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는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각종 사상이 난무했던 시절이다. 

 

그 당시 정립되었던 사상으로 중국의 으뜸 사상인 공자의 유교, 노자·장자의 노장 사상, 한비자의 법가 등 쟁쟁한 학문들이 우후죽순처럼 탄생하였다. 

 

그 시대는 또한 서로 죽고 죽이는 약육강식의 전쟁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혼란기에 전쟁 철학을 만든 손자병법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손자병법은 손자가 지은 병서 13편을 가리킨다. 기원 전 504년에 작성된 것은 82편 6,080자였다. 손자(孫子) 는 춘추시대 말 오(吳)나라에서 활약한 제(齊)나라 출신 병법가 로 이름은 손무(孫武)이다. 

 

송 나라 신종 3년(1080) 무학박사 하거비가 가려 뽑은 <손자병법>, <오자>, <사마법>, <울료자>, <육도>, <삼략>, <이위공문대 >를 ‘무경칠서(武經七書)’라고 확정했고, 그 중의 으뜸이 바로 손자 병법이다. 

 

이외에도 손무의 증손자인 손빈의 <손빈병법> 89편이 있다. 흔히 손자병법에 나오는 하나의 계책으로 알고 있는 <36계(三 十六計)>는 별개의 병법서이다. 

 

총 6장으로 각 장에 6개의 계책을 설명한 책으로, 승전계(勝戰計 : 아군이 승리할 수 있는 조 건이 충분히 구비되었을 때 취하는 계책), 적전계(敵戰計 : 아군과 적군의 세력이 비슷할 때 기묘한 계략으로 적군을 미혹시켜 승리를 이끄는 계책), 공전계(攻戰計 : 자신을 알고 적을 안 다음 계책을 모의하여 적을 공격하는 계책), 혼전계(混戰計 : 적이 혼란한 와중을 틈타 승기를 잡는 계책), 병전계(倂戰計 : 상황의 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는 우군을 배반, 이용하는 계책), 패전계(敗戰計 : 상황이 가장 불리한 경우 열세를 우세로 바꾸어 패배를 승리로 이끄는 계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계책으로는 패전계의 31계인 미인계(美人計) 와 마지막 계책인 36계 주위상(走爲上)이 다. 

 

도저히 승산이 없을 때에는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이다. 즉, 36가지 방법 중 최후의 수단이라는 의미이다. 

 

그 동안 여러 형태로 손자 병법은 우리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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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의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흐름출판: 2011)’가 최근의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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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황원갑의 ‘21세기 손자병법 (바움: 2013)’은 가장 최근에 나온 책으로 병법 사례를 주로 우리나라의 사례를 많이 들은 것이 특징이다.

 

저자가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우리 나라 고대 상고사에 나타난 명장들 - 을지문덕, 연개소문, 김유신을 비롯해 강감찬, 이순신 등의 전술을 손자병법으로 풀어 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지피지기 백전백승’은 ‘모공( 謀攻)’편 마지막 구절을 잘못 인용된 것이다. 

 

‘그러므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으며,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승부가 반반이며,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위태로울 것이다. (故曰 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 知彼不知己 每戰必殆)’ 

 

모두 이긴다는 백승(百勝)도 아니고 무패(無敗)도 아닌 불태( 不殆)- 즉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형(地衡)’편 마지막 구절이 이 시대에 새롭게 와 닿는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를 이룰 뿐만 아니라 위태롭지 않으며, 하늘과 땅을 알면 그 승리가 완전한 것이 된다. (知彼知己 勝乃不殆 知天知地 勝乃可全)’ 

 

이제는 오직 나와 상대만 알아서는 승리할 수 없다. 그보다는 시기와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손자병법의 핵심 사상은 네가지로 요약된다. 

 

첫 째,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둘째, 싸우게 되면 반드 시 이겨야 한다. 

셋째, 싸우더라도 손해를 보지 말라. 

넷째, 가 능하면 상대방의 손해도 적으면 좋다. 서양의 병법서로는 카알 폰 크라우제비츠의‘전쟁론(동서문 화사: 2009)’이 유명하다. 프로이센 태생의 장군으로. 

 

12년 동안 베를린의 군사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자신의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의 전쟁사(戰爭史)와 전쟁이론을 섭렵하여 <전쟁론> 집필에 전념하였다. 

 

서양의 병법서는 전쟁사와 실전을 근거로 한 전쟁 기술을 다룬 실무 교본과 같은 성격이라면, 동양의 병법서는 실무 전술 교본이 아닌 전쟁에 대한 철학서 또는 수양 교본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현대의 비즈니스는 전쟁으로 비유되고 있다. 한 때 TV의 시트콤(sitcom)으로 ‘직장인의 손자 병법’이 방영되어 세간의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처럼 손자 병법은 단지 전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개인 처세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기에 손자의 병법이 재조명되어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철학이 된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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