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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들이 긴 방학을 마치고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학교에서 아직도 필요한 교사들을 구하지 못해 반을 재편성하거나 과목을 줄여야 할 형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육계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사 부족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오클랜드 학교 20% 정도 교사 부족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1주 전인 지난달 22일 오클랜드 551개 학교 가운데 19.6%인 108개 학교가 여전히 필요한 교사를 구하지 못해 ‘에듀케이션 가제트(Education Gazette)’웹사이트에 교사 구인 광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 이외 지역의 학교들도 사정이 좋은 건 아니다.1980개 학교 중 9.5%인 188개 학교가 교사를 찾고 있었다.

 

구인 광고는 교장직과 곧 떠날 교사들의 후임을 찾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개는 학교에서 당장 필요한 교사와 임시 방편으로 빈 자리를 채울 직원을 구하는 것이다.

 

‘에듀케이션 가제트’의 교사 구인 광고를 통해 교사 부족난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8,572건이던 교사 구인 광고는 2011년 7,152건으로 줄었다. 이는 세계금융위기로 많은 교사들이 이직을 하지 않은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2011년을 기점으로 교사 구인 광고는 매년 늘어 2016년에 1만818건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1만1,876건으로 증가했다.

 

오클랜드 학교들의 구인 광고는 2011년 2,237건에서 지난해 4,023건으로 거의 두 배 늘었다.

 

해외 교사, 은퇴 교사, 추가 인센티브 지급 등 갖은 방법 동원 

 

뉴질랜드교장협회 훼투 코믹(Whetu Cormick) 회장은 “아주 많은 교장들이 충분한 교사를 구하지 못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수학, 과학, 테크놀로지, 마오리어 과목의 교사들이 절대 부족하고 오클랜드처럼 생활비가 높은 도시와 시골 벽지에서는 전반적으로 교사가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믹 회장이 교장으로 있는 더니든의 바스게이트 파크학교(Bathgate Park School)도 지난 12월 유일한 마오리어 교사가 사직한 후, 후임으로 단지 한 명이 지원해 다른 기관에서 데려가기 전에 어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채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교사를 구하지 못한 학교들은 해외에서 교사를 찾거나 정년 퇴임한 교사를 재고용하거나, 추가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교사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교사를 구하는데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모든 교사의 임금은 교육부가 지급하고 각 학교는 승인받은 경상지출비를 교과과정의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로토루아에 있는 존 폴 컬리지(John Paul College)는 몇달 동안 구인 광고를 내도 수학 및 과학 교사를 구하지 못하자 2년 전에 은퇴한 2명의 교사를 재고용했다.

 

이 학교의 패트릭 왈시(Patrick Walsh) 교장은 “우리는 은퇴한 2명의 교사를 다시 맞이해 다행이지만 다른 교장들은 이런 상황에 처해선 안될 것”이라며“정부는 교사 부족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교사들의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 오브 플렌티 중등교사협회의 알렉스 르 롱(Alex Le Long) 회장은 “교사 부족 문제는 로토루아를 포함한 베이 오브 플렌티 지역의 중요한 문제이고 전문적 과목인 수학과 과학 과목의 교사 구하기가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학을 가르칠 교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학교는 학생들을 ‘테 쿠라(Te Kura)’통신학교에 등록시킬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한편 해외에도 교사 구인 광고를 많이 낸 영향으로 뉴질랜드 교사 등록을 신청하는 해외 교사들의 수가 2016년 815명에서 지난해 969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푸케코헤 고등학교(Pukekohe High School)의 경우 22명의 신임 교사 가운데 8명이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해외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클랜드에서는 높은 집값과 인구 증가, 교사 훈련생 감소 등으로 교사 부족난이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마누레와 소재 핀레이슨 파크 학교(Finlayson Park School)의 셜리 마이히(Shirley Maihi) 교장은 지난해 3명의 교사가 오클랜드에서 집을 살 수 없어 지방으로 이주하면서 학교를 그만뒀다고 전했다.

 

마누레와에 있는 또 다른 학교 클렌돈 파크 학교(Clendon Park School)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카비타 쉬리와 스토우(Kaveeta Shiriwastow, 34세)는 교사 임금으로 주변의 방3개 집 주당 평균 렌트비 495달러를 지출할 형편이 안돼 테임즈에 있는 부모집에 살면서 매일 93km를 출퇴근한다.

 

4세, 9세 아이를 둔 솔로맘인 쉬리와스토우 교사는 “오클랜드에서 내 집을 마련하고 싶지만 최소 60만달러의 집값에 은행대출과 이자를 계산하면 교사 임금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교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교사 부족난 심화

 

뉴질랜드에서 교사 부족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교직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낮은 보수에 많은 업무를 하는 직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교사훈련 과정을 시작한 학생수가 2009년 6,625명에서 2016년 4,430명으로 33.1% 감소했다.

 

또한 공립 중등학교에 신규 임용된 교사의 절반 정도는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중등학교 교사의 35%는 10년 안에 은퇴 연령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뉴질랜드 중등학교 교사들의 임금은 멕시코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믹 회장은 “석사 학위를 보유한 경력 교사가 받는 연봉 상한선인 7만8,000달러는 업무에 비해 너무 낮다”며 “낮은 보수와 긴 근무시간, 교사를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 기한 내에 마쳐야 하는 업무들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교직에 대한 지원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믹 회장은 이어 “젊은 사람들은 사기업 부문에서 일하는 것이 더욱 많은 보수와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왈시 교장은 “교사 임금은 지난 9년 동안 최저 수준으로 인상되어 대학 졸업생들이 교직을 기피하게 됐다”며“지난해 우리 학교를 졸업한 180명의 학생들 가운데 장래 교사를 희망한 학생은 한 두 명에 불과하고 주된 이유는 낮은 임금 때문이다”고 전했다.

 

교사 임금 인상과 위상 제고돼야 

 

교육부 엘렌 맥그리거-레이드(Ellen MacGregor-Reid) 부교육감은 교육부가 새 학기 시작 전에 모든 오클랜드 학교에 전화를 걸어 교사 부족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맥그리거-레이드 부교육감은 또 1,690-2,940달러의 상반기 수업료를 면제한 교사 재훈련 과정에 의향을 나타낸 전직 또는 임시 등록 교사가 40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지난 연말 교사 공급을 늘리기 위해 향후 4년간 950만달러를 지출하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교사 노조는 14.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나 정부 예산이 그에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운트 홉슨 미들 학교(Mt Hobson Middle School)의 알윈 풀(Alwyn Poole) 교육부장은 “현재의 교사 진로 체제가 양적 및 질적 교사 부족을 겪고 있는 근본 원인이다”며 “대학 및 산업체에서 교육받은 개인들이 보수를 받고 일하는 교생 실습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는 지금보다 높은 보수를 필요로 하지만 다른 직업과는 다른 사명감을 갖춰야 한다.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학생들을 공부하고 배우도록 자극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수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지만 교사들이 교직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교사에 대한 위상을 높이는 일은 해외에서 교사를 구해야 하는 뉴질랜드 교육계에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 교육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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