한 행복으로 가는 첫번째 단계는 목표와 가치를 찾는 것, 두번째 단계는 무작위로 친절을 베푸는 것, 세번째 단계는 ‘마음 챙김’을 생활화하는 것, 네번째 단계는 강점...

  • 당신의 장미는 안녕하신지요?

      오클랜드는 많은 가정에서 장미를 키운다. 아랫길 할머니는 앞벽에 빨간 장미를 곱게 올렸다. 매년 아주 탐스런 붉은 장미가 나에게 까지 인사를 건넨다. 마을 한복판 미장원의 분홍색 장미는 잘 다듬어진 가든과 멋지게 어울린다. 여주인은 머리 손질이 본업이지만 ...

  • 외부고사 비중 늘어날 NCEA

    교육부가 고등학교 학력 평가 제도인 NCEA(National Certificate of Educational Achievement)의 내부평가 비중을 줄이고 외부고사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외부고사에  더욱 치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된 지 17년 만에 가장 대폭적인 NCEA 변화...

  • 해외 한인회의 수난

    1902년 12월 22일 제물포(현재의 인천)에서는 한국 역사상 첫 공식 이민선이 미지의 땅 하와이를 향해 떠났다. 이 때는 떠나는 사람이나 떠나보내는 사람이나 눈물이 앞을 가려 제물포항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일본 고오베(神戶)에 들러 신체검사를 받고 건강한 한인 101...

  • 나폴레옹 - 2019년

    저희 부부의 단골 카페는 ‘Browns Bay’ 바닷가에 있습니다. 직접 바다를 내려다 보며 조망할 수 있는 고급 카페는 아니지만 프랑스 전통 빵과 디저트를 즐기며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소박한 프랑스식 카페입니다. 평범하고 토속적인 내부 인테리어도 당연히 프랑스에 관...

  • 5불 효도

    이제 익숙해질만큼 살았것만. 지금이 5월 이란게 실감나질 않는다. 햇 밤도 먹었고 붉은 감도 풍성하니 가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 느낌은 10월이 딱 맞다.   바야흐로 단풍마져 헐거워진 겨울의 문턱에서 어버이 날, 가정의 달도 맞았다. 내 머릿속의 5월은 만화방창...

  • 남섬에는 정말 흑표범이 살까?

      지난 몇 년 동안 남섬 일원에서는 외형은 고양이로 보이지만 야생 고양이보다는 체구가 훨씬 큰 정체 모를 동물에 대한 목격담이 여러 차례 전해졌다.    지난 4월에도 이 같은 목격담이 2차례나 국내 언론에 잇달아 소개됐는데,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관련 뉴스를 지...

  • 사상 최저의 기준금리

    뉴질랜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1.5%로 인하됐다.  새로운 저금리 시대를 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과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최저 금리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기준금리 역대 최저1.5%로 인하   중앙은행은 지난 8...

  • 사람이 재산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시 두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하고 통일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는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으며 한민족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빛을 보는듯했다. 그 때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기도 하였다. 두 번 다 남측 정상이 북한을 방문하...

  • 잡종의 생존법칙

      와인의 품질은 포도 품종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개성에 크게 지배된다. 결국 품종이 같다면 재배지가 다르더라도 품질 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품종이라도 수세기 동안 어떤 곳에서 재배된 특정 품종은 자연 돌연변이에 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