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요즘 바빠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 젊어서 컴퓨터를 배울 땐 하루 종일 컴 앞에 앉아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환갑을 넘긴 나이에 젊은 애들같이 일하게 되었다며 그 꿈이 왜 이렇게 늦게 이뤄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100세 시대에 환갑이면 청춘인데, 한창 나이에 은퇴하여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야 꿈이 이뤄진 시기가 늦었다고 한탄할 일은 아닌 거 같았다.

 

거 봐라. 꿈은 꼭 이뤄지잖아. 라고 말했더니, 하기사 지금 이 시점에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면 우울증에 시달렸을 거라고 하면서 꿈은 잘 꿔야겠다고 말했다. 정말 꿈은 잘 꿔야 할 것이다. 꿈 꾼대로 미래가 결정이 되니까.

 

미래가 현재가 되는 것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이다. 지금 난 건강해지기만 하면 된다. 건강 때문에 파트 타임 수준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과 달리 몸이 아직은 아니라고 말하니 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지만, 늘 몸에게 내 꿈을 이야기 하니 몸도 내 꿈을 따라 건강해질 것이다.

 

방사선 요오드 요법을 한 이후 처음으로 갑상선 수치가 보통으로 나왔다. 6주 이후에 재 검사를 할 때까지 두고 보잔다. 독감으로 몸이 휘질 때로 휘진 상태에서 혈액검사를 한 것인데, 그 와중에 갑상선 수치가 정상이라니 그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검사 결과와 달리 어제는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의욕이 없었다. 매장도 덩달아 조용하기만 했다. 환절기의 변덕스러운 날씨 탓인지 쇼핑몰을 찾는 손님들도 적었다. 매장을 찾은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도 시원찮은 것 같았다.

 

이럴 때 나에게 힘을 주는 것은 양자물리학이란 과학이다. 10년 전에 알게 되어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고, 내 생활 방식에 적용이 되어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까지 했다. 이 모든 것이 인터넷의 힘이었지만, 인터넷 역시 양자물리학의 산물 아닌가?

 

신앙인들이 전도를 하듯 나는 양자물리학의 정보를 지인들한테 전했다. 귀신 씻나락 까 먹는 소리로 듣는 친구들부터 공감을 하는 친구들까지 반응은 각기 다 달랐지만, 그 와중에도 몇 명은 나보다 더 깊은 관심으로 파고 들기까지 했다.

 

양자물리학에 대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한 친구가 이제는 나보다 더 잘 정리를 해서 나에게 말하곤 한다. 그 덕분에 내 머리도 시원해지곤 한다.

 

“평행 우주에 대해 생각해 보니 참 재미있는 개념이더라.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인 것이 아니고 철학적인 개념이라고 하는데, 철학이라고 해도 재미있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다른 우주가 생기는것. 이 우주들이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과 시간으로 흘러간다는 것. 수 많은 내가 있긴 하지만 다 다른 나. 철학적인 개념이라 해도 생각대로 되는 것이기에 또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지.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존재하는 것.”

 

양자 물리학 구성 요소의 개념들에 대한 이해만으로도 삶의 무게가 줄어든다. 어제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암담한 순간에 볼 드레스, 목걸이, 볼레로를 한 셋트로 사가는 손님이 올 줄이야!

 

간절하게 바라면 이뤄진다는 말 역시 양자물리학과 철학에서 말하는 선택의 결과가 아니던가? 과학과 철학과 종교가 하나가 되어 간다는 말이 실감이 가는 요즘이다.

 

아직 내 건강이 시원찮아도 걱정하지 않는다. 내 미래가 내 생각 그대로가 될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다른 우주에서 존재하고 있는 다른 건강한 나를 지금 이 순간으로 불러들이면 되니까. 그 바람이 얼마나 간절한가에 따라서 시간마저도 초월할 수 있겠지.

 

돈키호테가 또 다른 나일 수도 있다.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가상의 공주인 둘시네아에 대한 사랑과 중단하지 않는 무사 순례의 길을 걸었던 돈키호테처럼 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착각에 만족하고 있다. 그 덕분에 내 건강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고 내 꿈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까.

 

감사하고 사랑한다.​ 

 

칼럼니스트 김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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